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소년 사목 연구자 정준교 소장(다음세대살림연구소)

주교회의, 청소년 사목 위기 분석한 지침서 펴내 
퀴즈는 잘 풀지만 신심은 깊지 않은 청소년들
신앙생활이 길어질수록 기쁘지 않고 성당 떠나고 싶다?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 위해 본당 공동체가 함께해야

청소년 사목이 위기라고 한다. 청소년들은 “주일학교를 졸업하면 더는 성당에 안 나올 거야”라고 툭툭 말하고는,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졸업하면 그 말대로 한다. 청소년 사목을 연구하는 정준교 소장은 성인이 되면서 성당에 더는 오지 않는 현상이 요즘 들어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 교회가 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음에 주목한다.

지난해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펴낸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이하 지침서)는 청소년 사목 위기 원인을 분석하면서 청소년 사목의 개념부터 다시 정의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의 방향을 제시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청소년 사목이 위기임을 진단하고 연구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침서 제작 과정에 참여한 정준교 소장을 만나 청소년 사목의 현실과 지침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40여 년 가까이 주일학교 교사를 맡아 왔던 정 소장은 청소년 사목의 위기가 교회 안의 오랜 문제임에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적도 있지만, 지침서가 나온 자체가 변화이고 희망의 단초로 여긴다.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정준교 소장. (사진 제공 = 정준교)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정준교 소장. (사진 제공 = 정준교)

- 지침서를 만든 계기가 있을까요?

정준교 소장 : 지침서가 나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한 요인이 세월호 참사입니다. 당시 세월호 참사 전과 후는 달라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잖아요. 저희도 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이 지침서예요. 청소년 사목이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지만 적어도 한국 천주교회에는 이 지침서가 나온 것이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 “지침서”를 보면 실천 없이 오랫동안 논쟁만 반복해 온 것이 청소년 사목이 역동적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23쪽) 그러면서 그 “해묵은 논쟁거리”로 가치의 문제(신앙을 어떻게 심어 줄지), 청소년 사목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문제, 사목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문제를 들었는데요, 지침서에서 말했듯이 오랫동안 청소년 사목 위기의 원인에 관한 논쟁이 지속돼 왔는데도,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준교 소장 : 교회 안에서 청소년 사목의 문제점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 지침서에 나온 대로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청소년 사목에 계속 매달려 온 신부님과 여러 사목을 하는 가운데 청소년 사목을 맡았던 신부님들과는 의식 차이가 큽니다. 또 본당마다 규모나 공동체 환경에 따라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사목할지 달라집니다. 초등부 인원이 100명이 넘는 본당과 1-2명뿐인 본당을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없어요. A와 B 본당을 경험했어도 C와 D 본당을 경험한 사람과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신부님들 사이의 청소년 사목에 대한 비전, 방법론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습니다.

본당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차례대로 유아세례, 첫영성체, 주일학교에 보내라고 합니다. 신자 입장에서 신앙교육은 의무예요. 그런데 내가 갈 수 있는 A와 C 본당의 여건이 다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한 곳은 상대적으로 좋고, 다른 한 곳은 열악하고요. 공교육에선 학생 수에 차이가 있을 뿐, 산간이나 도시나 기본적 인프라는 같아요. 선생님들은 동일한 교육을 받았고, 교과 과정도 같고요. 주일학교는 의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본당마다 여건과 시설, 지원 차이가 커요. 실질적으로 보편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2019년 세월호참사 기억 순례에 나선 광주대교구 청소년, 청년들. ⓒ정현진 기자<br>
2019년 세월호참사 기억 순례에 나선 광주대교구 청소년, 청년들. ⓒ정현진 기자

- 지침서 제작을 위해 청소년들과 청소년 사목 관련자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지난 5월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세미나에서 “청소년들은 교회를 걱정하고 있었고, 주일학교, 청년회를 거치면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성당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성당에 남은 소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고 그 내용을 일부 소개하셨습니다. 연구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본 청소년 사목의 현실은 어떤가요?

- 지침서 제작을 위한 연구 과정

정준교 소장 : 각 교구는 이미 청소년 사목의 현실이 어려운 것을 인식하고 시노드 때마다 청소년 관련 설문을 했어요. 그래서 자료가 남아 있는 교구의 것들을 찾아봤는데, 거의 답변이 같았어요. 교구마다 상황이 다른데 왜 답이 같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어, 질문지를 봤더니 질문 내용이 같았습니다. 청소년 사목의 현실은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질문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각 지역의 현실에 맞는 질문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먼저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지를 만들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학술논문을 쓸 때 요구되는 수준의 엄격한 기준으로 인터뷰와 설문지를 설계했어요.

