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대전교구 관평동 성당의 ‘문화와 영성 센터’ 아카데미 프로그램
이 글은 <가톨릭평론> 45호(2024년 가을, 우리신학연구소)에 실린 글입니다.
참석자: 정우석(관평동 성당 주임 사제), 이천우(선교분과장), 차유미(홍보분과장), 최권태(사목회장), 신하얀메(사무장), 전수경(문화영성 프로그램 ‘손품’ 강사), 김종훈(문화영성 프로그램 ‘손품’ 강사)
일시: 2024년 8월 7일
장소: 관평동 성당 회의실
대전교구 관평동 성당에서는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문화와 영성 센터’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시선을 돌려봐(사진과 영화를 활용한 청소년 심리 이해)', '손품(내 손으로 만들어 쓰는 자연 재료 생활용품)', '반려식물 돌봄교실', '북토크' 4개 프로그램은 본당(성당)과 이웃 본당 신자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열려 있다.
갈수록 대면 강좌가 위축되는 요즘, 관평동 성당의 시도는 ‘지역 센터로서 본당’이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전해 준다. 성당을 찾아 관계자들과 결코 쉽지 않았을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부)
‘관평동 성당 문화와 영성 센터’의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수강자의 요구를 충족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프로그램이 어떠한 취지와 제안으로 시작되었는지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최권태 : 코로나 이후 문화가 많이 바뀌었는데, 문화 영성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하면서 또한 선교적 접근을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성당을 정말 어렵게 지었습니다. 이렇게 지어 놓고 교육관을 비롯해 공간도 충분한데, 우리가 이 공간을 잘 쓰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대략 보니까 공간 활용률이 10-20퍼센트도 안 되는 겁니다. 이 공간을 잘 활용해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큰 의무이자 제안이라는 문제 의식이 생겨났고, 그 부분이 반영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차유미 : 전례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성당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이 조금 더 보완되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이고 또 쉽게 다가갈 방법이 문화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습니다.
신하얀메 :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본당 신자끼리도 서로 잘 모르고, 같은 구역 신자도 잘 모르고 그랬는데 문화영성 아카데미를 통해 신자들이 서로 더 잘 알아가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천우 : 새로운 선교를 고민하면서 문화 선교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성당 앞 재즈 콘서트에 이어서 신부님이 문화영성 프로그램을 제안하셨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했는데, 프로그램마다 특색 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감동을 주는 부분도 있고요.
정우석 : 대전시 건축상 금상까지 받은 우리 성당이 과연 우리만의 것일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 성당에 사람들이 들어오려면 경계가 있는 거죠. 이 성당의 아름다움과 공간을 최대한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첫걸음으로 작년 5월에 성당 앞 재즈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성당 마당에서 재즈 콘서트를 여니까 반드시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찾아와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본당 신자분들이 따로 추천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작년에 예비 신자가 꽤 많이 찾아왔어요. 20명가량이 스스로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콘서트를 하면서 문화 선교 쪽으로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본당의 사례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서울 청담동 성당의 인문학 강좌도 살펴봤습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는 방식을 넘어 함께 배우고 또 배움도 익히고 서로 주는 상호 교류 차원에서, 또 우리가 잘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돌아보는 취지에서도 문화영성 아카데미가 필요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미사 시간을 바꿔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새벽 미사가 월요일 한 대밖에 없었고 화요일 저녁 미사를 제외하면 오전 10시 반, 저녁 7시 반으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화요일만 빼고 매일 새벽 미사가 있고, 신자들의 동의를 얻어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저녁 미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구역 공동체나 본당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언제든지 본당에 와서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작년 6월부터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동호회 모임이나 문화 영성 프로그램에 성당 공간이 제공되는 시간을 확보한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매우 알차게 짜였는데, 어떠한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는지 그 과정을 들려주십시오.
최권태 : 보통 반려동물은 잘 알겠는데, 반려식물이 처음에는 낯설었습 니다. ‘손품’도 들어 보니까 꽤 보편화된 말이라고 합니다. 신부님도 말씀하셨듯이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듣는 것이 아니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쓰면서 서로 나눌 수 있는 체험 위주로 아이템을 찾게 되었습니다.
