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이돈명인권상,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정 이유, “돌봄과 유대 중심 사회로 초대”

11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구장차연)가 제10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받았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돈명 변호사 10주기인 이날 시상식을 열고자 했으나 코로나19로 별도의 행사 없이 시상 이유와 수상소감 발표로 대신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20년간 폐쇄병동에 수용됐던 정신장애인이란 사실은 감염병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의미”라면서 “대구장차연이 2006년부터 14년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로 장애인 권리를 개선하는 데 앞장섰지만 그중에서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 준 모범적 활동에 특히 주목했다”고 밝혔다.

대구장차연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장애인에게 방역 공백이 없도록 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수립해 촉구했고, 대구시의 긴급돌봄서비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대상 감염병 매뉴얼을 수립하는 데 기여했다. 또 장애인과 그 가족, 조력자에 방역물품과 생활용품, 동행격리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그 경험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공유해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도록 요구했다.

시상 이유에 대해 천주교인권위는 “대구장차연의 활동은 연대라는 가치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실현돼야 하는지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면서 “이는 장애인에 국한되지 않고,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의 과제인 ‘생산경제 중심’의 사회를 ‘돌봄과 유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일깨움이며 대구장차연은 누구보다 먼저 움직여 다른 이들을 그 활동의 장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제10회 이돈명인권상 수상 단체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제10회 이돈명인권상 수상 단체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우리에겐 ‘거리두기’ 아닌 ‘연결하기’가 필요하다”

대구장차연은 이날 “우리에겐 ‘거리두기’가 아니라 ‘연결하기’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수상 소감문을 통해 “언 택트 시대, 뉴 노멀, K-방역의 우수함을 말하는 한국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은 2020년 2월과 2021년 1월이 크게 다르지 않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면서 “장애인의 생존은 정부가 말한 ‘거리두기’로 지켜지지 않는다. 장애인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곁에서 누군가 반드시 ‘연결’돼 만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돈명인권상은 대구장차연이 실천한 ‘연결하기’를 더 알려내고 고통받고 소외된 장애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더 큰 책임감과 사명으로 장애인이 차별받는 현실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소감문에서 대구장차연은 지난해 2월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지원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뜨린 코로나19 사태를 돌이켜 봤다.

당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모든 장애인 이용시설이 문을 닫았고, 장애 당사자들은 집이나 거주시설에 고립됐다. 게다가 신변 처리, 식사, 외출 등을 지원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자가 격리나 확진이 늘어 장애인이 홀로 남겨지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대체 지원 인력이 시급했던 상황이었다.

대구장차연은 “당시 장애인이 검사를 받으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장애인이 확진되거나 격리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국가적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에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생존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히 비상근무체계를 편성하고 자가 격리된 장애인들의 집에 동행 격리할 활동가를 파견하고, 확진된 채 홀로 고립된 장애인의 생존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입원하기 전까지 지원하며 끔찍했던 시간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마스크, 손소독제 같은 기본 방역용품 수급조차 어려웠던 상황에서 다행히 전국에서 답지한 연대와 후원을 통해 대구장차연은 2100여 가구를 지원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그 험난했던 시간을 보내며 저희는 어려웠던 ‘현장에서 발 벗고 노력했다’로 지금의 상황이 끝나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면서 “코로나19로 장애인이 겪었던 어려움,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해 시청 및 청와대 등에 제안했고 민간 차원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도 발행하며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장애인이 확진 뒤 50여 시간 동안 집에 방치되고,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는데도 동일집단 격리만 이뤄지는 상황, 부재한 돌봄 체계로 인해 장애인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 등 최근 심각해진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은 지난해 대구 상황의 반복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구장차연은 2006년 대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43일간 농성 투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연대체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야학, 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와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대구장차연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매년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안을 발표하거나 대구시에 요구하고, 장애인 시설 비리 및 인권유린 사건, 장애인 차별 사건을 공론화해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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