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성소수자, 세월호 등 특정 광고 지속 거절
장애인 이동권 투쟁 폄하, 내부 대응문서 등 논란
인권위 개정 권고 불수용 보도 뒤에야 개정으로 선회
시민사회 단체들이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에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 자유를 침해하고 차별을 낳는 교통공사의 광고관리 규정(이하 관리규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6개 단체(416 연대, 416 해외연대,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30일 서울 성동구 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광고규정을 즉각 개정해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교통공사가 그간 페미니즘과 성평등, 성소수자,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게시물 광고를 지속 거절한 것에 이어, 최근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내부 대응문서가 공개되는 등 공공기관으로서 특정 사회 이슈에 관해 차별적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3월 23일 발표에 따르면, 교통공사는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관리규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교통공사는 지난해 10월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취소 재판 선고를 앞두고 지하철역에 게시하려 한 광고를 불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교통공사 사장에게 관리규정 중 ‘<별표 제1호 서식> 체크리스트 평가표’ 점검사항인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는 항목이 자의적으로 해석 또는 적용될 수 있다며 이를 개정 또는 삭제하고, 가능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올해 1월 20일 이 항목과 ‘광고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는 기존 항목을 삭제하는 대신 ‘소송 등 분쟁과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 및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라는 항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개정한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회신 내용처럼 개정될 경우, 인권위 권고의 본뜻과는 반대로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설될 관리규정 항목이 금지광고물 등을 규정한 관리규정 제7조와 광고물 심의기준인 제29조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교통공사가 준용한 광고 자율 심의규정보다 더 좁게 해석돼 광고 내용이 무엇이든 소송과 관련된 사안이면 모두 게재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통공사는 23일 인권위 권고 불수용 사실 공표가 보도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관리규정을 인권위 권고대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6개 단체는 “공사 측이 공사의 중립성, 공공성을 내세우며,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지 안 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면서, “광고 신청 주체의 항의와 논란 끝에 성소수자와 성평등에 대한 몇몇 광고들이 결국 게시됐지만,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광고는 여전히 게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인권의 문제를 단순한 의견이나 중립성과 공공성 위배라며 거절할 위험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교통공사, 장애인 인권운동 폄하 목적 언론 대응 문건 갖춰
지난 몇 년간 민원, 중립성 저해, 사회적 합의 없음 등을 이유로 광고 거부
이와 함께 최근 교통공사가 언론 대응 문건까지 갖춰 가며 장애인 인권운동을 폄하하고 부정적 인식을 퍼뜨린 문제도 지적됐다.
교통공사측 '대응 문건'은 지난 3월 4일 공사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내용에 따르면, 특히 장애인 단체 시위를 대표적 예로 들며, 사회적 약자와 교통공사 간 대응 상황이 발생할 때, 단체 활동가들의 약점을 잡아 언론 플레이에 이용할 것과 활동 과정이나 시위 상황에서 일어난 단체 측의 실수를 부각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기관인 교통공사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이동권이 명시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어떻게 (장애인을) 배제하고 탄압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억압할 궁리 대신 그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며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의 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공사는 인권의 문제를 중립과 분쟁적 사안이라며 외면하지 말라"면서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과 함께 차별에 저항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함께 갈 때,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실현하며 온전히 애도할 시민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공사의 슬로건인 안전한 이동과 편리한 교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지난 2018년 불법촬영에 반대하는 내용의 숙명여대 학생들의 광고도 거절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는 내용의 광고 게재를 불허했다가 인권위 진정 끝에 게시했고, 최근 416 해외연대의 세월호 참사 추모 광고를 신청도 거부했다. 교통공사는 게시 거부 이유로 민원, 중립성 저해, 사회적 합의 없음 등을 들었다.
<서울교통공사 광고 거절 관련 내용>
-2018년 5월 : 숙명여대 학생들의 페미니즘 광고에 대해 “양성평등 광고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거절.
-2018년 6월 :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내에 성, 정치, 종교, 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는 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 발표 뒤, 비판이 일자 철회.
-2019년 12월 : 의견광고의 경우 외부 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기로 광고관리규정 개정. “정치, 성별 영향, 이념, 인권, 종교 영향, 기타 사회적 논란 및 민원 발생 가능성”이 심의기준으로 제시됨.
-2020년 5월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는 광고 신청 불승인. 단체의 재신청과 인권위 진정 제기로 같은 해 7월 광고 게시됨.
-2021년 8월 :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신청한 변희수 하사의 사진과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 차별할 수 없습니다”는 문구의 광고 신청 불승인.
-2021년 10월 : 인권위 서울교통공사에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관련 광고관리규정 개정 또는 삭제 권고.
-2022년 2월 : 4.16해외연대의 세월호참사 주기 추모 광고 신청에 대해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이 표출돼 있어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불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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