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판이 점점 커지고 한 명이 외칩니다. "올인." 올인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뜻이지요. 올인을 한다는 것은 정말 이길 수 밖에 없거나, 아니면 이 압박감으로 상대방이 그 게임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전략입니다. 상대방은 올인을 한 사람의 패를 알 수 없기에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며 결정을 내립니다. 아무튼 여기서 올인이 가능한 이유는 서로가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적으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정부에 올인이 난무합니다. 그것도 국민을 상대로 말이지요. 이 정부는 국민들이 이겨야 할 적으로 보이나 봅니다. 얼마 전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독립유공자 포상 기준에 대해 보훈부 입장을 밝히면서, 자신의 장관직을 걸어도 좋다고 언급했습니다.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며 “장관직을 걸고 이야기 하겠다”고 했지요. 백선엽의 친일 행적과 그에 대한 논란은 나중에 이야기하더라도, 왜 이런 일로 자신의 장관직을 거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반대파들을 설득하고 학문적 논의를 거치면 될 것인데, 이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올인 배팅을 한 건 아닌지 쓴 웃음을 지어 봅니다.
같은 날 또 한 명이 자신의 장관직을 걸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 걸고 붙자”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의혹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접어 두고서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그저 상대방을 이겨먹기 위해 올인을 난무하는 현상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사실 작년에도 이런일이 있었죠. 법무부 장관은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한 한 의원에게 “장관직을 포함해서 다 걸겠다”며 응수한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통령도 자신의 정계 진출 명분 쌓기를 위해 직을 건 적이 있습니다. 20201년 이른바 ‘검수완박 사건’이라고 불리는 그때에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대통령은 “100번이라도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총장직을 사퇴했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 4가지 ‘올인’ 모두 검사 출신 인물들이 했다는 것입니다. 법리로 상대방을 이겨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사 시절의 생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야당과 자신들의 논리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유죄를 입증해야 할 피고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의 연설, 2014년)
교황님께서는 일찍이 한국을 방문하실 때 우리나라 공직자들에게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신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소통과 대화보다는 상대방의 입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출된 공직자들은, 각자의 특정 영역(입법, 통치, 견제와 균형 제도 확립)에서, 국민 생활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들을 모색하고 달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09항)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 의해 각 부서 장관으로 임명된 그들의 직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택을 받기 위해 눈도장을 찍고 무리수를 던지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올인이 난무하면 언젠가는 한번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직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많이 이기더라도 한번만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무모한 싸움을 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죄를 입증해야 하는, 자신들이 검사 시절 상대하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상우 신부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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