주교 현장 체험,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주교회의의 2025 주교 현장 체험이 29일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이하 꿀잠) 방문으로 진행됐다.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현장 체험에는 김선태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옥현진 대주교(광주대교구), 김종수 주교(대전교구), 서상범 주교(군종교구)가 참여했다.
이날 기륭전자 해고자로 장기 복직 투쟁을 했던 김소연 상임이사가 ‘꿀잠’의 역사와 현황을 설명하고, 공간 안내를 했다.
그에 따르면,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은 2015년 기륭전자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 10년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제안됐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노동자와 연대한 시민들이 함께 후원하며, 직접 공사에 참여해 2017년 8월 완공됐다. 이후 꿀잠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노동자들이 잠을 청하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모으기도 하며 밥을 나누는 쉼터가 되었다.
1997년 IMF(외환 위기) 시기, 나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노동자들을 쉽게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정규직 자리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현재 전체 노동자의 70퍼센트가 비정규직인데도 현실은 이에 멈추지 않고, 더 치밀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일터와 삶터에서 몰아내고 있다.
김 이사는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상황에서, 그들의 싸움은 응원보다는 비난을 더 많이 받고 있다면서, “그런 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잠을 자고, 밥도 먹고, 투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복직 투쟁 당사자들이 제안해 시작된 곳”이라고 꿀잠의 의미를 설명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외롭고 어렵게 싸우는 이들이 살던 지역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응원이라는 그는 “많은 시민과 각계 단체가 손을 잡아줬고, 여러 종교들 특히 가톨릭교회가 함께해 주었다”고 말했다.
주교들은 꿀잠의 각 공간들을 둘러보면서 여러 활동 내용을 살펴보고,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김종수 주교는 “1970년대 정말 열악하고 말도 안됐던 노동 현장이 생각났는데, 여전히 노동자들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면서, “교구 신학생들을 비롯해 이 공간을 어떻게 보고 듣고 배우는 자리로 함께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관심을 적극 보였다.
서상범 주교는 이런 현실들을 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또 하느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천하고 우리에게 당부하신 말씀들을 우리 스스로 잘 지켜 나가고 실천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모두가 꿀잠을 잘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말했다.
“광주대교구에는 비정규직이 없는가”를 돌아보게 됐다는 옥현진 대주교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삶의 터전,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고, 꿀잠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연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큰 의미였다”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맞닿아 있으니까 이렇게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런 연대의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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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주교는 “예수님이 가난한 사람들은 늘 너희 곁에 있을 것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리 사회가 발전되더라도 어려운 사람들은 있고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더 그늘진 곳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꿀잠과 같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이 힘을 얻고, 연대하고 돕는 모습이 기적같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꿀잠과 동행한 모든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우리(교회)가 앞으로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더 갖고,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서 그들에게 보다 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교 현장 체험’은 2013년 주교 연수에서 결의해, 2014년부터 시작됐다. 주교회의 각 위원회가 사목 내용에 맞는 현장을 찾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올해는 민족화해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현장 체험을 마련했다. 지난 4월 2일에는 민족화해위원회가 강화 교동도 순례를 진행했고, 하반기인 10월 30일에는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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