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Catholic Herald>)

(엘리스 앤 앨런 <Crux> 로마 수석 특파원)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밤 로마 교황청이 프란치스코 교종을 위해 묵주 기도를 바친 성 베드로 광장 한가운데에는 한 손은 밖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는 성 베드로 조각상이 우뚝 서 있다.

땅을 가리키는 손은 여기 바티칸 시국이 법을 만드는 곳이고, 밖을 가리키는 손은 그 법을 지키는 곳이 세상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입구 앞에 있는 성 베드로 조각상. (사진 출처 = Pixabay)

최근 바티칸은 교종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에 관한 시노드 이행을 요청하는 사안과 관련한 구체적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성과 평신도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인데, 바티칸은 병상에 누워 있는 교종을 위해 매일 밤 묵주 기도를 인도하는 데 마치 여성과 평신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고 있다.

세계 주교 시노드 사무처는 3월 15일에 '시노드 이행 단계의 동반 과정에 관한 서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모든 주교와 대주교에게 발송됐고, 이들을 통해 전 세계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전달됐다.

이 서한은 무엇보다도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를 3년 동안 이행하는 것을 프란치스코 교종이 직접 승인했고, 이행 과정을 평가하는 여러 차례의 회의를 구성하고 2028년 10월에 로마에서 열리는 교회 회의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2028년 10월 모임은 원래 다음 시노드 정기 총회가 열리는 시점이지만, 시노드 정기 총회를 대체한다. 즉, 새로운 시노드가 열리지 않는 대신 그 모임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2021년 프란치스코 교종이 시작한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는 3년 동안 지역, 국가, 대륙, 전 세계에서 진행됐다.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 로마에서 열린 두 차례 본 회의로 마무리됐고, 교회를 모든 구성원, 특히 여성과 평신도를 더욱 환영하고 포용하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몰타 출신의 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3월 15일 발표한 서한에서 이 이행 과정으로 “시노달리타스가 지역 교회들과 온 교회의 일상생활의 본질적 차원으로 더욱 깊이 이해되고 실천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명했다.

그는 교종이 3월 11일 이 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고, 모든 교구, 교구청, 국가 및 대륙 주교회의, 동방 가톨릭교회가 참여하도록 요청했으며, 각 지역에 있는 다양한 수도회 공동체, 평신도 단체, 교회 운동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는 “베드로 사도 후계자의 통상 교도권 문서에 포함될 것”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노드 이행 단계가 전 세계 교회가 “일관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으며, “지역 문화와 공동체의 필요에 맞게 적절히 조정”하면서, 2024년 10월 시노드 최종 문서에 표현된 “방향성을 광범위하게 수용”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의 수용과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시노드 자체가 일부 주교회의의 날카로운 비판과 저항에 직면했고, 일부는 참여를 거부했으며, 일부 참석자는 이 과정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교종이 다음 시노드를 건너뛰고,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 이행에 초점을 맞춘 세계 교회 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것은, 모든 사람이 이 과정에 동참하고, 이 과정이 무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관측자는 이를 시노드 교종 유산의 결정적 측면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교종이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서 제기한 특정 관심 주제, 예를 들어 여성 부제직, 교회법 관련 문제, 주교와 교회 회의의 권위를 탐구하기 위해 설립한 10개 연구 모임의 연구 결과를 통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레크 추기경은 서한에서 향후 3년 동안의 이행 단계가 “그동안 기여해 온 사람들을 다시 참여시키고 모든 교회에 대한 경청과 시노드 총회에 모인 목자들의 식별에서 얻은 결실을 보여 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수행할 작업은 사제, 부제, 남녀 축성 생활자, 남녀 평신도로 구성하고, 그들 주교가 동반해 주는 시노드 팀들의 작업을 활용할 것이다.

그레크 추기경은 “이 과정은 시노드 여정에 노력을 덜 기울인 교구들에게 아직 밟지 않은 단계를 거치고, 교구 자체 시노드 팀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릴 ‘시노드 팀들과 참여 기구들의 희년’을 발표하며,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 희망의 지평에서 더욱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세우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향후 3년 동안 이뤄질 조치에는 2025년 5월 실행 지침을 포함하여 이행 단계에 도움을 줄 문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6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일년 반 동안 지역 교회에서 이행 단계를 진행한다.

