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NCR)
프란치스코 교종은 10월 4일, 가톨릭교회의 장래가 걸린 세계주교시노드를 공식 개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참여자인 주교, 평신도들에게 교의적으로 엄격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대신 모든 이에게 열리고 환영하는 교회라는 비전을 택할 것을 권했다.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에 관해 한 달에 걸쳐 열리는 이번 시노드 개회미사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예수님이 축복하고 환영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일부 위험한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위험이란 엄격한 교회가 되려는 것으로, 그러한 교회는 세상에 맞서 무장하고 퇴영적으로 보인다. 미적지근한 교회가 되려는 유혹으로, 이러한 교회는 세상 흐름에 자신을 내어 맡긴다. 피곤에 지친 교회가 되려는 것으로, 자신 안에 틀어박힌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노드에는 전 세계에서 대표 약 450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다양한 관점을 대표하며 교회가 당면한 몇몇 심각 문제에는 의견이 크게 갈리는데, 성직자가 가한 성학대, 여성 직무의 역할, 성소수자 포용 문제, 그리고 교회 권위의 구조를 둘러싼 여러 문제 등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강론 자리에서 대의원들이 “인간적 책략, 정치적 계산이나 (고정된) 이념적 투쟁”에 의존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대신에 앞으로 몇 주간 시노드가 열리는 동안 “일치와 우의”를 이루라고 촉구했다.
“이번 시노드의 제1 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 눈길을 다시 하느님에게 초점을 두는 것, 인류를 자비로운 눈길로 보는 교회가 되는 것.”
“일치되고 형제적인 교회, 듣고 대화하는 교회, 축복하고 힘을 주는 교회, 주님을 찾는 이들을 도와주는 교회, 무관심한 이들을 사랑하는 손길로 불러일으키는 교회, 신앙의 아름다움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들이기 위해 길을 여는 교회. 하느님을 자기 중심에 두고, 그러므로 내적으로 갈라지지 않고 외적으로 절대 거칠게 대하지 않는 교회.”
그는 이어 이번 시노드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 비견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많은 교회개혁안을 만들어 냈으며, 교회를 현대 세계에 맞게 문을 연 것으로 대체로 여긴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한 교종 요한 23세가 “하지만 동시에 교회는 언제나 현재를, 새 여건을, 그리고 가톨릭 사도직에 새로운 길들을 연 현대 세계에 도입된 새로운 삶의 형태를 눈에 담고 있어야만 한다”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무엇보다 교부들에게 물려받은 진리라는 신성한 세습 자산에서 교회가 절대 이탈하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사를 시작할 때, 제단에 오르는 주교들의 공식 행렬에 평신도 대의원들도 참여했다. 광장에 모인 회중 수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교종의 자리에서는 성 베드로 대성전 정면 외벽을 배경으로 이들 주교와 평신도가 함께 걷는 모습이 보였다.
올해 86살인 프란치스코 교종은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를 자기 교종직의 중심으로 삼았으며, 교회개혁을 실행하는 가장 핵심 도구로 써 왔다. 그는 10월 로마에 비치는 따뜻한 햇살 아래 모인 이들에게 앞으로 한 달간 “짐을 지우지 않는” 교회가 되고, 짐을 지우는 대신 “모든 이에게 ‘오라, 지치고 억압받는 자들아, 오라, 길을 잃거나 집에서 멀리 떠나 있다고 느끼는 자들아, 오라, 희망에게 문을 닫은 자들아, 교회가 너희를 위해 여기 있다’고 누구게나 되풀이 말하는 교회가 되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고에 없는) 지난 몇 달간 자주 써 왔던 말을 또 즉흥으로 썼다. 교회는 “투티, 투티, 투티”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투티(tutti)는 이탈리아어로 “모든 이”라는 뜻이다.
이번 시노드는 10월 4-29일에 열린다. 지난 10년에 걸친 프란치스코 교종 치하에서는 5번째 시노드다. 이전 4번의 시노드가 이혼 후 재혼한 가톨릭 신자에 대한 영성체나 가톨릭교회 내 청년 상태, 남미 아마존 유역 9개국 교회와 같은 여러 논쟁 주제를 다뤘지만, 2023년 회기와 2024년 회기, 2회기로 나눠 여는 이번 시노드는 그간 프란치스코 교종이 소집한 그 어떤 모임보다 가장 토론과 논쟁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노드 전야에, 저명한 보수파 은퇴 추기경 5명이 프란치스코 교종이 이처럼 많은 민감 주제에 공개 토론을 권한 결과 오류나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미 2년에 걸쳐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지금 시노드를 개회하는 지점에 이르러, 개회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가장 약한 자들, 고난받고 외면당하는 자들에게 환영하는 눈길”로 바라보도록 지시했다.
미사에 이어, 시노드 대의원들은 4일 오후 첫 실무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다시 프란치스코 교종에게 얘기를 듣고, 이어 시노드 모임을 주관하는 두 추기경에게 얘기를 들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교회 안, 그리고 시노드 토론 중 움직이시는 성령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대부분은 원고가 없는 연설이었다. 그는 대의원들이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자신들이 아니라 성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시노드가 세상의 뜨거운 관심이 실린 문제들을 다룬다면서 한 예로 이번에 가톨릭교회가 여성을 사제로 서품할 가능성에 언론 관심이 쏠린 것을 들었다. 그는 시노드는 (다수결로 결정하는) “의회”가 아니라 공동 식별의 자리라는 평소의 자기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이번 시노드에서 간사 역할을 하는 책임보고관인 장 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룩셈부르크)은 자신의 발언 시간에 앞으로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했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전과 좌석 배치가 다르다. 참석자 460명은 원형 테이블에 서로 마주 앉는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렇게 배치함으로써 “진정한 나눔과 제대로된 식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배치는 2021년부터 시작한 공동합의적 길을 따라 걸어온 하느님 백성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원형 테이블은 또한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시노드의 스타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시노드 참석자들은 4일부터 29일까지 1주에 6일씩 모여 친교, 참여, 사명 등 주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토의한다. 회기 중에는 전체 모임과 소규모 실무모임이 번갈아 연다.
4일 오전에 있던 개회미사는 또한 12세기 이탈리아의 “불쌍한 자”(poveretto)였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축일미사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교종명인 프란치스코는 이 성인의 이름을 땄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대의원들에게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 누구에게도 폭언하거나 비난하지 않았”고 대신에 “복음의 무기들만 들었다. 겸손과 일치, 기도와 자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도 똑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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