정우석 : 여기 전체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키워드에 하느님과 나의 관계, 형제자매와 나의 관계처럼 ‘관계’가 들어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짤 때 아카데미에서 어떠한 것을 하면 좋을까, 어떤 것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을지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사진과 영화를 활용한 청소년 심리 이해'를 맡아 주신 심리학자 왕소정 선생님은 옆 본당 신자이신데, 나와 나의 관계 그리고 나와 이웃의 관계 등으로 나의 시선을 돌려 보자는 관계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합니다. 관계성을 중심 주제로 프로그램을 찾으면서, 강사 선생님 한 분 한 분 찾아가 이런 프로그램을 계획한 취지를 전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갔습니다. ‘손품’ 같은 경우는 나무 살림 공방을 직접 찾아가 전수경, 김종훈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계획했습니다.
전수경 :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은 담당 분과장님이 오셔서 진행하는데, 신부님과 사목회장님이 직접 오셔서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질문하면서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끌어 냈기 때문입니다.
‘손품’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를 성찰해 보게 됩니다. 사람이 굉장히 많은 물건을 갖고 살아갑니다. 많은 물건 이 너무 지나치게 많이 사게 되고 버려지고, 쓸모없어집니다. 환경생태는 물론 그 물건이 가진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 보자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손품’ 프로그램 중에 모시 빗자루를 직접 만들어 보는데, 직접 만들어 ‘반려 빗자루’라고 합니다. 모시 반려 빗자루는 그냥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물건이 만들어지는지를 돌아보게 해 줍니다. 물건을 쉽게 얻고 쉽게 버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다 보면 아무래도 좀 소중하게 여기고 또 실생활에서 가치 있게 잘 쓰이는 물건을 만들자는 것이 ‘손품’의 주제입니다. 그런데 처음 오시는 많은 분이 자신은 ‘똥손’이라며 걱정하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완성품의 질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 찌그러졌어도 스스로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프로그램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김종훈 : 신부님과 사목회장님이 오셔서 한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비신자의 참여라든지 성당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그 콘셉트에 맞게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충분히 대화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만족할 만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우석 : 반려식물 같은 경우는 처음에 ‘플로드림’이라는 화원의 사장님이 나오셨어요. 워낙 바쁘셔서 한 번밖에 못 하기는 했는데, 그날 굉장히 선풍적이었고 많은 분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주변의 피조물과 어떻게 대화하고 호흡할 수 있을지를 돌아보게 해 줍니다. 지금은 세림산림 연구소 소장님이 배턴을 이어받아서 식물에 대한 역사를 비롯해 조금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름의 가치도 찾아갑니다.
북 콘서트는 대전 바오로딸 신경애 젬마 수녀님이 이끄시는데, 자주 만나 이야기하면서 주제를 정합니다. 상반기 마지막 북 콘서트가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 80세 다 되신 자매님이 책을 온전히 읽어서 풀이해 주니까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같이 듣는 분들이 책 내용뿐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우리 삶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심리학자 선생님 첫날 강의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진 200장 중에서 자기에게 떠오르는 것을 3장씩 고르는데, 사진을 들고 나와서 평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다 하면서 풀고 가시는 거예요. 그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체험하고 느끼고 그걸 공유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어떻게 수강자를 모을까 하는 점입니다. 또 프로그램 진행 비용도 문제입니다. 그와 관련해 어떻게 준비를 하시는지요?
최권태 : 이렇게 새롭게 프로그램을 열었을 때는 처음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수요일이 되면 과연 사람이 몇 명 모일지 걱정하지요. 적게 모일 때는 3명 정도, 많을 때는 29명까지도 모였습니다.
보통 수강료를 1회 1만 원을 기준으로 하지만, ‘손품’은 재료비 때문에 많으면 4-5만 원쯤 들어갑니다. 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 니다. 이 영성 아카데미는 결과보다는 우리가 뿌리는 입장에서 시작하 고, 이런 과정이 씨앗이 되어서 언젠가는 결실을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사실 무척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수강자가 너무 적어 어렵게 채우기도 했거든요. 그럼에도 결과보다는 과정이니까 참여하는 인원이 적더라도 꾸준히 가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아무리 수강생이 적어도 폐강하지는 않습니다.
정우석 : 기본적으로 성당에서 걷히는 교무금도 일정 정도는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강사비는 본당에서 부담하고, 참가자는 개인당 참가비 1만 원을 받습니다. 재료비가 더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이런 기회를 더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본당이 약간 부담하는 정도입니다.