2027년 상반기에는 동서방 교회 교구 안에서 '평가 회의'가 열리고, 하반기에는 국가 및 국제 차원에서 평가 회의를 연다. 2028년 상반기에는 대륙별 평가 회의가 예정돼 있다.

2028년 6월에는 10월 교회 회의를 위한 공식 실무 문서인 '의안집'을 발표한다. 이 과정은 바티칸에서 열리는 교회 회의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입원 후 처음으로 제멜리 병원 경당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바티칸 뉴스)<br>
프란치스코 교종이 입원 뒤 처음으로 제멜리 병원 경당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바티칸 뉴스)

이번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교회 내 여성 문제였다. 여성과 더 넓게는 평신도가 교회 안에서 더 잘 대표되고, 의미 있는 지도적 직책에 포함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프란치스코 교종 역시 통솔와 개혁에 관해 자신에게 자문하는 추기경단 회의에서 여성의 역할을 논의해 왔다.

교종은 특히 로마 교황청 안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공간과 발언권을 주고자 여러 조치를 취했다.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와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바티칸 고위 부서의 지도자로 임명했고, 평신도인 파올로 루피니를 홍보부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교종이 여성과 평신도가 더 힘있는 목소리를 내는 더 협력적인 교회에 대한 전망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는데도, 교황청 관료들은 이러한 전망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 23일부터 교황청 국무원은 성 베드로 대성당과 협력하여 프란치스코 교종의 치유를 위해 매일 밤 묵주 기도를 드리며, 각 부서 책임자와 기타 고위 관리들에게 기도를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부서를 이끄는 여성과 평신도는 예외였다.

매일 밤의 묵주 기도는 전례가 아니기 때문에 사제가 아니어도 누구나 주도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추기경과 몇몇 주교와 사제 등 성직자가 인도해 왔다.

예를 들어, 3월 6일 묵주 기도는 스페인 출신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이 이끌었는데, 그는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의 장관 직무대행이다. 이 부서는 올해 초 프란치스코 교종이 바티칸 부서의 첫 번째 여성 책임자로 임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시모나 브람빌라가 이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브람빌라 수녀가 아르티메 추기경의 상사다. 하지만 주최측은 브람빌라를 배제하고 대신 2인자 관리에게 그날 밤 묵주 기도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3월 14일 프란치스코 교종을 위한 묵주 기도는 교황청 홍보부 차관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치오 아드리안 루이즈 신부가 인도했다. 장관인 이탈리아 출신 평신도 파올로 루피니는 옆에 서 있었다.

다음 날 3월 15일 묵주 기도는 바티칸 시국 행정부가 주최했다. 이 부서를 교황청의 부처로 보지 않지만, 이 작은 국가의 행정을 담당하는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페트리니 수녀가 이끌고 있는데도, 묵주 기도 인도 요청을 받은 것은 2인자인 이탈리아 출신 에밀리오 나파 대주교였다. 이는 브람빌라 수녀와 루피니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가 성직자가 아니기에 2인자가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대한 완강한 저항으로 악명 높은 로마 교황청과 같은 성직자 단체에서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종이 지도자로 내세운 여성이나 평신도 중 묵주 기도 인도자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2013년 선출된 뒤로 개혁을 위해 열심히 싸워 온 성직 중심의 내부 문화, 즉 "여기서 우리가 법을 만들지만 다른 곳, 즉 그 법이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곳은 다른 곳, 교회 밖의 세상"이라는 관습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프란치스코 교종이 교회의 삶과 정신에 아로새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전망을 이행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그러한 변화가 정작 바티칸 내부에서 얼마나 뿌리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 봐야 한다.

기사 원문 : 

https://thecatholicherald.com/as-vatican-calls-for-implementation-of-synod-on-synodality-internal-resistance-to-change-is-palpable/

번역 :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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