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상 재택치료 제외 대상인데도 방치
복지부 ‘시설 내 재택치료’ 현실성 없어

홈리스행동이 23일 격리 및 치료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홈리스 등 주거취약계층 확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연일 폭증하며 조만간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방역지침이 재택치료로 전환되자 홈리스 등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에 있는 확진자들이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지역의 쪽방 주민 A 씨는 보건소에 쪽방 거주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약 타신 후 집에 계시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는 화장실조차 없는 좁은 방에서 수일 동안 자가격리(재택치료)를 해야만 했다.

뇌전증 환자이며 같은 지역 쪽방에 사는 B 씨도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생활치료센터 입소나 생필품 지원 등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하고, 7일 가까이 자신의 쪽방에 머물러야 했다.

이처럼 오미크론 감염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생활치료센터나 임시생활시설 입소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하고 재택치료 대상자로 분류되는 쪽방 주민들이 늘고 있다.

홈리스행동은 이를 주거취약계층 확진자에 대한 방역 상 방치로 보고 있다.

14일 개정된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제12판)에 따르면,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고시원, 셰어하우스, 노숙인 등)에 있는 자”는 재택치료 제외 대상이자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련 지침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아, 주거취약계층인 확진자들이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감염 취약 주거에 방치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지침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시설 내 재택(격리)치료 방침도 문제다.

한 병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 ⓒ김수나 기자
한 병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 ⓒ김수나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노숙인 복지시설 내 집단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시설 내 재택치료’ 업무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증 환자 상당수가 노숙인 시설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고, 전 국민 재택치료가 원칙인 상황에서 노숙인만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은 성명에서 “시설 내 재택치료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설 내 재택치료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노숙인 복지시설의 전반적인 시설 여건상 현재 시설 내 재택치료를 공식화하는 것은 안일하고 위험한 행정이란 것이다.

노숙인 복지시설의 32.2퍼센트는 격리 공간을 갖추지 못했고, 격리 공간이 있다 해도 평균 격리공간의 수가 1.8실에 그치는 점 이마저도 상시 운용 중인 곳은 25퍼센트뿐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노숙인 복지시설이 격리치료에 적합한 환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26부터 11월 16일 동안 전체 입소자의 약 90퍼센트에 달하는 홈리스가 확진 판정을 받아 사실상 시설 운영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서울시 한 자활시설의 사례는 시설 내 재택치료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 이들은 대다수 시설이 기존에 다른 용도였던 공간을 격리공간으로 쓰고 있어 복지서비스의 축소 또는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의 한 노숙인 시설에서 여성 홈리스 수면실을 격리공간으로 전환해 여성 홈리스의 응급 잠자리 이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홈리스행동은 “본인 의사에 따라 시설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홈리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택이 불가능한 제반 조건을 외면한 채 재택치료 원칙을 내세우는 복지부의 행보는 대단히 우려스럽다”면서 “복지부는 원칙을 흔드는 행보를 멈추고 적절한 격리와 치료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홈리스 확진자, 밀접 접촉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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