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합의적 길’, 여성 서품, 사제 독신제 완화도 요청키로
(기사 출처 = NCR)
(레나르도 슐레겔밀히)
독일 교회가 동성 결합을 축복하고, 또한 여성 부제의 서품을 승인해 달라고 로마에 요청할 것을 승인했다.
독일 교회는 지난 3년간 교회개혁 방책을 찾기 위해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일종의 전국 시노드인 ‘공동합의적(함께 걷기) 길’을 진행해 왔는데, 지난 3월 9-11일에 최종 총회를 열고 이와 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현실이 될 것인가? 특히 바티칸이 반대한다면? 그 답은 된다와 아니다이다.
그간 독일인들이 진행해 온 ‘공동합의적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이들이 2019년 전국 단위의 가톨릭교회 개혁 프로젝트로 ‘공동합의적 길’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들이 일으킬 파장이 얼마나 클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톨릭교회 안의 전 세계 보수파들이 분개해 일어섰을 뿐 아니라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종의) 교종청조차도 이들이 내디딘 길을 계속하지 말고 그만두라고 명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동성 결합 축복, 여성이 강론할 권리, 여성 서품, 그리고 성 이론(gender theory)을 받아들이자는 생각은 최종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총회는 대의원 200여 명으로 이뤄졌는데, 절반은 주교, 절반은 평신도였다. 심지어 주교의 3분의 2 이상이 이번 개혁안에 서명했다.
이러한 개혁안이 압도적 찬성을 받았다고 해서 그대로 현실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일부는 결코 현실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자면, 진보적 교회를 위한 독일 교회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 동성 결합 축복을 결의한 데에는 어쩌면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을 것도 같은데, 게다가 그는 독일인도 아니다. 요한 보니 주교는 이웃 나라인 벨기에 플랑드르(플랜더스) 지방 안트베르펜(앤트워프) 교구 주교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이번 총회에 공식 옵서버 단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다.
총회 중, 그는 연단에 나와 참석자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독일인들이 지금 싸워 얻으려 하는 모든 것을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교회에서는 이미 실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의 아무런 논란이나 떠들썩한 언론 보도도 없이 말이다. 플랑드르 지방의 가톨릭교회는 이미 2022년부터 동성 결합 축복을 허용하고 있고, 게다가 (독일 교회에 그런 것처럼) 교종이나 교종청이 (막으려)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플랑드르 지역 교회로부터 다 통보받았음에도.
보니 주교가 해 준 이야기에 총회 참석자 일부는 분명 마음을 바꿨으며, 안건 통과에 필요한 숫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플랑드르 지역 주교들은 지난해 가을 교종청 정기 방문을 했으며 이때 교종에게 자기들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렇게 물었다. “이것은 여러분의 만장일치로 바라는 바인가요?” 만장일치였다. 그러자 교종은 이를 용인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플랑드르 주교들은 거의 곧바로 동성 결합 축복을 실행했다.
플랑드르 주교들이 프란치스코 교종을 만나기 겨우 며칠 전에, 독일 주교들도 교종청 정기방문을 위해 로마에 갔다. 이때 동성 결합 축복은 안건이 아니었다고 보도했지만, 분위기는 아주 서리가 내린 듯했음이 분명하다. (역자 주: 교종청(사도좌) 정기방문은, ‘앗 리미나’라고도 한다. 전 세계 주교들은 주교회의 별로 3-5년에 한 번씩 로마를 방문해 교종을 만나고, 교종청 부서들과 필요한 협의를 한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교종과 지역 교회 간의 친교를 위한 제도다.)
얼마 뒤 교종청에서 내놓은 문서에 따르면, 교종청의 여러 추기경은 ‘공동합의적 길’의 중지를 촉구했다. 독일 주교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 뒤 독일 주교 일부는 (교종청 고위 관리들이) 자기들을 ‘어린 학생’을 대하듯 말했는데, 자신들은 그런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보니 주교는 이번 총회 자리에서 이런 대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마 교종청 관리들은 독일 사람들을 만난 뒤라 좀 피곤했던 것 같다”고 농담했는데, 플랑드르 주교들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교종청 측에서 저항이 적었던 한 이유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독일 주교회의와 플랑드르 주교회의는 아주 다르다. 독일 주교회의는 구성원 주교가 거의 70명이지만 플랑드르 주교회의는 8명뿐이다. 또한 독일 주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철저하고, 더 대결적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교회가 진행한 ‘공동합의적 길’은 3년 넘게 동성 결합 축복을 공개적으로 토의해 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깊이 있는 신학적 설명도 정리해 냈다. 플랑드르 주교들은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합의를 이룬 뒤, 로마에 가서, 교종청과 비공식적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종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한 뒤에야 일을 공개했다.
독일 교회의 접근법은 이에 비해 처음부터 훨씬 대결적이었다. 2021년 봄 교종청이 동성 결합 축복을 금지하는 문서를 발표하자, 100명 넘는 저명한 독일 사제들이 아주 공개적으로 앞장섰다. 독일 쪽에서 내놓은 제안들에 대한 교종청의 뿌루퉁한 분위기는 그 누구에게도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독일 교회는 공식적으로 동성 결합 축복을 허용한다. 바로 내일부터 시작할까? 아니다. 독일인들이 늘 그렇듯, 그것은 좀 더 복잡한 문제다. 독일 사람들은 먼저 동성 결합을 어떻게 축복할 것인지에 관해 전례적, 사목적 지침부터 만들 것이다. 한 위원회가 이 문제를 정리하는 데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년 뒤에도 동성 결합 축복식은 독일 어디에서든 모두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동합의적 길의 투표 결과를 개별 주교가 준수할 의무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명백히 알려졌다. 독일에는 27개 교구가 있는데, 이 가운데 교구장 4명은 반대표를 던졌고, 3명은 기권했다. 그러니 상당수 교구에서는 그 아무도 교구장 주교가 동성 결합 축복을 실행하도록 할 수 없다.
이러한 교구에서는 일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독일 주교회의 의장인 게오르크 베칭 주교는 신자들이 동성 결합 축복을 요청하지 않을 교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교종청도 다시금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동성 결합 축복을 금지한 교종청의 2021년 문서의 뜻과 반대로 갈 것을 주교 대다수의 공식 투표로 명시적으로 밝혔다. 교종청이 다시 개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베칭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성령을 믿습니다.”
동성 결합 축복이 독일에서 언제 어떻게 실행될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일부 언론보도에서처럼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결정이 독일에 국한되지 않고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플랑드르처럼 한 작은 주교회의가 똑같은 변화를 일으키면 그것은 좀 쉽게 무시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처럼 크고 영향력도 센 교회가 그런다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
독일 교회는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도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 영향력이 크다. 독일인들은 제대로 된 신학적 바탕 위에서 강력한 태도를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시노드 절차에 대한 의견조사가 우리에게 보여 주듯, 독일인들은 홀로 개혁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더 진보적인 교회를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처지에서 강력한 동맹자를 갖고 있다.
(레나르도 슐레겔밀히는 독일에서 가장 큰 가톨릭 라디오인 쾰른의 <DomRadio.de> 편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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