지난 상반기 4-6월에 4개 프로그램에서 중복도 있겠지만 참가 인원이 99명이었는데, 그 정도면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 다. 단 한 명이 오더라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본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
차유미 : 일단 신부님과 사목회장님이 주로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시고, 홍보는 특별히 획기적으로 한다기보다 성당 홈페이지에 올리고, 재즈 콘서트 할 때 카톡 프로필을 만들어 뿌린다든가 하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가능한 환경 면에서도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천우 : 성당 앞 재즈 콘서트를 할 때, 전단지나 현수막도 사용해 봤는데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할 구역 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홍보하기 위해, 주민 카페를 찾아 그 카페에 있는 본당 신자를 통해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당근마켓’에도 꾸준히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올리면 계속 노출되니까, 성당 앞 재즈 콘서트가 홍보되는 것입니다. 맘카페는 홍보분과장님이 도와주셨고요. 동네 소식을 알리는 곳도 있고, 찾아보니까 홍보는 무척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누리소통망서비스(SNS)에도 게시물을 자주 올립니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영성 프로그램을 홍보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전수경 : 저는 옆에 있는 성당 다니는데, 우리 성당은 이런 프로그램을 하지 않냐고 합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모두에게 다 열려 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관평동 성당에서 일정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평동 성당 신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신청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점을 좀 더 잘 알리면,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참여하신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괜찮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권태 :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대부분이 만족해 합니다. 물론 홍보 문제나 성당이 벽처럼 느껴지는 문제, 시간 변화에 따른 적응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은 방향 잘 잡고 취지에 맞게 잘 짜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신하얀메 : '나의 시선을 돌려봐', 거기서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데 그거 보면서 조금 더 내 마음을 열어 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들이 마음 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반려식물 돌봄교실은 거의 화분을 하나씩 나눠 주셨어요. 손품은 프로그램이 무척 좋았는데, 재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분도 있기는 했고요. 저는 특히 북 콘서트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강우일 주교님의 "숲길 단상"을 읽으면서, 강 주교님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면을 확인했습니다. 또 생태환경 문제를 더욱더 깊게 돌아보면서, 해야 할 일은 많고 갈 길이 참 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모든 프로그램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천우 : 유튜브를 많이 보다가 최근 들어서 책을 보려고 하는데요. 양질의 책이라고 해야 할까? 하느님의 말씀이나 메시지가 책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서 또 한 번 더 읽으면 성경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변화하고 공감대도 만들어 가고 신앙 신심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우석 : 저는 ‘손품’이 무척 좋았습니다. 재료를 손으로 만지면서 감각적인 것이 느껴졌습니다. 쭉 당기다 보면 손이 아프기도 한데, 어떤 일을 그렇게 아플 때까지 해 본 적도 별로 없죠. 필요한 것은 다 가공된 것이 택배로 편하게 옵니다. ‘손품’을 할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꼬고 그다음에 엮고 묶고 당기면서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만들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현대인이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든데,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함께 즐거워하는 소중한 작업이었습니다. 또 ‘손품’에서 쓰는 재료는 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들이죠.
성당에서 진행하기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수강자는 신자일 수밖에 없겠지만 프로그램 성격을 보면 지역민에게도 개방되었다고 느껴집니다. 비신자는 어느 정도 수강을 하는지요? 또 비신자에게 홍보를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정우석 : 모두에게 개방되었지만, 아직은 비신자가 많이 오지는 않습니다. 영성 아카데미를 통해 예비신자가 찾아오는 경우는 가끔 있습니다. 우리 성당 위치가 주거지가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와도 떨어져 있고요. 밤에 왔다 갔다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 동네가 낮에는 20-30대가 무척 많습니다. 근처 연구소 연구원도 많이 지나가고, 이주 노동자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저녁에는 공동화 현상이 심해집니다. 성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직은 비신자가 선뜻 다가오기가 힘들죠. 예비 신자는 정말 용기 내서 성당을 찾아오시는 거죠. 가끔 전화로 문의하시는 분은 있지만, 비신자 분의 참가는 아직 저조하고 신자 위주로 진행됩니다.
