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평신도신학연구소의 엠마누엘 아시 신부와 알리시바 소장

파키스탄 평신도신학연구소 대표 엠마누엘 아시 신부(왼쪽)와 알리시바 소장.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파키스탄 평신도신학연구소 대표 엠마누엘 아시 신부(왼쪽)와 알리시바 소장.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파키스탄에서 평신도 영성과 교육에 힘쓰는 평신도신학연구소(Theological Institute for Laity: TIL) 대표 엠마누엘 아시 신부와 알리시바 소장이 21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23일 우리신학연구소가 진행한 간담회에서 파키스탄 교회에서 “진정한 평신도”를 양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직주의 강한 파키스탄 교회에서 30년 넘게 평신도 운동 펼쳐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어떠할까? 아시 신부와 알리시바 소장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가톨릭신자는 ‘2등 시민’과 다름없다. 언론에서 전하는 것처럼 독성죄를 이유로 가하는 물리적 공격뿐 아니라 일상적 차별이 존재한다.

일례로 그리스도인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무슬림(이슬람 신자)은 아무도 가지 않는다. 종교에 따른 법적 규제는 없어도 삶에서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가톨릭교회 행사 중에도 이슬람 기도 시간에는 행사를 멈추고 침묵해야 하고, 식당이 문을 닫는 라마단 기간에는 가톨릭신자도 무슬림과 같이 단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파키스탄 인구는 약 2억 4천만 명이며, 무슬림은 두 번째로 많다. 아시 신부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1.5퍼센트가량이며, 이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0.8퍼센트로 약 200만 명이다. 7개 교구, 사제는 300여 명이고, 한 본당이 마을 100여 개를 담당해 4-5번 있는 주일 미사에는 신자들이 꽉 찬다.

1989년 아시 신부를 비롯한 몇몇 사제와 평신도가 평신도신학연구소(이하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평신도 양성에 관한 관심이 부재한 파키스탄 교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신도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평신도가 목소리를 내고 역량을 펼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파키스탄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보면 파키스탄 주교회의는 “하느님 백성은, 합당하게 준비된 만남 안에서 어떤 미리 정해진 안건 없이, 그리고 성령의 영감을 따르려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체험이 특별했다고 강조하였다.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교회에 나오면서도 어떻게 그들이 처음으로 발언 요청을 받아보았는지에 대하여 말하였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아시 신부에게 들은 파키스탄 교회의 시노드 과정은 달랐는데, 카라치 대교구와 하이더라바드 교구만 신자들에게 이번 시노드에 관해 소개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본당에 사목평의회가 없어 의사결정 과정이 한국 교회 상황과 다를 수 있지만, 아시 신부는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노드 주제를 주교와 사제들이 반기지 않으며, 평신도와 사제 사이의 수직적 관계가 심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영향을 덜 받은 젊은 사제일수록 보수적인 경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차원에서 평신도 대상으로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함께 가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그 과정은 매우 기쁘고 좋았다. 그러나 교구장 허락 없이는 프로그램 자체를 열 수 없고, 연구소 프로그램에 신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거나 심지어 두려워하는 사제가 많다. 평신도 연구소에 자기 본당 신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주교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10월 23일 파키스탄 평신도신학연구소의 아시 신부, 알리시바 소장과 우리신학연구소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10월 23일 파키스탄 평신도신학연구소의 아시 신부, 알리시바 소장과 우리신학연구소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아시 신부, "성서학자로서 죽을 때까지 평신도 위해 일할 것"
연구소, 평신도 영성과 여성 인권 위한 활동... 작은 변화에 계속할 힘 얻어


신자들은 복종적인 성향이 강하고, 성직주의가 견고함에도 평신도 양성 교육에 매진하는 이유를 물었다. 알리시바 소장은 평신도 양성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힘을 받고 있으며, 그런 경험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 신부에 따르면 자신의 ‘평신도 사도직’은 아버지에게서 왔다. “비종교인이던 아버지가 가톨릭 신자가 된 뒤 열심히 배워서 평신도를 가르치고 설교하는 ‘평신도 선교사’가 되셨다. 평생 옷 수선공으로 일하면서도 평신도 교육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 나는 사제가 되었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어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 신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교회를 향한 신앙과 신념만 있으면 언젠가 변할 것이며, 자신이 사는 동안 그 변화를 보지 못하더라도 “나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서학자로서 죽을 때까지 평신도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이기도 한 아시 신부는 “현실에서 교회의 제대는 신부를 위해 있지만, 하느님 말씀의 제대는 평신도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평신도를 수도자, 사제가 아니라 진정한 평신도가 되게 하기 위해 교육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그리스도인은 대부분 신분이 낮고 경제적으로 열악하다.”(‘테러와 독성죄로 고통받는 파키스탄교회, <가톨릭평론> 제20호) 특히 여성이 처한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이는 교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무슬림 남성 증인으로서의 지위를 100으로 할 경우,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 남성의 50퍼센트, 그리스도인 남성은 50퍼센트이며 그리스도인 여성은 그 절반인 25퍼센트밖에 인정이 안 된다고 한다.

알리시바 소장에 따르면 신자 중 49퍼센트가 여성이다. 대부분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사도우미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직종에서 일한다. 그는 가톨릭을 포함한 그리스도인 여성에게 성폭행, 납치, 강제 결혼 같은 위협이 자주 발생하는데도, “교회는 침묵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연구소는 1992년부터 ‘여성신학포럼’을 만들어서 영성 관련 강의뿐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나 가정에서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알리시바 소장은 내년에는 여성에게 힘이 될 만한 성경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계획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연구소가 어려운 현실에도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과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이들은 내년에 35주년을 맞는 평신도신학연구소의 미래에 관해 영감을 받았다고 한국 방문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시 신부(Emmauel Asi)는 1974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로마 교황청 성서연구소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루드어와 영어로 제3세계 신학, 영성신학, 평신도 등을 주제로 30권 이상 책을 썼으며, 한국에는 “하느님의 인간 모습: 나자렛 영성”(바오로딸, 2000)이 번역 출간됐다. 2007년 우리신학연구소 주최로 한국에서 강연한 바 있으며,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알리시바(Alishbah Javed Akhtar) 소장은 교사로 일하다 신학 과정을 수료하고 2005년부터 평신도신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평신도신학연구소 이름은 파키스탄 우르드어로 Maktaba-e-Anaveem Pakista(MAP), 가난한 이들의 관점에서 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