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운동네트워크 바람', 여성 학습지 노동자 실태 조사
소득 절대 감소, 방역 개인 부담, 업무는 오히려 증가....삼중고
4대보험 혜택 없고, 실업급여, 퇴직금 못 받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을 즈음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여성 학습지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여성 직종인 학습지 노동자의 인권이 지난 코로나19가 확산된 1년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전국 학습지 노조와 함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특수고용 대면 노동자의 노동권 상황과 정부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또 올해 7월부터 시행될 특수고용 노동자나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바람’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특히 대면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감염의 위협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며, 구체적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요양보호사들과 달리 학습지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과 감염 위험이 덜 알려졌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목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를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이들이 소득 지원, 방역 대책과 관련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노동과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태도를 바꾸고, 향후 정부의 방역 가이드라인 마련, 정책 결정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설문은 2월 24일부터 3월 4일까지 진행했으며, 10여 개 학습지 업체의 학습지 노조 조합원 26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참여자 가운데 약 94퍼센트가 여성이었으며, 약 86퍼센트가 40-50대였다. 질문 내용은 △코로나19 이후 겪는 어려움 △정부정책 평가 △방역 관련 조치에 대한 평가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난 1년간 학습지노동자가 겪은 어려움은 “소득 감소(81.6퍼센트), 감염의 위험(73.6퍼센트),고립감이나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21.7퍼센트)” 순이었다.
“학습지 교사가 감당할 일의 양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달하는 식의 교사 관리가 불편하게 생각됩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교사가 교육관리를 잘할 수 있는 교육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노동자의 인권은 보호 되어야 마땅하다는걸 그들도 절실히 깨닫기 바랍니다.”
“학습지 교사는 제1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가 힘듭니다. 4대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죠. 제2금융권의 높은 이율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소득도 줄고 정부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소득 감소의 경우 응답자의 82.8퍼센트가 지난 1년간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는데, 이는 직장인 평균 소득감소율(32.6퍼센트,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임금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노동자인 학습지 교사 노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또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는 실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조사에 응한 학습지 교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3퍼센트가 최저임금(178만 원) 미만을 받았으며, 월 소득 200만 원 미만까지 합치면 66.4퍼센트가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았다.
또한 임금노동자는 소득이 줄면서 노동 시간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학습지 노동자는 소득은 줄고 노동 시간은 늘어났다. 응답자의 89.3퍼센트가 주당 평균 노동 시간 40시간을 넘겨 일했다고 답했다.
이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난 원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존 학습지 가입자가 줄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정부 정책 면에서도 학교, 학원에 대한 방역 방침이나 조치를 마련했지만 학습지 교사에 대해서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학습지 기업 또한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학습지 교사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같은 회사 종속적 노동 조건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출근, 학습지 배달 등의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효용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부수적 원인으로는 비대면 수업 증가, 사용업무 증가, 수업 외 학습지 배달 업무 등이 있었으며, 온라인 수업 진행, 교재 배달 등을 위한 추가 업무는 노동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학습지 교사 가운데 80퍼센트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음에도 생계 문제로 그만두지 못하고 있으며, 더구나 퇴직금이 없고, 실업급여 등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지원 정책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는 뒤늦게 긴급고용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응답자의 39.7퍼센트만 안정자금을 받았는데, 지원조건이 까다롭고, 소득감소분을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실태 파악과 함께 학습지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도 냈다.
이들은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지원방식(53.1퍼센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47.7퍼센트), 소득감소증명 기준 하향과 증빙서류 현실화(43.9퍼센트)” 등을 제안했다.
방역 관련 조치와 관련해서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대면 노동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이 높지만 정부나 기업 차원의 대책은 없었고, 방역 비용 지출을 개인이 감당했다. 일례로 지난 1년간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마스크는 10장 이내가 대부분이었으며, 30장 이상을 받은 경우는 12.5퍼센트였다. 또 업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를 대비한 기본 매뉴얼을 받지 못했다. 조사 결과 학습지 교사로 일하면서 감염의 위험에 처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단 23.7퍼센트였다.
설문조사와 분석을 마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113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학습지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며, “최저임금 보장제도나 사회보장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노동자로서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처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듣고,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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