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투쟁이 한창일 때, 화악산 산정에 있던 농성장에서 할매는 말씀하셨습니다. “765송전탑은 핵발전소의 자식이다”라고. 핵발전소에 대해 간명하면서도 핵심적인 말씀은 사진기를 든 나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할매의 말씀은 귓전을 생생하게 울립니다. 한국의 산과 들을 지나면 수없이 박혀 있는 송전탑들을 봅니다. 그 송전탑들이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밀양 할매들이 일깨워 주셨습니다.

10년 전,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은 부북면과 상동면, 단장면 산정에 있던 765kV송전탑건설반대 농성장들을 짓밟았습니다.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의 검푸른 새벽을 깨우는 수천의 군홧발로 시작하여 상동면 고정마을 언덕을 넘어 용회마을 뒷산의 요란한 헬리곱터 소리로 잔인했던 행정대집행은 끝났습니다.

생전에 말해 할매는 대문 앞의 송전탑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내 죽기 전에 저 송전탑을 뽑아뿔 끼라"라고. 그러나 할매는 끝내 송전탑 없는 산과 들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말해 할매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장영식<br>
생전에 말해 할매는 대문 앞의 송전탑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내 죽기 전에 저 송전탑을 뽑아뿔 끼라"라고. 그러나 할매는 끝내 송전탑 없는 산과 들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말해 할매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장영식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밀양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밀양 어르신들은 윤석열 정부가 외치는 ‘원전 부흥’이라는 핵 폭주 속에서도 밀양의 정신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이 흘렀지만, 잡은 손 놓지 않겠다던 약속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우리는 결코 지지 않았다”라는 밀양 할매들의 굳은 결의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10년이 지났습니다. “죽기 전에 집 앞의 송전탑을 뽑는 것을 보고 죽을 끼라”고 말씀하셨던 고답마을 말해 할매는 송전탑이 뽑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부북면 평밭마을 회장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실명을 거론할 수 없는 분들이 돌아가셨고, 암과 노환 등으로 투병 중에 있습니다.

밀양 감나무 밭에는 괴물 같은 송전탑이 박혀 있고, 초고압 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정부는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초고압 송전탑 아래 사는 주민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과 그들 가족들이 그 밑에서 살고 있어도 그렇게 말을 할까요?&nbsp;©장영식<br>
밀양 감나무 밭에는 괴물 같은 송전탑이 박혀 있고, 초고압 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정부는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초고압 송전탑 아래 사는 주민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과 그들 가족들이 그 밑에서 살고 있어도 그렇게 말을 할까요? ©장영식

우리가 밀양을 잊지 않고,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밀양 정신을 실천한다면 핵발전소와 송전탑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밀양에서 벌어진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폭력과 수탈의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중앙집권적 에너지 정책에서 분권적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밀양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밀양과의 연대를 지키기 위해서 다시 밀양으로 향하는 ‘희망버스’에 탑승합시다.

밀양 할매가 별이 쏟아지는 산정의 농성장에서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산꼭대기에서 싸우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전기톱을 맨손으로 막고 나무를 껴안으며 싸우는 것은 바로 여거 때문이다. 여거(너희)들에게 핵발전소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싸우는 것이다.”

밀양행정대집행 10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밀양과 맞잡은 손, 놓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하며 다시 밀양으로 향하는 희망버스에 함께 탑니다. 그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미지 출처 = 밀양희망버스)<br>
밀양행정대집행 10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밀양과 맞잡은 손, 놓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하며 다시 밀양으로 향하는 희망버스에 함께 탑니다. 그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미지 출처 = 밀양희망버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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