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노동절 담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향한 “공동선 실현”
“우리의 경제 사회 체제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지 않고 한 사람도 저버리지 않을 때에만, 우리는 보편적 형제애의 축제를 경축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가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담화문을 냈다.
김 주교는 담화문에서 “잉여 노동자”로 배제되고, 일하다 목숨을 잃고, 각종 차별과 착취를 겪는 노동자들의 존엄성과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 전체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맨 나중에 온 일꾼에게도 맨 먼저 온 일꾼과 똑같은 품삯을 내준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태 20,7)를 통해, “(주인은)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인정, 보호하면서 자신의 이윤을 포기하는 희생적 사랑을 실천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생명과 기쁨을 준다”라면서 “그 울림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주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연대를 통해 공동선을 실현하고, 이윤과 효율성보다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먼저 김 주교는 “재화 생산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취급되다 이제는 “잉여 노동자”로 밀려난 이들과 그 가족의 생계에 관심조차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지적했다.
그는 선한 포도밭 주인이 “무관심 속에서 배제된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생명을 먼저 선택하고, 자신의 이윤을 포기”한 것은 “그들은 도구도 잉여 노동자도 아닌, 존중받고 보호해야 할 하느님의 자녀이자, 우리의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주교는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의 구체적 모습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아버지이자 어머니, 남편이자 아내, 아들이자 딸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거리에서, 땅과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만 하는 운송 노동자, 고객의 폭언에도 결코 웃음과 친절을 잃어서는 안 되는 감정 노동자, 허술한 구조물 사이를 다녀야 하는 건설 노동자,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기계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 알 수 없는 화학 약품에 노출된 노동자,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허드렛일을 하도록 강요받는 청소년 노동자, 공장 또는 농촌과 어촌에서 차별받는 이주 노동자, 그리고 원청의 위험을 대리하는 하청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캄캄한 밤, 흐릿한 손전등에 의지한 채 낡은 야외 화장실로 향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더럽고 어두운 움막, 더위와 추위 그리고 화재에 취약한 구조물, 꽁꽁 언 수도와 번번이 끊기는 전기, 그럼에도 적지 않은 1인당 집세는 임금에서 꼬박꼬박 공제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긴 노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예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고된 노동 뒤에 편안하고 안전한 휴식이 절실한 그들은 허술한 잠금장치에라도 자신의 안전을 맡겨 보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그리고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윤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부속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가 배제된 이러한 현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김 주교는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뻐”할 수 있도록 공동선을 향한 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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