(지침서는 2015년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안에 청소년 사목지침서 분과를 두면서 구체화했다. 2016년 3-9월 군종교구를 제외한 15개 교구의 사제, 수도자, 교리 교사, 학부모, 청년,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청소년 집단과 더불어 냉담자, 신자가 아닌 이들까지도 연구 대상에 포함해 인터뷰했다. 앞선 이 질적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 8월–2017년 1월 123개 본당을 무작위로 추출해 설문조사를 했다.)

- 이 연구를 통해 본 청소년 사목의 현실

정준교 소장 : 지침서를 만들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인데요, 바로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기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엄마나 할머니가 가라고 해서 성당에 가고, 주일학교에 열심히 오는 아이들도 주일학교를 마치면 더는 성당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는데,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전에는 너무 당연하게 지나쳤지만 솔직하게 드러난 면이 있습니다. ‘성당에 오래 나오면 오히려 신심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성당에 오래 나오면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청소년 사목의 전제는 어릴 때부터 청소년까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이어가게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성당에서 지낸 기간이 길수록 신심이 더 떨어지더라는 거예요. 초등부, 중고등부 교리를 배우고 졸업할 때가 돼도 퀴즈는 잘 풀지만, 이제 막 첫영성체를 받은 아이들과 신심의 깊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어요. 어른도 마찬가지더군요. 봉사 기간이 길수록 언제 그만둘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을 신부님, 수녀님들이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말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한 게 아니라 주어진 현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2021. (표지 출처=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 청소년 사목의 위기, 신앙생활이 기쁘지 않은 청소년을 위한 방법

정준교 소장 :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신앙에서 기쁨을 강조하는데 현실은 왜 기쁘지 않을까요? 자신이 왜 신앙생활을 하는지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이것을 연구자들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라는 말로 개념화했습니다. 즉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기쁘지 않은 것입니다. 저희가 내린 결론의 신빙성을 나중에 교황님의 책을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에서 하느님과의 동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라는 개념이 보편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쭉 동반하고 있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신앙생활을 오래 해도 기쁘지 않은 이유라고 이해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게 하면 되는 거죠. 예수님이 자신과 동반하고 있는 것을 알게 하고, 그 과정에서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이루면 아이들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렇게 답을 구한 지금은 청소년 사목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내용에 긍정적이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미 청소년들과 동반해 왔고, 했는데 잘 안되었다고 말하세요.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면 동반을 한 것이 아니라 동행을 한 것입니다. 청소년과 함께하면서 즐거운 추억은 만들었지만, 하느님 체험을 한 것은 아닙니다. 동행에 머물지 말고, ‘동반’해야 합니다.

“지침서는 특별히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함께하시며 그들에게 복음이 되어 주셨던 예수님의 모습’에서 청소년 사목의 핵심 원리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복음화를 위한 동반자로서의 현존입니다. 교회는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청소년과 함께하는 동반의 예술에 적극 동참하기를 희망합니다.”(39쪽)

- 지침서는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고, 어떤 마음으로 청소년을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사목에 임할지를 배우는 데 유용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준교 소장 : 구체적으로 방법의 문제로 들어가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부님들에게 청소년기에 하느님과 동반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물으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없어요. 자신이 알아야 전달도 하는데, 경험한 적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정말 어려울까요?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 가운데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이룬 사람들이 알려주면 됩니다. 평생 제대로 된 스승 한 명만 만나면 삶이 달라지듯이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신심 깊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면 됩니다. 본당에 그런 사람 몇 명은 있을 겁니다.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경험한 이들을 청소년과 만나도록 공동체가 함께하면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저희 본당에서는 같이 기도하는 공동체 체험, 본당의 다양한 사람들을 아이들과 만나도록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나의 삶에 예수님이 동반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노달리타스가 중요합니다. 지침서에서는 ‘교육 사목 공동체’라고 표현했는데요, 청소년 사목은 교리교사나 사제에게만 맡기고 그들에게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됩니다. 본당 전체가 매달려야 합니다.

- 끝으로 청소년 사목에 관해 강조하고 싶은 것들 이야기해 주세요.

정준교 소장 : 청소년들에게 꿀 떨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인사 안 해?, 떠들지 마’ 같은 정떨어지는 말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는 것을 알게 하면 좋겠어요.

예전에 수원교구 청소년 지침서를 만들 때 인터뷰했던 한 아이가 성당에서 놀던 곳이 주차장으로 바뀌었다며 더는 우리가 있을 곳이 없다고 했어요.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죠. 청소년에 관심을 두자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성당이 아이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아요. 좀 더 청소년 친화적이고 청소년을 환대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실 교회가 다른 분야도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지만, 지금의 청소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럽처럼 신자가 없어서 성당을 파는 모습이 닥칠까 봐 걱정하시는 신부님들도 있습니다. 제발 더 늦기 전에,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 수준 정도의 제대로 된 연구, 미래의 준비를 위한 연구에 교회가 제발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지침서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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