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소금창고지기, 김경순-이주희 씨 인터뷰
금호동에는 소금창고라고 불리는 작은 가게가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김경순 마리아막달레나, 이주희 후안디에고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스스로를 ‘하느님의 창고에 일하는 창고지기’라고 소개한 이들은 기자를 위한 기도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금창고는 어떤 곳인가요?
후안디에고 : 소금창고는 옷을 기증받아 필요한 곳에 나누는 일을 해요. 단순히 옷만 나누는 건 아니고,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죠. 호스피스 봉사도 오랫동안 했어요. 암환자들 같은 경우, 천사가 와서 죽기 전에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무엇을 청할 것인지 물어 봐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 빼고는 다 들어줘요. 결혼식도 해주고, 가족들도 찾아보고, 집안이 어려워 장례를 치루기 어려울 땐 장례도 도와주죠.
막달레나 : 모든 걸 갖춘 사람들 곁엔 우리가 필요 없어요. 정말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아니라 미래도 없는 술주정뱅이나 재소자들에게 봉사하는지 묻기도 하는데, 정말 어려운 이들은 우리 같은 사람이라도 없으면 세상에서 버려진답니다. 지난 십 여 년 동안 우리는 잔칫집에 초대받았어도 누가 죽어간다고 하면 그곳에 먼저 갔어요. ‘예수님이라면 어디로 가셨을까?’ 생각했죠. 그러면 답이 아주 쉬워요. 잔칫집에 갈지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갈지 너무 분명하니까 행동만 하면 되지요.

어떻게 소금창고에서 봉사하시게 되셨나요?
후안디에고 : 막달레나와 전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사업에 실패하고 가난에 허덕일 때 막달레나를 다시 만났어요. 막달레나에게 빌렸다가 갚지 못한 돈이 있어서 선뜻 연락도 못하고 있었는데, 한 수녀님이 막달레나 축일이니 연락해보라고 하셔서 용기를 내서 전화했죠. 다시 만난 막달레나는 제가 빌려간 돈을 다 탕감해주었고, 성경공부를 하도록 도와주었고,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도 받게 했어요. 그러다가 소금창고까지 함께 하게 된 거죠. 이 친구를 만난 게 제겐 해방이었고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경험이었어요.
막달레나 : 어릴 때 하느님은 무서운 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느님은 내가 잘 하나 못 하나 보고 계시다가 벌주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하는 유아적인 신앙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죠.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예수님이 나를 사랑해서 돌아가셨다고 하니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어요. 누가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걸 몰랐죠. 하느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하는데 하느님이 ‘기쁘냐?’고 물으셨어요. 제가 기쁘다고 했더니 그분이 ‘그 기쁨을 전해라’ 하셨죠. 기쁨을 전하는 게 제 소명이에요. 기쁜 소식과 사랑이 내 안에 살아 있고, 살아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오는 거죠. 그 중에 하나가 소금창고이고요.
신앙의 변화가 삶의 변화가 된 셈이네요.
막달레나 : 제가 성경공부 등록을 했는데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저는 학구적이지도 않고 히브리어도 못 하겠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가르치던 신부님이 “내가 너에게 학문을 가르쳤냐, 지식을 가르쳤냐? 배워서 단 하나라도 실천하라고 하는 거지!”하셨어요. 내게 맞는 것 하나라도 실천하면서 살아라.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나더라고요. 전에는 선행을 하려고 해도 할 힘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느님을 만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나를 아는 게 중요해요.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이해하고 나면, 그걸 할 수 있는 힘은 자연스럽게 생겨요.
소금창고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막달레나 : 하루는 디에고의 딸이 결혼한다고 날을 받아왔어요. 우리가 돈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죠. 한 봉사자가 뭘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냐고 묻기에, “디에고 딸이 날을 받았는데 돈이 있어야지” 했더니, 이분이 선뜻 “내가 냉장고 해줄게” 그러는 거예요. 그것도 쓰던 걸 주는 게 아니라 딸이 원하는 색상이랑 넘버랑 알려주면 그대로 해주겠다고 한 거죠. 얼마나 기쁜 소식이에요. 기쁘니까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했어요. 그랬더니 세탁기랑 텔레비전을 해준다는 사람도 나타나더라고요. 비상금으로 쓰라고 돈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고요. 다들 백만 원씩을 내놓았어요. 디에고란 형제가 자기를 위해 살지 않았으니 다들 나서서 도와주고 함께 기뻐하자는 거죠. 하느님이 넘치도록 채워주시니까 모두 축제가 되는 거예요.
후안디에고 : 막달레나가 제 딸에게 “친척들도 결혼할 때 백만 원 주기 어렵다. 이건 하느님이 하신 일이다” 했더니 딸이 울었어요. 소금창고는 하느님의 기업이에요. 우린 하느님을 하회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하늘 보고 “하회장님, 아시죠?” 해요. 채워주시는 방식은 모르지만 채워주신다는 것만은 확신해요.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느껴지네요.
막달레나 : 돈이 없어서 월세를 내기 빠듯할 때도 있지만, 돈에 자유로우니 디에고 같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도 해요. 많은 사람들이 저흴 부부로 오해하지만, 우린 성령의 짝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뜻을 함께 생각하고, 소통하고, 서로 위로해주고, 기도해주는 그런 관계요. 이런 동반자가 있다는 것도 하느님의 선물이죠.
후안디에고 : 하느님이 계시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친구가 있으니 아쉬울 게 없어요.
소금창고의 더 많은 이야기는 http://cafe.daum.net/mm7004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희연 기자/뜻밖의 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