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 온라인 강좌
2월 과정, 평신도 여성 신학자 눈으로 교황 문헌, 사회교리 등 다뤄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ALL Forum, 올 포럼)이 신학적 배움의 기회가 거의 없는 아시아의 가톨릭 청년들을 위한 교육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올 포럼은 한국을 포함한 4개 나라 가톨릭 평신도 그룹으로 운영되는데, 아시아 청년들의 신앙적 성장과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아시아 각국에서 아시아청년아카데미, 아시아신학포럼, 이동학교(3)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2월 베트남에서 그 해 첫 이동학교를 연 뒤로 재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11월부터 처음으로 온라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는 모두 4개 과정으로 각 4주씩 진행되는데, 지난 11월 시작된 1, 2과정은 1월 셋째 주에 마무리되고 오는 23, 4과정이 새로 시작된다.

현재 진행 중인 1, 2과정은 불교, 이슬람, 힌두 등 다양한 종교 배경을 지닌 아시아 청년에게 그리스도교는 어떤 의미인가를 묻고, 아시아의 평신도 관점에서 가톨릭교회의 믿을 교리를 어떻게 이해할지 공부한다.

이 과정에서는 평신도 정체성의 원천과 자산을 해석하는 데 열쇠가 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 교회헌장사목헌장을 다루고 있다. 또 평신도의 자산인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종교 다원주의, 종교간 대화를 적극 강조하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의 신학 원칙과 방법론을 따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올 포럼 온라인 강좌 1, 2과정 참가자 모습. (이미지 제공 = 황경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올 포럼 온라인 강좌 1, 2과정 참가자 모습. (이미지 제공 = 황경훈)

아시아 평신도 여성 신학자의 눈으로 읽는 현대 교황 문헌

오는 2월 시작되는 3, 4과정은 사회교리를 중심으로 요한 바오로 2, 베네딕토 16, 프란치스코 교황 등 현대 전, 현임 교황의 문서와 사회교리, 평신도 신학과 영성을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다룬다. 교황 문헌을 단순히 살피는 차원을 넘어 일상과 사회 현실, 무엇보다 평신도라는 정체성에서 드는 의문을 교리, 신학적으로 논의하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특히 아시아의 대표적 여성신학자인 필리핀의 아녜스 브라잘 박사와 인도의 코추라니 아브라함 박사가 각각 3, 4과정을 맡는다. 이 두 신학자는2002년 결성된 아시아 여성 신학자와 활동가 모임인 EWA(Ecclesia of Women in Asia, 아시아의 여성 교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WA199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아시아 교회'가 나온 뒤 아시아 여성의 삶에 대한 신학적 연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모아지면서 만들어졌으며, 평등한 교회를 지향한다.

황경훈 씨(올 포럼 상임이사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평화연대센터장)3, 4과정에 대해 아시아는 가톨릭이 2-3퍼센트, 개신교를 합해 그리스도교가 전체 종교의 7-8퍼센트 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소수 종교인으로서 어떻게 신앙고백을 할까를 중심으로 사회교리를 다룰 것이라고 6<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아시아와 아시아 교회에서 여성이자 신학자, 평신도로서 억압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신학적 텍스트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삶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든 강좌는 영어로 진행한다. 하지만 참가자 모두가 영어를 제2 외국어로 쓰고 교재가 프리젠테이션으로 온라인 화면에 안내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강좌가 진행되는 중간에라도 신청할 수 있으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청년이면 더욱 환영한다. 참가 문의는 우리신학연구소로 하면 된다.

이동학교는 매년 3번씩 열렸으나 2020년에는 2월에 베트남에서 진행된 뒤 코로나19로 나머지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올해는 상황에 따라 6월쯤 재개해 8, 10, 12월 진행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열린 이동학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의 지원으로 6일 간 진행했고 모두 40여 명이 참여했다. “더 나은 베트남 사회 건설을 위한 시민사회와의 협력”, “하느님나라 구현을 위한 성숙한 신앙인이자 좋은 시민 되기”, “베트남의 개방화에 따른 물질만능 현상에 대응하는 영성등을 다뤘으며,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이웃종교와 토착부족민도 참여했다.

올 포럼 온라인 강좌 일정표. (이미지 제공 = 황경훈)
올 포럼 온라인 강좌 일정표. (이미지 제공 = 황경훈)

평신도 영성과 아시아의 종교 다양성, “보편 교회 이루는 풍요로움

황경훈 씨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의미를 평신도 영성과 종교 다원주의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다양한 종교, 지역문화, 군부 통치와 부의 편중 같은 아시아의 복잡한 상황에서 소수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가톨릭 청년들은 일상에서도 신앙 때문에 자기가 속한 고유의 문화를 부정해야 하는 고통을 겪곤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가족이 샤먼이어서 또는 이른바 가톨릭에서 미신이라고 규정된 공동체 관습 때문에 큰 죄의식을 느낀다.

이에 대해 그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종교, 문화적 전통이 그리스도교를 위협하는 악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좋은 신앙은 좋은 시민이 될 수 있게 해 준다고 북돋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신도야 말로 구체적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므로 평신도 영성은 일상의 영성이다. 일상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현존이고 그것은 종교의 차이를 묻지 않는다면서 문화적 다양성은 우리가 가꾸고 보존하며 선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서로 만남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앙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화가 달라 괴로워하는 아시아 청년들이 자신의 문화를 억누르고 혐오하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다름의 풍요로움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는 것은 올 포럼의 중요 목적이기도 하다.

황경훈 씨는 종교적 차등이나 차별이 아니라 아시아의 다양한 종교 전통이 온전하게 어우러져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이야말로 가톨릭이 뜻하는 보편 교회라면서 아시아 전체에 흐르는 이 다양함은 서로 만날수록 시너지를 주고, 세계 교회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올 포럼은 2016년 만들어져 현재 미얀마, 태국, 필리핀, 한국의 가톨릭 평신도 그룹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부터 아시아평화연대센터를 중심으로 매년 계속했지만 좀 더 집중적인 청년 양성을 위해 올 포럼이 결성됐으며, 지역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2017년부터 이동학교를 열고 있다.

올 포럼의 가장 큰 관심은 아시아 청년들의 신앙적 성장과 시민으로서 역량 강화다. 아시아의 가톨릭 청년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각자의 토착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가톨릭 신앙 안에서 이를 더욱 풍성히 가꿔 각 사회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도록 돕는다.

특히 올 포럼의 모든 프로그램은 FABC특별 사목적 관심의 대상으로 정한 청년, 여성, 여아, 가정, 생태, 난민과 이주민, 원주민 등이 겪는 긴급한 어려움을 집중해서 다룬다.

2020년 2월 열린 베트남 이동학교 마지막 날 친교 시간인 '문화의 밤' 때 참가자들 모습. ⓒ황경훈
2020년 2월 열린 베트남 이동학교 마지막 날 친교 시간인 '문화의 밤' 때 참가자들 모습. ⓒ황경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