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평협 여성분과, 여성 신자 의식 조사
세대 간 인식 차이 두드러져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신앙생활에 관한 세대 간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세대는 진보적 인식이 강했고 고령층 여성은 전통적 인식이 두드러져, 이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가 교회 안의 과제로 남았다.

20일 ‘천주교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가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교회 안 여성 인식에 관한 조사를 교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적은 있지만, 여성 신자의 목소리를 중점으로 들은 것은 1995년 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의 조사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 조사연구도 우신연이 맡았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미영 소장(우신연)은 “여성 신자의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에 관한 현실과 인식이 연령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좁혀 자매애를 키우는 것, 전업주부뿐만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성들도 교회 안에서 활동할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앞으로 평협 여성분과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 신자는 모두 1940명이며, 이 가운데 70대가 225명, 60대가 729명, 50대가 61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그에 반해 20대와 30대는 각 48명, 57명으로 약 6퍼센트에 그쳤다. 40대는 267명이 설문에 응했다.

50-60대 응답자가 많은 것은 이들이 현재 본당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20-30대는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응답률이 낮다. 이미영 소장은 이전 조사에서도 젊은 층의 참여가 적었고, 팬데믹 이후 성당 봉사자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 상황이라 비활동 신자가 많은 젊은 층의 응답이 더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 20-30대 응답자의 약 40퍼센트가 주일미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설문은 일상과 신앙생활 전반에 관해 이뤄졌다. 그 가운데 교회 안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어려움과 역할 등을 위주로 살펴보면, 우선 한국 천주교회에서 여성 신자들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약 70퍼센트가 어려움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20-30대의 52.4퍼센트, 40-50대의 38퍼센트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해 연령별 인식에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신자들은 교회 활동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신앙 활동’(40.4퍼센트), ‘주방일, 보조적, 역할 등 고정된 성 역할 요구’(33.6퍼센트)를 꼽았다. 특히, 20-30대 여성은 ‘가톨릭 교리나 제도의 성차별적 요소’와 ‘사제들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다른 연령대보다 많이 선택했다.

교회 내 성폭력 경험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 20-30대의 33퍼센트가 언어, 13.7퍼센트가 신체 접촉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교회 내 성폭력 경험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 20-30대의 33퍼센트가 언어, 13.7퍼센트가 신체 접촉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교회에서 말이나 신체 접촉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20-30대의 33퍼센트가 말로, 13.7퍼센트는 신체 접촉으로 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40-50대는 10.8퍼센트가 말로, 6퍼센트가 신체 접촉, 60대 이상은 4.4퍼센트가 말로, 3.3퍼센트가 신체 접촉으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신자들은 여성이 교회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여성 신자들은 여성이 교회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응답자의 70-80퍼센트는 사목회장, 복사, 성체분배자 등 여성이 교회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는 것에 동의했는데, 특히 20-30대는 90퍼센트 이상이 동의했으며, 이들은 여성 종신부제와 여성 사제에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여성의 교회활동 증진을 위한 과제로는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를, 여성 신자를 위한 교회의 지원으로는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한 상담’, ‘성경 공부’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또 약 65퍼센트가 교회 안 여성 관련 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교회활동 증진을 위한 변화 과제를 묻자,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br>
여성의 교회활동 증진을 위한 변화 과제를 묻자,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미지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소장은 설문에 참여한 20-30대 여성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만, 교회에는 소극적이며 교회의 여성 문화에 비판적 의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40-50대는 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본당에서 일반 신자로 있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 평등에 관한 인식이 있지만 '낀 세대'(70년대 중후반-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로서 부담감과 피로감을 보였다. 60대 이상은 교회에서 가장 적극 활동하며 본당 단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사별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거나 성평등 문화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았다.

이희 씨(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장, 루시아)는 이번 설문에 따라 여성분과의 활동 방향에 관해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을 모색하는 소공동체를 만들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신자를 위한 신앙교육과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화 신부(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장)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교회 안의 성평등, 낙태 등의 주제에 대한 공론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교회 제도에 성차별적 요소나 가부장적 정서가 있다는 의견이나 생명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과 기꺼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신부는 20-30대 응답자 수는 적지만, 이들이 충분히 대변하고 있고, 여성뿐 아니라 남성 신자들도 세대 간 격차로 공동체 안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있다며, 교회 안에서 세대 간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교회 전체가 성장을 멈추고 신자들의 참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여성만의 문제를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책임 있는 직책과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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