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영성 다룬 “미소는 나의 소명” 저자 김효성 수녀 인터뷰

노인 인구가 많으면 문제라는 인식 돌아봐야
노년기의 초월성에 관심 모아야 노인 혐오 등 달라질 것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것이 주님의 생생한 창조이듯이, 가을에서 겨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창조에요. 우리가 죽어 가는 것도 하느님이 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니 신자에게 있어 죽음은 하느님의 창조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늙고 죽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김효성 수녀가 해맑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죽음도 창조”라고 말하는 그 순간, 늙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고 설레기까지 했다. 점점 약해져서 죽어 가는 것이 인생의 끝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창조라고 관점을 바꾸면 나이 드는 게 서럽지만은 않다.

얼마 전 출간된 노년기 영성을 다룬 책 “미소는 나의 소명”을 쓴 김효성 수녀(성심수녀회 예수마음배움터 관장)를 만났다. 김 수녀는 50대 중반 2011-13년까지 캐나다 ‘몬트리올 통합 양성 교육원’에서 심리재교육학을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노년기 수도생활 준비를 돕는 영성교육을 해 오고 있다.

“미소는 나의 소명”을 읽으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나 교회가 늙어간다며 이를 ‘문제’라고 여기는 사회적 관점을 돌아보게 됐다. ‘젊은이들로 가득해야 교회가 활기차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만히 살펴보면, ‘노인은 쓸모없고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시각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킨 10대들, 에어컨을 틀었다는 이유로 80대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은 자식만이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학대하고 혐오하는 일이 일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 수녀는 “점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의 흐름에서는 노년들이 주는 가치가 빛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을 문제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마치 정상인들이 따로 있고, 노인들은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처럼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그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를 알 수 있듯이, 교회 곧 본당 공동체가 노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복음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고 있는지가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물학적 나이, 법적 나이, 사회적 나이 말고도 “내면의 나이”가 있다며, “100살 할머니를 그저 얼굴에 주름이 많은 한 노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할머니의 미소 안에 담긴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기에 드러나는 초연함이나 초월성은 그저 늙어 기가 꺾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르익은 철학자의 모습”이다. 그는 “노인 연금이나 지하철 요금 무료 등 사회적 복지는 늘었을지라도, 내면의 나이가 성숙한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노년기의 초월성에 일찍 관심을 두었다면, 노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을 것이란다. 

지난 8월 "미소는 나의 소명" 북콘서트에서 김효성 수녀의 모습. 북콘서트 영상은 생활성서사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생활성서사)
지난 8월 "미소는 나의 소명" 북콘서트에서 김효성 수녀의 모습. 북콘서트 영상은 생활성서사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생활성서사)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노인과 함께하면서 삶을 통합적으로 보라는 것
교회, 노년기 수도자, 사제를 위한 구조적 대안 마련해야 
노년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예언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

얼마 전 가톨릭교회는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만들어, 매년 7월 넷째 주일에 기념하기로 했다. 교황청은 “교회 공동체가 언제나 노인들과 함께 있고자 한다”고 강조하며, 조부모와 독거노인을 방문하는 사목 지침을 냈다. 김 수녀는 이 날을 만든 의미가 단순히 노인을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나도 언제가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내 삶 속에서 나이 듬을 자꾸 끼워 넣고 삶을 통합적으로 보는” 폭넓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삶의 최종 목적지는 죽음이고, 각자가 이뤄야 할 현실이에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내 삶에서 노인을 잊지 않고 함께하는 것으로 미래의 나의 모습을 계속 상기시키려는 거에요.”

김효성 수녀는 의정부교구 노인사목부에서 매일 노년기 신자에게 교황의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본당 활동이 어려워지자 노인사목연구위원회가 함께 기획한 것이다.

그는 평신도뿐만 아니라 노년의 사제, 수도자가 많아지면서 교회가 “쾌적하게 나이 들 수 있게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성심수녀회 예수마음배움터에서 ‘아름답게 나이 들기’라는 노화의 영성을 교육하는 것도 노년기 수도생활 지원의 하나다. 82살 수도자도 이 수업을 듣는다.

몬트리올에는 장상연합회 차원에서 모든 수녀회가 공동으로 만든 노년기 수도자를 위한 집이 있다. 나이 들어 자신이 속한 수녀회에서 돌봐 줄 이가 없어도 이곳이 있어 안심할 수 있다. 성당과 식당, 물리치료실 등이 갖춰진 이곳은 마치 공동 수녀원 같아서 각 수도회의 은사를 살면서도 가까이에서 의료 혜택을 받고, 영적 생활을 할 수 있다. 김 수녀는 이 공간을 소개하면서, “쉽지 않겠지만, 우리도 곧 마주할 현실이기에 공동체 차원에서 안정되게 노년을 보낼 수 있게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사회와 교회뿐 아니라 나이 드는 ‘나’의 노력도 중요하다. 그가 공부한 심리재교육학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성장한다.” 사람은 ‘인간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 생명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 힘’으로 발휘할 때, 언제라도 성장할 수 있다.”

김 수녀는 “우선 나이 들며 몸이 약해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약해진 나를 돌볼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꾸만 젊을 때의 영광을 떠올리며, 이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면 노화를 인정하기 힘들다. 그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관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남은 힘으로 스스로를 돌보려는 노력에서 자율적 힘이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성서에서 노인은 예언자로 자주 등장한다. 김 수녀는 통찰력을 갖춘 예언자의 용기 있는 발언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깨어나게 하듯이, 교회 안에서 나이든 이들이 이런 예언자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 성추행에 대해 용서를 구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50대였을 때는 미처 용기를 못 냈지만, 65살이 넘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망신시키지 않고, 사람의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사회나 교회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몫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65살 이상이면서 활동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위치에서 예언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어른들이 자문으로서 예언자 역할을 하면서도 꼰대로 보이지 않으려면, 젊은이들과 연대하고 대화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바로 이런 예언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다. 교회 안에서 더 젊고 빠른 세대들의 손을 빌려, 신속히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데 있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상적 방식은 없다. 그러기에 저마다 고유한 삶의 방식과 속도를 발견하는 것이 노년기를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비결이다.”(“미소는 나의 소명”,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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