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밥벌이, 생계 이상의 의미]

우리 가운데 평생 아프지 않고, 늙지 않고, 항상 건강하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오,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겠지요. 우리네 삶은 대부분 순리대로 태어나 아기에서 어린이로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고 젊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서 부모가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되어서 죽음을 맞이하지요. 하지만 만약 내가 젊은 나이에 크게 아프거나, 일 할 수 있는데도 실직을 하거나, 더 나아가 어떤 준비도 없이 장수(長壽)를 한다면, 내 뒷일은 누가 챙겨줄까요?

이렇게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준비해주는 저는 보험설계사입니다. 제가 밥벌이로 이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지인이 “평일에 쉴 때 와서 강의나 한 번 들어봐라. 강의를 들으러 오면 작은 선물도 주고 점심도 준다.”라고 해서 지인과 점심이나 먹을 생각으로 보험 강의에 갔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보니 “아! 이 일은 바로 내 일이다.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서 보험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알려야겠다. 돈을 벌면서 좋은 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땐 보험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기에 온 가족이 아버지 병간호와 치료비로 인해 무려 다섯 해 동안 큰 고생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경험에서 이 일의 의미를 발견한 저는 결국 기존 직업을 정리하고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왕 하는 일이니 돈을 벌면서도 의미를 찾고 전하고 싶었는데, 단순히 보험이 아닌 그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 행복했습니다.

▲ 우리의 밥벌이가 누군가에게도 밥이 되기를... ⓒ한상봉

물론 지치기도 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만나기로 한 친구가 “조금만 기다려줘~ 회의가 안 끝났으니 기다려줘~” 하는 말에 밖에서 떨며 네 시간동안 기다린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보험과 관련된 제 질문이 부담스러웠는지, 일주일동안 제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은 적도 있었지요. 오늘은 그 친구가 카카오톡을 읽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매일매일 메시지를 확인하곤 했었어요. 힘들기도 하지만 제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제가 진실하게 다가간다면 언젠간 주님께서 제 진솔한 마음을 전해주시리라 믿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지칠 때면, 아무도 없는 한낮의 성당에 들어가 성가대 자리에 앉아 속상해하면서 울기도 엄청 울었지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 가운데 제 정신도 점점 단단해질 무렵, 절친한 성당 친구에게 보험의 가치를 설명해줄 기회가 생겼습니다. 꼼꼼하게 상담을 해주고 일주일 만에 그 친구는 제 세 번째 고객이 되어 주었지요. 처음에는 너무 가깝고 친한 사이다보니, 가입한 보험이 있냐고 묻는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가 어렵게 꺼낸 말에 친구는 보험이 하나도 없다는 말과 함께 “나 죽으면 누구 좋으라고 보험을 가입하냐?”라고 되묻거나 “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해.”라는 말뿐이었지요. 저는 주변의 아픈 친구 사례도 설명하고, 큰 병에 걸릴 때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결국 고객 모집에 성공했지요! 그때는 친구가 저를 믿어준 것에 대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7개월 후, 평일 낮에 그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가슴에 몽우리가 발견되어 다시 정밀검진을 했더니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는 말이었습니다. 친구도 저도 젊기에 암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순간 어떤 말로 위로해야할지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런 저에게 친구는 “영학아, 고마워.”라고 말을 꺼내더라고요. “만약 그 겨울에 이렇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우리가족 모두 더 힘들었을 거야. 네가 정직하고 소신 있게 설명해줘서 보험이 왜 필요한지 알았어.” 그 순간 비로소 ‘내가 잘하고 있구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는 좀 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일 년, 어느새 쉰여 명의 고객이 생겼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아직도 자신은 건강한데 제가 권유하니까 가입한다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직하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 고객에게도 제 마음이 전해지겠지요.

이 세상 많은 밥벌이 가운데 영업하는 일은 참 고된 일 같습니다. 물건을 팔기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투자가 필요하니까요.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고요. 그 중 보험 영업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힘든 일이라도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으니, 오늘 하루도 힘차게 뛰어보려고 합니다.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라는 보험학자 마네의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면서 말입니다.


이영학
/ 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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