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구 초대 교구장 두봉 주교(르네 마리 알베르트 뒤퐁)가 10일 96살로 선종했다.

은퇴 뒤 경북 의성의 공소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사람들을 맞이하던 두봉 주교는 지난 6일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고 치료 중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안동교구에 따르면, 마지막 남긴 말은 “감사하다”였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나 1953년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두봉 주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5살 나이로 한국에 왔다.

선교사로서 첫 소임으로 대전교구 대흥동 성당 보좌 신부로 10년 간 사목했다. 다음 5년은 대전교구 학생회, 노동청년회 지도 신부로 지냈고, 교구청에서도 일했다.

1969년 안동교구가 설립되면서 주교품을 받고 초대 교구장을 맡은 두봉 주교는 1990년 교구장직에서 은퇴하기까지, 한국 사회 역사와 가장 작고 가난한 교구의 목격자이자 동반자로 살았다. 교구장직에서 물러날 당시 교회법상 정년이 14년 남은 상태였지만, 그는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조직의 수장을 맡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 사람이 교구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은퇴를 결정했다.

그가 교구장직에 있을 때 정한 사목 표어는 “기쁘고 떳떳하게”다. 가난하고 작은 교구가 부족한 가운데 서로 나눔으로써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두봉 주교가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로서, 교구 수장으로서 겪은 대표적 사건은 ‘오원춘 사건’이다. 1978년 경북 영양군이 권장한 감자 경작이 불량 씨감자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자, 안동교구 신자 오원춘 씨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항의하면서 시작된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두봉 주교 강제 출국 시도까지 번졌다. 피해 보상 뒤 오원춘 씨가 납치, 폭행 당하면서 두봉 주교를 비롯한 안동교구가 진상 조사에 나섰고, 박정희 정권은 이를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했다. 두봉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 윤공희 대주교와 함께 바티칸으로 가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에게 이를 알렸고, 교황청은 한국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두봉 주교를 보호했다.

두봉 주교는 지역의 교육 사업에도 힘썼다. 농어촌 교육 사업, 의료와 구호 사업에 나섰고, 안동 농민회관과 안동 최초의 문화회관을 만들었다. 1978년에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를 창립했다. 여성 교육을 위해 상지여자전문학교(현 가톨릭상지대)와 상지여중고를 설립했다. 또 한센병 환자를 위한 ‘다미안 피부과 의원’과 사회복지 시설을 설립, 지원하는 등 농민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목에 힘썼다.

2012년에는 민주화 운동 기여 공로로 만해대상 실천 부분에 선정됐다. 2019년 5월 ‘올해의 이민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고 특별 귀화자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봉 주교의 빈소는 안동교구 주교좌 목성동 성당에 차려졌으며, 장례 미사는 14ᅟ일 오전 11시 권혁주 주교 주례로 봉헌한다. 장지는 경북 예천군 농은수련원 내 성직자 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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