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순국 112주기 추모미사로 봉헌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6일 안중근 의사(토마스)를 기리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은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112주기가 되는 날이다.
서울대교구는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이라는 이름의 미사를 시작하면서,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는 미사를 첫 지향으로 정했다. 이 미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신앙 선조를 기리고 그 모범을 따르자는 뜻에서 마련됐으며, 앞으로 1년에 두 번 상하반기에 봉헌된다.
이날 미사는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가 집전하고,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와 유경촌 주교, 사제와 신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한 안중근 의사의 살신성인에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면서, “물질적 풍요로움 안에서 개인적 행복에 안주하려는 우리에게 참 평화의 건설 없이는 개인의 확고한 안녕이 있을 수 없음을 일깨우고, 참된 평화는 상호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역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와 분단이 고착돼 가는 한반도에서 평화의 순교자로서 안중근 의사는 우리에게 평화를 건설하는 사도가 되라는 가르침을 준다”면서, “우리 신앙인들이 어떻게 평화의 사도 역할을 할지 묵상하고 실천할 방도를 찾기로 결심해 보자”고 요청했다.
십계명 어긴 죄인이란 규정에도
역대 서울대교구장들 안중근 의사 추모
정순택 대주교는 안중근 의거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가 그를 십계명을 어긴 죄인으로 봤던 것과는 달리 그간 한국 천주교회, 그 가운데 서울대교구가 안중근 의사를 기려 온 역사를 설명했다.
먼저 노기남 대주교는 안 의사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졌다. 노 대주교는 한국인으로서 처음 임명된 교구장(당시 서울교구, 1942-67년 재임)이었고, 그의 일기 수첩을 정리한 ‘노기남 대주교 연보’(한국 교회사연구소)에는 1947년 3월 26일자에 “안중근 토마스 37주년 대례연미사 거행”이라 기록돼 있다.
정 대주교는 “노기남 대주교님은 큰 예를 올리는 미사(대례미사)를 봉헌했고, 해방 직후 귀국한 안 의사 가족들에게 명동성당 안에 있던 가옥과 생활비를 지원해 주셨다”면서, “1950년대 당시 이승만 정권이 상해 임시정부 출신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주최하는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를 막기 위해 장소를 허락하지 않을 때마다 명동성당을 내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노기남 대주교는 은퇴 뒤인 1979년 9월 2일 명동대성당에서 안 의사 탄생 1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그 후임인 김수환 추기경은(1968-98년 재임) 공식적으로 안중근 의사 추모 미사를 처음 집전하고, 그의 의거가 가톨릭 신앙에 위배되지 않음을 공식 천명했다.
“일제 치하의 한국 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 가지 과오를 범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오에 대해 교회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할 것이고, 속죄를 해야 한다면 속죄를 하겠습니다.”(1993년, 김수환 추기경)
정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이 1993년 ‘안중근 토마스의 신앙과 민족운동’ 심포지엄과 추모 미사에서 했던 말을 소개하며, “교회를 대표해 지난 역사의 해석 오류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명백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 의사의 삶은 크리스천 생활의 모범이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소명 실천에 투철했을 뿐 아니라 기도 생활과 수덕 생활에도 철저했습니다.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서 풍전등화와 같았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땅의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행한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와 의거로 보아야 합니다”라고 한 말에 대해서 정 대주교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해석이라고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진석 추기경(1998-2012년 재임)은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때 명동대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차원에서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안 의사의 추모 미사를 공식 봉헌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염수정 추기경(2012-21년 재임)은 2011년 “안중근 의사의 행동이 더 큰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안중근 의사 시복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안중근 의사의 수감 당시 유묵을 기증받아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전시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고 황은주 여사의 영결식을 집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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