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화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공동 주최 공청회

지난해 12월 14일,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되고 29일 공포됐다.

개정 내용은 기존 법률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금지와 이를 어길 시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이다.

이를 두고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북한 인권 증진 역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도교계가 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가 공동주최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과 민족의 화해와 평화’ 온라인 공청회에서는 서보혁 박사(통일연구원), 강미진 대표(북한투자개발),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총무), 윤광진 대표(연천농민 희망넷) 등이 나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설명, 접경지역 주민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11일, 주교회의 민화위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 NCCK)
11일, 주교회의 민화위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 NCCK)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생명권, 행복추구권에 앞서는가
전단 살포는 남북 간 합의 정면 부정하는 일

먼저 서보혁 박사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둘러싼 쟁점을 중심으로, 법률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에 반박했다.

개정법에 대한 가장 큰 쟁점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이에 대해 서보혁 박사는 “이번 개정 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로 인해 침해당할 수 있는 생명권, 행복추구권이 명백하게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인권이 다른 인권과 보편적 가치에 우선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어야 하고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에 앞서, 1972년 ‘7.4남북 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북 간 상호 비방, 중상을 중단하고 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한다”고 공통적으로 남북이 상호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단 살포가 계속 이뤄졌고, 관련 법 조항이 없어 이를 처벌하거나 중단시킬 수 없었다.

2014년 남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측이 사격 도발을 강행하고 남측도 이에 대응 사격 하면서 충돌 위험이 높아진 사건도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실제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는 그 부근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을 발생시키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서보혁 박사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반발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 헌법에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힌다”며, “타인의 권리 침해, 국가안보 저해, 공공질서 혼란을 야기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절대적이고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인지,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생존권에 우선되는지”를 물었다.

전단 살포 행위 자체가 북한에 대한 도발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도 문제다.

전단 살포 단체들은 전단 내용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경험한 이들에 따르면 대북 전단 내용은 가짜뉴스나 북한 지도자 비방 또는 외설적 선전물들이다.

이에 대해 서 박사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목적을 위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권을 침해하는 것은 북한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도 없다”며, 오히려 이러한 행위는 북에 남아 있는 탈북민 가족을 위험으로 내몰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개정법이 ‘북한 눈치 보기 법안’,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보는 것에 대해, “이번 개정법은 2008년 국회부터 입법 추진돼 왔으며, 그간 14건이 발의된 과정을 거친 것으로 갑자기 생겨난 법이 아니”라며, “법은 북한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법이며, 남북 간 합의 준수를 통해 남북관계의 실질적 발전과 한반도 평화 증진 도모,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이라는 헌법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같은 한민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전단 살포 중단해야
연천 지역 농민, “안심하고 농사짓고 싶다”

다음은 탈북민으로서 바라본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소견을 강미진 대표(데레사)가 밝혔다.

강미진 대표는 먼저 북한으로 보내는 전단지 살포는 “북한 전 지역 주민들이 볼 수 없으며, 전단지로 인해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조장되고, 특히 탈북민 가족들의 불안과 피해 가중, 남북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전단지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아픔과 숙제가 무엇인지 알기를 바란다”며, “전단지 내용을 떠나 적대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남북한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단 살포로 북한 주민들이 매우 불안하고 더 힘들어지고 있으며, 경계 근무가 발령되고 북한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서, “과연 이런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라고 물었다.

전단 살포에 따른 피해지역 주민 증언에는 연천군 농민 윤광진 대표가 나서, 접경 지역 주민들이 생업에 안전하게 종사할 수 없는 현실을 말했다.

윤 대표는 먼저, “연천 지역 주민들은 늦게나마 법 제정이 된 것을 상당히 환영한다. 2014년 10월 북의 대응 총격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이자 포천, 철원 등과 접하는 연천 지역은 전단을 뿌리는 이들을 많이 보는데, 이들은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들의 당위성만으로 전단을 살포한다. 법이 없으니 공권력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은 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계속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다면, 위험이 발생했을 때, 수시로 돌봐야 하는 논밭을 갈 수 없고 군인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생업과 관련된 농사를 자유롭게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상당히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제공 = NCCK)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제공 = NCCK)

신앙과 선교의 자유 절대시, 북한 악마화 하는 입장 성찰해야

이어 강주석 신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소견을 나눴다.

강 신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 큰 장애가 있다. 미국 주교회의도 한국 교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미국 정부 등에 평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미국인으로서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시키면서 대화가 아니라 붕괴를 기다리는 입장인데, 이러한 입장이 미국의 정치권과 종교계에 계속 전달되고 화해와 협력의 목소리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미국 종교계의 흐름을 보면, 종교와 선교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는 측에는 이런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 정권은 협력이 아닌 타도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강 신부는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그리스도교가 상대를 악마화하는 이분법으로 냉전의 기초를 놓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그리스도교의 영향이 큰 국가인 만큼 종교인들이 신앙과 선교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강 신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북 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제재를 받는 쿠바 등에서 인권이 개선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정권을 변화 혹은 붕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에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된다. 우선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평화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 신부는 “상대방을 저열한 언어로 공격하는 대북 전단으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지 못한다”며, “북한 주민의 삶과 한반도 전체의 인권이 나아지려면 당사국 사이에 평화로운 관계가 수립되어야 하며, 진정한 평화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법을 삶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보는 이들, 자기 이익을 위한 것

발제와 증언 뒤에는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매주 목회자들이 접경지역을 순례하며, 기도회를 여는 ‘월요평화기도회’ 김찬수 목사는 “기도회를 진행하던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들이 접경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해 지역 주민들이 실질적 위협을 받는다는 보도를 봤다”며, “전단 살포는 남북 간 합의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며, 남북 간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개신교계 내에도 전단 살포 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고, 언론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얼마 전 보수 언론에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세계 교회와 미국 교회에도 대북 전단의 위험성을 알리고 개정법에 찬성하는 한국 교회의 입장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화위 오혜정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개정법은 접경 지역 주민뿐 아니라 남북민 모두를 위한 법”이라며, "삶이 아닌 정치적 차원에서 보는 이들이 이 법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너무 많은 이가 이 법을 모르고 있지만 오늘을 계기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연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했다는 전수미 변호사도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전 변호사는 “대북 전단의 내용은 북한 인권 개선이나 알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등 북한 지도자를 비난하는 내용들이었으며, 심지어 가짜 달러를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법으로 대북 전단을 제재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경찰법, 군사시설보호법, 집회시위법, 항공법 등 어떤 법도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 그 피해가 명백함에도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개정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신설 조항) 내용

24(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1.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3. 전단등 살포

통일부장관은 제1항 각 호에서 금지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여야 한다.

 

25(벌칙)

24조제1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23조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남북합의서(24조제1항 각 호의 금지행위가 규정된 것에 한정한다)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 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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