차유미 :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 다른 곳은 모두 처음 가더라도 서로 모르니까 다 평등한데, 교회나 성당은 바깥에서 볼 때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거든요. 이미 공동체가 자리 잡힌 곳에 들어가면 너무 뻘쭘해집니다. 또 선교 목적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당이라는 공간이 종교 장소다 보니 갖는 태생적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천우 : 아무래도 신자들이 주위에 잘 아는 비신자들을 초대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당 앞 재즈 콘서트’처럼 성당 앞까지는 사람들을 초대했지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지요. 오늘도 카카오톡으로 질문이 왔는데, 참석하고 싶지만 막상 참석하려니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혹시 교육에 참여하면 신앙을 가져야 하나 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거든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성당 앞 재즈 콘서트’ 같은 경우도 성당에서 재즈 콘서트를 하는 게 아니라, 재즈 콘서트를 하는 데 그 공간이 성당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정우석 : 굳이 가톨릭적이라는 느낌만 강조하기보다는 더 개방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역의 학교와 교육 센터로서 본당’을 떠올려 봅니다. 이는 ‘야전 병원으로서 본당’의 또 다른 버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분이 교회 또는 본당이 지역의 센터 기능도 아울러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고민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최권태 : 교회에 청년이 없다고 하는데, 질문을 바꾸면 왜 예전에는 교회에 청년이 많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이야기하면 그대로 순순히 따랐는데, 지금은 독립성이 강해졌습니다. 신앙에 대해 본질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때, 옛날처럼 무조건적인 입장으로 일단 들어와서 찾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그런 것들을 객관화해서 찾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을 아직도 접근하기에는 포용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성 센터가 굉장히 좋음에도 신자들의 마음이 이쪽으로 가게 해 주는 게 무엇일지 더 찾아봐야 합니다.
정우석 : 작년부터는 1분기에 한번씩 전입 교우 환영식을 합니다. 새로 오신 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환대의 문화가 먼저 안에서 시작되어야 우리 성당이라는 공간을 선물로 내어 놓을 수 있고,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3년 차 참여하는데, 지구 단위에서 사회복지 쪽으로 멀리 있는 지역에 가서 집을 고쳐 주는 사업을 합니다. 또 작년부터는 대전역과 천안역에 가서 노숙자 돌봄을 합니다. 돌봄에 참여하는 분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의 복지관과 연계해서 도시락 배달 사업도 하고, 물품 모아서 나눔 사업도 합니다. 지역의 학교나 교육센터 역할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삶을 공유하는 장소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사회복지 분과장님이 오셔서 100만 원 더 비용을 늘려야 한다며, 유성구청이 지원해서 도시락을 전하는데 8-9월은 쉰다고 합니다. 해서 우리가 전적으로 부담해 사업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센터처럼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이천우 : 이제 시작된 것이라 금방 활성화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예비 신자들이 본당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힘쓰면서, 일정 정도 지역에 기여하는 면도 있는 성당 앞 재즈 콘서트나 문화영성 아카데미를 잘 진행해야겠습니다.
차유미 : 현재 문화영성을 주제로 프로그램 진행하는데, 공부방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본당에 좋은 인력이 아주 많거든요. 좋은 인력이 힘을 보태어 많은 일을 활성화할 수 있겠습니다. 문화 외에 아이들 교육이나 심리 상담도 가능하겠습니다.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이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반드시 심리 상담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색깔을 잃지 않는 방향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최권태 : 우리가 복지 활동을 하는 것이 그냥 부평초처럼 떠도는 것이 아니라, 그 밑에 뭔가 심지가 있고 그 심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기본을 갖고 복지 활동을 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과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우리 복지 활동의 색깔이나 깊이와 넓이 이런 것으로 주님이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신앙 철학이 바깥에 전달되는 것일 텐데, ‘너그러움’이겠습니다. 세상이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 너그러움이고, 그 깊이 속에는 신앙을 밑바탕으로 해 나갑니다. 우리도 그런 입장에서 열심히 일하고자 합니다.
신하얀메 : 본당이 센터의 기능을 아우르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본당 신자분 중에 재능이 많고 그것을 함께하고 싶어 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체로 많이 바쁘신 것 같아요. 무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조금 꺼릴 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석 : 우리 성당의 공실률이 95퍼센트쯤 되는 것 같습니다. 새벽 미사 봉헌하고 단체가 모였다가 또 오전 미사 봉헌하고 나면, 이 아름다운 성전이 텅 비어 있습니다. 그저 시멘트요, 살아 있지 않은 거죠. 우리가 사는 터전에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그런 공간을 내어 줄 수 있을 때 사실 공동체가 더 아름답게 자리를 잡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보편 교회를 이야기하지만, 보편적이지 않고 우리끼리만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은 하느님과 나의 관계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계속 개방하고, 새로 오시는 분을 기쁘게 환대하고 싶습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성당이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겼을 때 다들 우려하셨습니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 선교해야 한다고도 했지만, 2년째 지금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예전처럼 가두 선교 방식이 아니라, 많은 분이 성당으로 오게 초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말 체험했던 분이 그 체험을 더 깊이 할 수 있는 취지라면, 성당이 지역의 학교와 교육센터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시노드 교회라는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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