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건만 봄과 같지 않다

죽은 것만 같던 생명이
다시는 녹지 않을 것 같던 동토에
피어나고 있건만,

다시 새로운 싹을
마을 뒷산 이곳저곳에
틔우고 있건만,

금세 떠내려 갈 듯 한 풀포기가
흐르는 계곡물 가운데
자라나 있건만,

밤새 내린 봄비 머금은 꽃이
등산객 오가는 길 가에
피어 있건만,

썩어가는 나무토막은
부신 봄 햇살에도
알몸 허옇게 드러내고 버티고 있고,

회칠한 무덤 같은 못은
썩어 역겨운 냄새를 토하면서도
방벽으로 흐르는 물을 막고 있고,

생기 없는 제철 잃은 꽃은
벗어날 아무런 기약 없이
온실에 다소곳 피어 있다.

봄은 왔건만
봄과 같지 않다.
이요안 기자
joanness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