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지난주와 관련 있는 질문을 다뤄야겠습니다. 번역과 단어 사용에 관한 것이라 그러합니다.
집안이 가톨릭 배경인 신자 분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시겠지만, 한국 교회는 종종 고풍스러워 보이는 용어들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천주교 신앙에 입문하는 분들은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을 접하며 새로이 말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 질문해 오신 '애덕' 같은 단어들이죠. 고백컨대, 저도 애덕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교리 시간이 아니라 한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어릴 때 후배들이 우러러 봤던 성당 누나의 이름이 애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낯선 단어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신덕, 망덕, 애덕 등의 단어는 예전에도 입에서 쉽게 떨어지는 말이 아니었던 만큼 요즘도 그러합니다. 대신 일상적으로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믿음, 희망(혹은 소망), 사랑이 되겠습니다.(지난주 기사, "향주덕을 아시나요?"를 함께 읽어 보시라고 권합니다.)
영어로 바꿀 때, 신덕은 virtue of faith에 대응하고, 믿음은 faith. 망덕은 virtue of hope, 희망은 그냥 hope. 애덕은 virtue of charity, 사랑은 charity 혹은 love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영어의 faith, hope, charity(혹은 love)에 해당하는 단어를 고풍스레 쓸 수도 있고 일상어에 맞춰 쓸 수도 있겠습니다.
신덕, 망덕, 애덕이 입에 잘 안 붙는다고 해도 이 단어들은 "가톨릭 기도서"의 주요 기도 중 '삼덕송'에 실려 있으며 여전히 사용하는 용어들입니다. 여기서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삼덕송'의 세 가지 세트 기도문인 '신덕송', '망덕송', '애덕송'에 해당하는 영어는 차례로, Act of Faith, Act of Hope, Act of Love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Act of faith가 뭐죠?"에서 다룬 적 있습니다.)
한자어가 섞이면 일단 예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죠. 여담으로 '성가소비녀회'라는 여자 수도회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성가는 성가를 잘 불러서가 아니고 "성가정"의 준말입니다. 소비녀는 자원을 잘 소비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여종'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거룩한 가정의 작은 여종"들의 수도회가 되겠습니다. 수도회 설립 당시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이 낯설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의 '성가소비녀회'의 수도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수녀회 이름을 풀어쓰는 식으로 바꾸고 싶다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교회에서 사용하는 말을 모두 우리가 흔히 쓰는 일상어로 바꾸면 좋지 아니한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일단 교리 시간에 설명하기가 수월할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보다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단어들을 함께 표시하는 방식이면 좋겠습니다. 낱말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표현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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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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