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한국신앙과직제 일치포럼 열려

10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이하 한국신앙과직제)가 “재난 시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을 열었다.

한국신앙과직제는 2014년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교단이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연대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협의기구다. 현재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와 이홍정 목사(NCCK 총무)가 공동의장으로 있다. 일치포럼은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1회를 맞았으며, 그리스도교 교파 간 일치 운동을 지속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는 “코로나19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느님과 직접 관계를 맺으라는 교훈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와 예배가 제한된 상황에서 성당과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넘어 하느님이 인간과 직접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임을 확인하고, “성서에서도 인간을 성전”이라고 한다며, 형식과 제도를 벗어나 하느님과 초월적 관계로 승화할 은총의 기회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지금이 자신을 포함해 사제, 목사, 종교인들이 하느님 앞에서 죄인임을 고백해야 할 때라고 회개를 강조하며, “교회가 교회의 이름으로 저지른 잘못까지도 고백하면서 뉘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서, 기도, 미사(예배) 때의 마음을 현실에서 실천해야 한다”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더 많아지고 성당과 교회가 늘어 가는데 왜 세상은 더 어려워지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일치 운동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일치 운동에 대해 공부할 때 “목사와 대화하면서 교리를 두고 논쟁하지 말라.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 용서, 자비, 일치, 화해를 이야기하고 그대로 살아라. 그것이 일치의 비결이다. 교리를 말하는 순간 일치가 될 수 없다”고 배웠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1970년대 억울하게 구속당한 사람들을 위해 목사들과 함께 기도하고, 힘을 모으는 활동을 하며 일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체험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함 신부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회가 고난받는 민중 속의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교 초기에 “박해받고, 빼앗겼던 교회”를 생각하며, 억울하고 가난하고 약한 형제자매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나아가 “우리 교회 구성원들이 박해받고, 약한 이들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 (이미지 출처 = 한국신앙과직제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br>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 (이미지 출처 = 한국신앙과직제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토론자로 참여한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함 신부가 강조한 공동선과 상호관계성에 공감하며, “재난의 시대에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재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외적으로 대형화, 제도화된 교회가 영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교회는 본연의 고유한 역할인 영성을 현대인의 상황에 맞게 개발하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교회의 영성화”를 위해, 박 신부는 개인 기도와 명상에 대한 교육과 실습 확대, 젊은이들을 위한 소그룹 기도모임 확대, 중세 영성을 넘어 현대에 맞는 영성 개발, 각 개별 교회에서 영적 지도와 심리치료를 함께할 수 있는 인재 양성 등을 제안했다. 그는 “교회의 영성화는 지금까지 인간 중심으로 생각해 왔던 패러다임을 하느님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주진 박사(평화갈등연구소)는 교회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우선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성직자들이 의도적으로 교회와 신자들의 생활을 사회와 분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일부 성직자들이 “교회는 선이고 사회는 악”, “교회는 신앙공동체로서 교회 안의 활동은 사회의 세속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제를 두고, “교회는 자발적으로 사회와 분리되는 높은 벽을 쌓는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는 사회가 교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성찰해야 하지만, “세속적 사회가 성스러운 교회를 판단하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오만한 태도로 그런 접근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교회가 보인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면서 사회가 평가하는 교회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10일 21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미지 출처 = 한국신앙과직제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br>
10일 21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미지 출처 = 한국신앙과직제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정 박사는 사회가 종교집단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교회에 비판적인 것이라며, 희망이 사라지고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서 교회가 고유의 종교적 역할에 충실해 세속적 이익과 거리를 두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와 사회가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려면 사회가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역할을 요구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중요한 구성 집단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와 빈곤 문제, 기후위기,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교회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제시한 정 박사는 이런 주제들로 신자들과 대화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빈곤 문제와 관련해, 그는 “단순히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도들이 부의 축적 방식을 성찰하고 반성하도록 교육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윤리적 방식으로 부를 쌓고 노동자를 대우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기후위기를 야기한 선진국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이 떠안는 상황에 대해 교회는 윤리적 차원에서 기후정의 문제를 신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특히, 그는 교회가 신자들을 민주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그에 앞서 교회 내 민주화에 대해 성찰했다. 그는 성직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의 수직적 구조와 문화를 언급하며,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에 가장 뒤처진 곳이라는 점이 유감스런 일이고,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민주적 방식을 요구하는 신자들을 교회가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배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교회가 민주 시민을 기르는 역할을 하면 “교회와 사회는 불화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고, 민감한 사회적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적어도 힘을 과시하거나 극단적 방식으로 교회와 사회가 대립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