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 성 요한 보스코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알아차리기

나의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다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

그 사람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최근 많은 기관과 수도회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세대로 지칭되며 여러 방법으로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어른들의 수고가 대단하지요.

저 또한 새롭게 주어진 소임은 청년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청년들을 만날 구실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재밌는 프로그램들을 만든다면 청년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소임을 시작하기 전 걱정만 가득했던 시기에 한 신부님과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왜 하는지가 더 중요하지요. 청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왜 만나려고 하는 거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앙 전수뿐입니다.”

긴 대화 끝에 찾은 것은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고 싶다’라는 단순한 마음이었습니다.

 

꽤 혼란스러운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도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질문하며 삶의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 혼란한 모습조차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아니어도 괜찮아.’ 어쩌면 너무도 뻔한 말이 그 누구에게 들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울릴 때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다림인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만 상대방이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과 머리로 중요하다 여기는 것에 집중할수록 하느님의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발견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나의 무엇인가로 그 공백을 채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매 순간 끝없이 나를 기다려 주신 것 처럼 저도 조용히 청년들을 기다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아차리도록 돕는 일뿐입니다.

오늘은 와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그저 눈인사만 주고받았더라도 함께 있었던 시간에 고맙다고 말해 봅니다.

어쩌면 인내심이 없는 것은 저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예수님이 손을 뻗어 그들을 잡으실 때 용기 내어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길 바라 봅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라는 뜻이다.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 마르 5,41-42

 

이지현

성심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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