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1

이번 '희망의 빛'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이야기를 4회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수도생활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수도회, 수도자의 모습을 직접 소개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든 한국 수도회에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박미영 수녀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1877년 영국 노팅엄 하이슨 그린에 있는 낡은 양말 공장에서 가경자 메리 포터와 수녀 다섯 명이 시작한 국제 수도회다. 우리 회가 하는 사도직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과 함께하신 성모님과 일치하여 아픈 이들,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임종하는 이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돌보는 것이다.

가경자 메리 포터는 로마 모원에 묻혀 있다 1997년 12월 노팅엄 성 바르나바 주교좌 성당으로 옮겨졌다. 1988년 2월 8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가경자로 선포하였고, 현재는 시복 시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영성을 표현한 십자가형 건물이 1907년 로마에 완성됨으로써 모원, 병원, 그리고 간호학교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성소자가 줄며 2005년 총회에서 로마 모원은 문을 닫았고, 현재 모원은 영국 런던 투팅 벡에 있다.

가경자 메리 포터 당시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이탈리아, 호주, 아일랜드, 미국, 몰타, 남아프리카로 퍼져 나갔다. 현재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호주, 뉴질랜드, 통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한국 그리고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2017년 7월 2일부터 2023년 7월 1일까지 성모승천 관구(한국과 필리핀) 소속으로 런던 모원에서 총원 참사로 6년간 리더십 직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직접 체험한 것들 중에 몇 가지 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리더십 봉사 직무를 함께 한 총장 수녀님과 참사 세 명이 런던을 떠나오기 전 봉사 직무를 마무리하며 가장 가슴에 남은 경험이 무엇인지 나누었는데,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Casa Mary Potter(메리 포터의 집)’이었다.

메리 포터의 집 문패. ©박미영
메리 포터의 집 문패. ©박미영

우리 회는 플로렌스(피렌체)에 빌라 체루비니(Villa Cherubini)를 갖고 있었고, 이 건물을 현대식 병원과 수녀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2000년 수녀들은 이곳을 떠났고, 몇 년 뒤 산타 마리아 누로바(Santa Maria Nurova) 공공 병원이 들어왔다. 그 후에 소유주가 마리아의작은자매회였기 때문에 이 건물 매각을 원하였지만 이탈리아 법적 문제로 계속 남아 있었다. 우리 총본부 리더십 팀이 시작하면서부터 여전히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에 총원장 수녀님과 총원 참사들은 이 건물에 대해 여러 자문을 들어가며 약 9개월 동안 식별해 나갔다. 그 결과 턱없는 가격으로 매각해 이곳이 부자들을 위한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게 하는 것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수도회에게 빈 수도원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요청을 따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는 창립자께서도 강조했던 바였다. 이에 플로렌스에 있는 가난한 이들, 노숙자들, 난민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단체를 찾았다. 마침내 평신도 공동체인 성 에지디오(San Egidio)를 만나게 되었고 이 단체가 우리 건물을 인수했다. 이 공동체 회장이 총장 수녀님에게 보낸 수락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당신의 결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하나는 귀하가 편지에 명시한 이유 때문입니다. 피렌체에 있는 우리 공동체는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봉사에서 합당한 공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이 건물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장소가 그런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있으면 따스하고 환대하는 환경에서 노숙자에게 음식을 나눠 줄 수 있고, 노숙자, 노인, 그리고 난민을 위한 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우리는 빌라 체루비니를 피렌체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수녀회의 자원을 바쳐 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요청을 정신과 행동으로 따랐다는 사실입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설립 이래 항상 그렇게 살아 왔고, 수녀님이 인용한 마더 메리 포터의 말씀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매번 주장하시는 바와 일치합니다. 수녀님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집에서 가경자 메리포터를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 회에서는 이 집을 성 에지디오 공동체에 소유를 완전히 이전했다. 그러나 공동체가 이 집의 이름을 'Casa Mary Potter'(메리 포터의 집)로 지으면서 우리 창립자의 정신이 계속 살아 있게 했다. 나와 퍼트리샤 메리 수녀는 2019년 11월 24일 ‘Casa Mary Potter 문패’ 제막식에 참석했다. 제막식이 열린 마당에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학생들, 선생님들, 성 에지디오 공동체 회원들, 우리 회 수녀들, 친구들로 북적였다. 나는 이날 총장 수녀님을 대신해 다음과 같이 감격을 나누었다.

“가경자 메리 포터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항상 피렌체에서의 그 시절을 매우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아봅니다. ....우리에게는 개인적인 동기가 없었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의 선익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항상 이러한 정신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가경자 메리 포터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Casa Mary Potter를 기쁘게 내려다보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성 에지디오 공동체가 가경자 메리 포터의 정신을 계속해 플로렌스에 살아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 제막식 끄트머리에 성 에지디오 공동체는 마리아의작은자매회에 람페두사 난민 보트 나무로 만든 십자가와 이탈리아어 학습 교재를 선물하였다. 퍼트리샤 메리와 나는 너무 감격하여 눈물로 이 귀한 선물을 끌어안았다.

람페두사 난민 보트 나무로 만든 십자가. ©박미영
람페두사 난민 보트 나무로 만든 십자가. ©박미영

박미영(수산나)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