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쓴 31개 편지 병풍에 담아 교황청으로
수녀들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자필 편지들을 모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다.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위원회(이하 여장 민화위) 수녀들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하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기도를 전구하는 내용으로 민회위 위원 수녀들이 직접 쓴 편지를 모아 병풍을 만들었다.
여장 민화위원장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총무 진일우 수녀(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서기 김유나 수녀(살레시오 수녀회)는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5일 서신으로 꾸민 병풍을 교황청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여장이 지난 2021년 11월 이백만 전 대사(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초청해 진행한 특강이 이번 서신 발송의 계기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여장 민화위 수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그 어느 교황보다 한반도에 대한 애정이 크고, 특히 분단 극복 및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여장 민화위 수녀들은 감사의 마음과 민족화해를 위한 다짐을 전하고, 한반도를 위한 더 많은 기도를 교황에게 전구하며 편지를 써 보내기로 하고, 각 위원 수녀들의 자필 서신과 그림, 사진 등으로 꾸며진 병풍을 제작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녀들은 이번 서신이 남북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하나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했다.
먼저 이선중 수녀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염원과 더불어 교황님을 위해 많이 기도했는데, 최근 교황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에 더 많이 기도했다”면서, “평창 올림픽, 4.27 남북정상회담 같은 감격스러운 만남은 아니라 해도 교황님께 드리는 우리의 기도와 다짐이 평화의 밑거름이 되고, 정부가 바뀌었어도 민족화해와 관련해서는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일우 수녀도 “교황님의 한반도 평화를 향한 그간의 지향과 노력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교황님의 도움과 전구로 평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면서, “남북의 평화가 이번 서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시 상기되고, 남북 관계의 상태를 떠나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교황님께 서신을 보낸다는 소식을 알린다”고 말했다.
자필 서신이 담긴 병풍을 만드는 데는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한국 성모자상을 좋아하고, 한국 전통 디자인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한현택 신부(대전교구)의 조언에 따라 편지를 병풍에 담기로 했다. 한 신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교황 알현 당시 통역을 맡은 바 있다.
위원회에 소속된 수도회 28개, 수녀 위원 40여 명의 편지를 모두 담기는 어려워 수도회별로 대표 수녀 1명씩 손수 편지를 써 편지 28개를 모았다. 민화위 임원진은 각 수도회 대표들에게 한지와 볼펜, 회신 봉투까지 보냈다. 편지에는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각 수도회 사도직의 특성과 민족화해 활동상,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와 전구의 메시지가 담기도록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김주영 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와 이기헌 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특별위원회 위원장), 백인실 수녀(여장 21대 회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동참해, 병풍에는 모두 자필 편지 31장이 들어가게 됐다.
병풍 앞장 첫 면에는 심순화 화백의 작품인 ‘한국의 성모자상’, 마지막 장에는 수녀들의 얼굴 사진과 무궁화로 꾸며진 한반도 지도가 담겼다. 지도 편집은 최수지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가 맡았다.
병풍 뒷장 첫 면과 마지막 면은 한국의 꽃이 담겼다. 지혜 및 냉철한 이성, 동시에 사랑을 상징하는 붓꽃과 교황직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명예와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능소화를 그려 넣었다. 꽃 그림은 정인화 수녀(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의 작품이다.
편지글 번역은 신승화 수녀(살레시오회), 포토샵과 편집은 이석주 수녀(살레시오회)가 맡았으며, 편지의 번역문은 병풍과 똑같은 구성의 리플릿에 담겨 병풍에 동봉됐다.
이번 서신은 오는 15일 주한 교황대사관 외교 행랑을 통해 교황청으로 발송되며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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