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 온라인 강연회
미국과 중국, 국제 리더로서 역할 다해야
늘어나는 미얀마 난민 지원 필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국제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제안과 함께 가톨릭 교회가 군부 탄압으로 늘고 있는 미얀마 난민을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가 13일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지형의 이해’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자인 이영철 원장(인문과학원 학림)은 미얀마의 지정학적 특성, 내부 권력구조,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 리더국으로서 미얀마 민주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를 둘러싼 나라 간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라오스,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 중국, 타이가 미얀마의 이웃 나라들이다. 미얀마는 이 나라들 사이에서 다양한 갈등에 놓여 있었다. 

미얀마가 중국의 군사적 수송로 역할을 하게 되면 인도는 중국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인도가 미얀마를 통한 중국의 벵골만 진출을 막기 위해 해군력을 늘리는 이유다. 미얀마는 타이와 천연가스 배관 라인이 연결돼 있고, 무기를 협력하는 관계다. 이 나라들이 있는 지역은 세력을 뻗어 나가려는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부딪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 역시 이 지역에서 공산화 됐던 나라들의 모국으로 동남아시아와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얀마 주변의 여러 나라가 민주체제가 아닌 전체주의 정부이거나 비합법적 정부라 미얀마에 온전한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건강한 국제 리더십 발휘해야....
미국, 의지만 있다면 미얀마 군부 강력 제재 가능

과연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과 제재는 가능한가. 각국 시민사회의 촉구에도 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은 손을 놓고 있고, 미얀마 군부와 협력을 유지하거나 유엔 안보리 제재를 거부하는 나라들로 국제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영철 원장은 유엔 안보리가 작동하려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겠다는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미국이 중국 봉쇄전략을 철회하지 않고, 중국 역시 세력 확장 전략을 멈추지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내 여론 주도층의 역할, 미얀마 군부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그는 “미국의 합리적 지식인층이나 민주당 내 건강한 여론 주도층이 미국 정부의 중국 봉쇄전략 흐름을 변화시키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세계의 민주 질서에 기여해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물론 현 정부가 여론대로 실행할지 미지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의 협력이 어렵다면 미국의 의지만으로 미얀마 군부를 제재할 수도 있다.

이 원장은 “미국이 매우 강력하게 제재하는 북한처럼 미얀마 군부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 현재 미얀마에 대한 제재 수준은 매우 낮아 미국 정부의 의지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행위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았고, 미얀마 민주주의의 회복에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석학들이 중국이 건강한 리더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중국 여론 지도층 역시 중국이 패권 싸움에서 선회해 전 지구인들에게 중국이 지향하는 나라, 건강한 시민사회의 상과 이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영철 원장(인문과학원 학림). (이미지 출처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지형의 이해’ 줌 강연회 갈무리)<br>
이영철 원장(인문과학원 학림). (이미지 출처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지형의 이해’ 줌 강연회 갈무리)
벵골만 일대 동남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확장 정책과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대결하는 곳이다. (이미지 출처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지형의 이해’ 줌 강연회 갈무리)
벵골만 일대 동남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확장 정책과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대결하는 곳이다. (이미지 출처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프란치스칸 JPIC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지형의 이해’ 줌 강연회 갈무리)

민주화 지원금, 미얀마 주교회의 통하면 정확히 전달
군부 피해 떠난 미얀마 난민 지원 시급

쿠데타가 길어지면서 군부 탄압을 피해 이웃 나라로 떠나는 미얀마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영철 원장에 따르면, 한국인들에게 콰이강으로 잘 알려진 노강의 타이 쪽 지류에는 난민캠프가 많다. 미얀마와 타이의 천연 국경의 역할을 하는 이 지류는 강폭이 좁아, 현지인들은 튜브로 출퇴근하는 등 국경의 개념보다는 일상생활 영역이다. 고대부터 통치자의 탄압을 피해 방콕으로 넘어가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 난민 지원사업을 할 때 이러한 지역 문화와 현지 정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황경훈 센터장(아시아평화연대센터)은 최근 타이 치앙마이 교구 사회사목센터가 치앙라이(미얀마와 타이의 접경지)로 몰려온 미얀마 난민을 돕기 위해 물품을 가져갔지만 전달하지 못하고 돌아온 일을 소개했다.

그는 1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한 통화에서 “타이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눈치를 많이 보고 협력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치앙마이 교구가 지원 물품을 싣고 갔지만, 주지사가 전달을 허락하지 않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타이 정부가 강을 건너온 미얀마 난민을 다시 돌려보내거나 근처를 폭격하기도 했다면서 “현재 난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교회가 난민 지원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황경훈 센터장은 마웅 존 원장(미얀마 평신도 선교교육원)이 전한 현지 소식과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전처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나 시위는 하지 못하고, 대신 게릴라식 시위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카친족을 중심으로 한 무장투쟁이 힘을 받고 있고, 정규군이 카친주를 폭격하는 등 확전 양상이며, 장기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웅 존 원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현지 추산 사상자는 1000여 명이다. 그는 군부 탄압으로 대규모 집회는 멈췄지만 시민불복종 운동은 계속되고 있어 물품과 현금 등 한국 교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황 센터장에게 요청한 상태다.

황 센터장은 “은행이 셧다운 돼 모금을 해도 지원금이 정확하게 전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각개에서 모금하는 것보다 구체적 대상을 정해 확실한 전달처를 확보하는 등 지원 창구를 정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존 마웅 원장에 따르면 미얀마 주교회의의 홍콩 계좌가 살아 있어 미얀마 주교회의로 자금을 보내면 확실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모금만 된다면 언제든 바로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제기후종교시민(ICE)네트워크,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프란치스칸 JPIC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 즉각 중단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종교계와 관련 단체 등이 시작한 미얀마 군부 학살 중단 국제서명운동 결과를 러시아, 미국, 베트남, 이스라엘, 인도, 중국, 태국(타이)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 국제서명에는 국내외 약 60여 개 나라에서 5000여 명, 22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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