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함께, 그리스도교적으로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 강좌

지난 18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아래로부터 함께, 그리스도교적으로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 세 번째 강좌가 열렸다.

이번 강좌는 '요르단 강 서쪽,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없다'를 주제로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강의하고, 최형묵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문아영 대표는 지금의 이스라엘은 나치가 행했던 모든 것을 나치보다 느린 속도로 그러나 동일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는 나치에, 유대인들의 죽음은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정당화한다고 보았다.

그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적 배경을 조명하며, “가나안은 단순히 종교적 신화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적인 장소이며, 여기에서의 평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아영 대표가 '요르단 강 서쪽,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없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문아영 대표가 '요르단 강 서쪽,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없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최형묵 소장은 토론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제국주의의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단순히 종족 간의 갈등이 아닌, 서구 제국주의의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그 이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온주의 운동과 서구 열강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아영 대표는 지난 8일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공습을 예로 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홀로코스트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했고, 274명이 사망, 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한때 이스라엘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가해를 정당 방위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는 듯이 앞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3만 7000여 명의 죽음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희생자 1200여 명을 애도하면서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하마스에게 그대로 투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당시의 홀로코스트가 자행한 방식을 고려했을 때, 비무장 민간인들을 지속적으로 학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나치에 가까운 것은 하마스이기보다는 이스라엘이며, 네타냐후 총리가 홀로코스트를 원용하는 방식에 분명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이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해 274명이 사망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지난 8일 이스라엘이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해 274명이 사망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그는 앞에서는 휴전안을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지속적인 무기 수출로 이익 창출하는 미국과 유럽의 민낯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톨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9-23년 이스라엘이 수입한 전체 무기의 69퍼센트가 미국산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역내 군사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마다 38억 달러(약 5조 1100억 원)의 군사 지원을 해 왔다. 다음으로 독일산이 약 29퍼센트며, 2023년 11월 기준으로 유럽 국가들로부터 수입한 무기는 약 3억 유로(약 4460억 원)다. 이는 전년 대비 10배가량 증가한 규모로, 하마스를 공격한 한 달 뒤다. 시민사회단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도 지난해 이스라엘에 최소 128만 달러(약 17억 6000만 원) 상당의 무기를 수출했다.

토론을 맡은 최형묵 소장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자본주의 위기와 유대인 박해의 반작용으로 시작한 시온주의 운동은, 제국주의 열강의 후원을 통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려는 목표를 가졌다"며,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땅은 '임자 없는 땅'이 아니라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아랍인이 살고 있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요르단 강 서쪽,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없다' 주제 강연에서 토론을 맡은 최형묵 소장. (사진 제공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br>
'요르단 강 서쪽,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없다' 주제 강연에서 토론을 맡은 최형묵 소장. (사진 제공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어 시온주의와 그리스도교 신학의 공모가 어떻게 팔레스타인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교 신학은 유대인의 귀환을 정당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초래했다"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신학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성서를 보편적 구원의 전망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배타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서의 서사를 역사적 사실로서가 아닌, 인간의 해방과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는 주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역사 학파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귀환을 정당화하는 신화적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유대인의 귀환은 종족적·민족적 정체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의 권리와 자결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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