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대 호세 카사노바, 피터 판 교수 대담
'세계화, 공적 종교의 시대 아시아 그리스도교가 직면한 도전'
종교사회학자이자 신학자 호세 카사노바 교수(미국 조지타운대)가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세계 그리스도교를 변화시키는 세 가지 양태를 분석했다.
4일 우리신학연구소,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조지타운대 교수 호세 카사노바, 피터 판과의 대담, '세계화, 공적 종교의 시대 아시아 그리스도교가 직면한 도전'을 마련했다.
이날 호세 카사노바 교수는 세계 그리스도교의 변화 양태를 분석하고, 피터 판 교수는 아시아의 개신교 개혁에 대해 논했다.
카사노바 교수는 먼저 세계 그리스도교를 변화시키는 양태를 “종교 공동체의 세계화, 종교 다원주의와 종교 교파주의, 성적 태도, 성(gender) 관계 alc 성적 지향의 세계적 변화”를 꼽았다.
그는 세계화와 관련해, 전 세계 이주와 인구통계학적 변화, 미디어와 소통 수단 및 도덕의 전 세계적 변화, 다양한 형태의 전 세계 종교 간 만남과 같은 세계화와 관련된 초국가적 과정이 종교 변화와 관련되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다원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 ‘세계 교파주의’라는 새로운 종교 체계에 대해 그는 “전통적으로 당연했던 일신교 명명법이 약화됐으며, 세계 시민사회 차원에서 전 세계 종교 교파주의가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이른바 ‘세계 종교’는 고유하고 다르며 특수성으로 차별화하고 보편적인 주장을 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세속 종교’와 대조적으로 재정의되고 변화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세계화 시대의 역설 중 하나는 오랜 세월 “참된 종교의 유일한 구현체”로 자리매김했던 가톨릭교회가 ‘교회 밖에 구원은 없다’는 원칙에도, 그 어떤 종교보다 종교 간 만남과 대화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성, 성적 관계의 윤리적 혁명과 교회의 대응 방식”의 문제다.
호세 카사노바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 혁명과 성 혁명이 낳은 급진적 변화, 그에 따른 남녀 간 관계와 역할의 근본적 변화는 모든 종교 전통의 영적 주장에 대해 특히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고 진단하고, “성 정치학과 성평등은 모든 정치학의 중심이며, 종교는 성 정치에 매우 밀접하게 연루돼 있다. 성은 가장 논쟁적인 사회 문제가 됐고, 종교는 자의든 타의든 세계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여성의 소명이 온전히 성취되는 그 시간, 여성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결코 성취하지 못한 영향력과 효과, 힘을 획득하는 시간이 오고 있으며, 사실 이미 와 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연설)
카사노바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연설에서 보인 여성에 대한 역사주의적이고 진보적 인식에도, 가톨릭교회는 회칙 ‘인간 생명’(1968)을 통해 자연법에 대한 본질주의적 개념에 기초한 인간 본성, 인간 생물학에 대한 전통적 존재론 개념을 재확인했다면서, “이러한 전통적 존재론적 개념은 사회과학이 지지하는 인간의 도덕 발달에 대한 역사주의적 개념 그리고 진화 생명과학을 바탕으로 한 생물학적-역사적 본성에 대한 개념과 더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학적으로 모든 종교 공동체는 신성한 명령이나 도덕적 규범 등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서도, “현대 윤리의 발전을 이교도로의 회귀나 만연한 상대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현대의 역사적 발전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학적으로 가톨릭교회가 성 문제에 대한 전통주의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옹호하고 성적 윤리 문제에 유독 집착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톨릭권 전역에서 여성들의 세속화와 성윤리에 대한 교회의 권위 약화라는 동시적 과정이 불거졌다”면서, “세속 세계의 대다수 가톨릭 신자는 교계의 도덕적 명령을 무시할 뿐 아니라 자신의 종교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점점 더 쉽게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성윤리 인식 문제는 성직자 성학대 추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성적으로 해방된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성적 학대는 심각한 범죄로 인식된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현대 세속 사회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이것이 페미니즘의 도덕적 성과의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모든 소란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들에게 부도덕한 것은 자유와 행복 추구에 대한 기본적이고 평등한 권리의 일부라 여기는 결혼에 대해 교회가 동성애자들의 신성한 권리를 부정하는 태도다."
카사노바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산상 수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리스도교 윤리 체계에서 복음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했다고 평가하고, "교종은 가정과 전통적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통주의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가 새로운 동맹으로 부상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측면에서 ‘국제 도덕주의’는 전 세계에서 문화 전쟁을 동원하는 데 연루되어 있다고 보고, 그 예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은 유럽연합이 대표하는 자유주의, 세속적 인본주의, 민주적 인권 및 성적 권리에 대항하는 초국가적 보수 동맹을 지지하기 위해 푸틴 정권과 러시아 정교회가 함께 초래한 공세라면서, "도덕적 문화 전쟁의 무기화가 가져온 치명적 결과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고 러시아 세계를 재건하려는 신성 러시아의 ‘불경스러운 전쟁’일 뿐 아니라, 타락한 서방에 맞서 전통적 ‘그리스도교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메시아적 러시아가 벌이는 선과 악 사이의 형이상학적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은 사회, 정치적 요소들이 존재하고 그 영향을 너무 낮게 평가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종교 전쟁이라는 것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전은 제국주의적 전쟁이며 식민지 전쟁의 연장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전쟁 상황에서 교회(러시아 정교회)가 전쟁 폭력을 성스러운 것, 이른바 성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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