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고용 승계 못 한다"....150일 넘은 고공 농성
정리해고에 맞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 미사가 봉헌됐다.
10일 한국니토옵티칼 평택 공장 앞에서 봉헌한 미사는 서울, 부산,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남녀 수도회가 진행하고, 시민, 해고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서 5월 27일 경북 구미 본사 앞에서 연대 미사를 봉헌한 바 있다. 개신교와 불교 역시 연대에 나섰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다. 일본 니토덴코가 100퍼센트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으로, 2003년 11월, 구미 4공단 외국인투자 지역에 입주하면서 구미시로부터 토지 50년 무상 임대,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특혜를 받고 있다. 생산품의 90퍼센트를 구미 엘지 디스플레이에 납품한다.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은 동일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국내 계열사다.
현재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해고자 11명은 2023년 2월 2일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싸움을 이어 오고 있다.
정리해고는 2022년 10월 구미 공장 화재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연매출 4000억, 순이익 260억을 내고 있었으며, 화재보험 보상금 1300억 원을 받았지만, 사측은 화재발생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구미 공장 청산을 결정하고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이때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조원 17명이 정리해고 됐고, 현재 11명이 남아 있다.
사측은 구미 공장 청산을 결정한 뒤, 생산 물량을 모두 평택 공장으로 이전했고, 30명을 신규 채용했다. 현재 평택 공장 노동자는 900여 명이다.
작년 2월 정리해고 통보 뒤, 사측은 공장 침탈, 단수와 단전 등을 시도했다. 올해 1월 8일부터는 여성조합원 2명이 구미 공장에서 고공 농성을 시작했고 150일을 넘긴 상태다. 평택 공장 앞에서는 5월 19일부터 무기한 천막 농성 중이며, 평택시는 농성장 행정 대집행을 예고했다.
사측은 지난 4월 “평택 공장 (해고자들의)고용 승계는 논의의 대상이 아님을 재차 명확히 밝힌다”며, “4월 중 불법 행위(농성) 중단 및 합의서 최종 지급 위로금에서 1개월 이하 감액 후 지급 외에는 어떠한 요구에도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미사에 참석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최현환 지회장은 “900명이 넘는 사업장에서 11명의 고용 승계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도 평택 공장에서 그대로 생산 중”이라며, “11명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11명이 노동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물량이 옮겨졌듯이 우리도 평택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며, 일터와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함께해 달라. 당당하게 싸워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공장에서 155일째 고공 농성하고 있는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도 전화 통화로 발언을 전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종교인들의 연대와 기도에 큰 힘을 얻는다고 인사하고, 싸움으로 지쳐있는 노조원들에게 기도와 응원으로 힘을 달라고 요청했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많지 않은 인원으로 저 거대한 기업에 맞서 노동자의 생존권과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반드시 일터로 복귀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도록 보호막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공정치 못한 법 제정, 판결 그리고 집행을 통해서, 진실을 왜곡하고 노동 혐오를 조장하는 펜대를 통해서, 법과 규정만을 들먹이며 복지부동하는 관료주의 앞에서, 몇 년 몇십 년 동안 이어지는 지루하고 피 말리는 재판과 판결 앞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은 무너지고, 심지어 죽어갑니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여전히 노동자가 약자인 현실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선한 의지를 지닌 모든 이의 연대가 지금 여기에 필요하다”며,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도 세상 안에 잇고 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며,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노동하는 인간, 노동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위기에 대한 다양한 반응 중 하나는 ‘무관심’이지만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포기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공동체가 경험한 역사는 결국 ‘오늘은 너, 내일은 나’였다. 고통 앞에서의 무관심은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으로, 나 자신의 고통과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에서, 오늘 평택에서 빼앗긴 행복을 되찾기 위해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정당한 투쟁에 서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면서, “구미의 모습은 평택의 미래이고, 외국자본기업 노동자의 미래다. 행복은 연대와 투쟁으로 쟁취되는 공동의 결과, 열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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