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제단 성명, “미국과 중국, 미얀마 시민 항쟁을 정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대전교구, "예수의 십자가 길을 동행한 사람들처럼"
미얀마에서 군부의 진압으로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교구가 미얀마를 위한 연대를 선언하고 있다.
광주에 이어 대전과 인천에서도 미얀마를 위한 미사가 진행됐으며, 춘천교구는 지난 28일 주일, 각 본당에서 미얀마 평화를 지향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먼저 29일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정의평화위원회는 교구청 성모당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민주주의 염원”을 위한 미사를 진행했다.
이날 미사에서 인천교구 사제단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철회와 민주화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성명에서 “폭력을 동반한 정권은 정당하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행한 모든 폭력에 대해 통회하며 유혈진압을 즉단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미국과 중국은 패권주의 악습을 버리고 미얀마 시민의 항쟁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며, 세계 각 나라의 지도자와 시민사회에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지지와 연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정의평화위원장 양성일 신부는 강론에서 “미얀마의 군부 세력이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말을 국제사회에 던지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며 “미얀마의 참혹한 현장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피 흘리며 처절하게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을 깊이 묵상하는 성주간을 보내며 이 성주간이 끝나면 부활의 기쁨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듯이,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부활의 기쁨처럼 만들어지기를” 기도했다.
인천교구 사제단은 매주 월요일 각자의 자리에서 미얀마 시민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매일 저녁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함께 미얀마 민중을 기억하며 성모송을 바치기로 했다. 또 일상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에 나설 것도 다짐했다. 인천교구는 교구 차원에서 이미 미얀마 시민을 위해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보낸 바 있다.
“연대하고자 하는 모든 선의의 마음들이 미얀마의 평화의 길을 함께 열어 가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같은 날 대전교구도 대전교구청 경당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미사를 봉헌했다. 이 미사는 대전교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됐다.
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봉헌한 미사에서 주례를 맡은 김종수 주교는 “십자가의 길을 산다는 것은 십자가 위의 예수님이 그러했듯, 악을 쳐부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이 자신을 공격함으로써 그 실체를 뚜렷이 드러나도록 한 것”이라며, “우리를 공격하는 악이 그 정체를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악에 저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미얀마 사태는 미얀마 사람들이 지고 있는 십자가지만 예수의 십자가 길을 따라간 이들처럼 그 곁에서 동반하고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신부(사회복음화국장)는 강론에서 “미얀마 상황을 지켜보며 드는 심정은 분노, 안타까움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참담함”이라며,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는 제자들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고, 7년 전 이맘때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던 기억과 겹쳐 더욱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서 예수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이 아니라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라는 유훈과 같은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며, “그 말은 십자가를 바라보는 연민, 슬픔, 분노, 뉘우침 그리고 십자가의 길에 끝까지 동행한 정성, 그 모든 것을 미얀마의 형제를 비롯한 세상 모든 이에게 똑같이 행하라는 명령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형제들의 고통을 아파하고 답답해 하는 마음이라도 갖는 것, 직접 돕지는 못해도 그들의 아픔과 진실을 알리고, 기도하며, 도움을 모색하는 작은 정성이라도 봉헌하는 것이 구원을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인 사랑의 신비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형제들이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도록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대교구, 대전, 인천, 춘천교구에 이어 서울대교구도 부활 대축일인 4월 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청에서 미얀마의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미얀마 국민을 위해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미사 전이나 후에 주모경으로 9일 기도를 바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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