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김동원 신부

2013년 설립돼,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그해 6월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심상태 몬시뇰이 “세계 교회가 한국 교회의 위상에 기대하는 아시아 복음화 사명에 부응하기 위한” 기구 설립을 공식 제안했고, 이에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East Asia Evangelization Center)은 가을에 설립 준비와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보편 교회의 요청에 한국 교회가 귀를 기울이고 아시아 복음화 사명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교회의 역량을 모아 아시아의 복음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의식 아래, 연구원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범교회 연대 협력과 아시아 교회의 선교 역사와 상황에 대한 기초 연구, 선교 경험 수집 및 정보 제공,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 형성 및 교류, 복음화 촉진을 위한 홍보 활동, 선교 영성 교육 그리고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삼중 대화 협력을 이어 오고 있다.

아시아는 전 세계 대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또 가난과 민족 간 갈등과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정치적 문제와 종교 간 갈등 그리고 이에 따른 난민과 이주 문제가 집약된 곳이다. 이러한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은 특별히 바티칸과 주변국의 요청이기도 하다.

조선 봉건사회에서 시작한 천주교 신앙이 식민지와 전쟁을 겪고,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는 동안 자리 잡기까지 이웃 교회들의 도움을 받은 한국 교회는 이제 충분하고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런 만큼 한국 교회에 많은 요청과 기대가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장 김동원 신부 ⓒ정현진 기자

설립부터 연구원장을 맡아 온 김동원 신부는 한국 교회의 책임과 역할에 부응하려는 많은 활동이 있던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종이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를 추구하는 교회, 친교, 사명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은 한국 교회에도 쇄신과 변화를 위한 도약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 안에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어떤 과제와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또 어떤 활동들을 이어 가고 있을까.

김동원 신부는 “연구와 만남, 그것을 바탕으로 한 대화”의 삼중주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에 기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 작업이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에 하느님을 어떻게 소개하고 알릴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 한국,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몽골 등 일차적으로 동북아 지역과 동남아 지역 10개국을 동아시아 지역으로 보고 있고, 이 지역은 가장 선교가 어려운 지역이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가 활발하게 성장해 온 만큼 동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할 책임이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연구 중심이지만, 협력 단체인 직암선교후원회를 통해서는 아시아 선교지를 방문,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암’은 초기 한국 교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순교자 권일신의 호로, 순교자들의 영성을 공부하고, 순교 영성으로 아시아 선교지와 결연하며 선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활동에는 특히 한국 교회가 추진하고 있는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직암회 회원들은 순교자들의 시복을 기원하며 선교지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봉사하는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에는 태국 치앙마이를 방문했고, 8월에는 몽골 선교지를 찾아갈 예정이다.

지난 10년의 연구 성과와 결과물의 흐름 안에서 김동원 신부가 본 아시아 지역 복음화의 방향,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는 “삼중 대화”라고 답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으로 나아가 만나고 손잡는 것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신부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강조해 온 것이 ‘삼중대화’라면서,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문화 간 대화, 종교간 대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특히 친교의 교회를 아시아에서 실천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친교를 위해서는 대화해야 하고, 대화 없이는 친교 없다는 공감대가 아시아 교회에서 형성된 것이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가 세계 교회에 기여한 것 중 하나도 대화의 신학, 대화를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방향은 가난한 이들, 4대 종교의 발상지로서 다양한 종교, 수많은 민족과 전통문화와의 대화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 신부는 “여러 노력과 활동에도 복음화를 위한 ‘대화’가 그렇게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한국 교회 전체가 복음화를 위한 당연한 과정인 삼중 대화에 관심과 이해가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가난을 경험했고, 이제는 가난을 벗어난 한국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만나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국 교회 자체에도, 가난의 복음적 가치를 공유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이미 그 시작점에서 유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문화적 대화를 했다면서, 이는 한국 교회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2023년 몽골 선교지를 방문한 직암선교회 회원들. (사진 제공 =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br>
2023년 몽골 선교지를 방문한 직암선교회 회원들. (사진 제공 =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한국 교회 순교자들의 영성은 아시아 민주화까지 이른다”

김동원 신부는 대화를 통한 깊은 친교는 피상적으로 아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을 초대하고 함께 마음을 여는 관계라면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일종의 계시다. 하느님이 당신을 드러내면서 계시하셨듯이 우리도 상대에게 드러내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가 필요하다. 교회 공동체의 친교는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 국가인 타이 치앙마이 선교지 방문을 통해 얻은 만남과 친교의 경험을 들려줬다.

지난 1월 직암선교후원회 회원 7명을 포함한 10명은 타이의 선교센터, 피정의 집 ‘찬미받으소서’, 난민을 위한 국제단체, 천주교 긴급구호와 난민 사무소, 무료 진료소를 찾았다. 치앙마이에는 7만 명 신자가 있고, 그중 4만 명이 소수민족 카렌족이라고 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단체, 미얀마에서 탈출한 의사들이 난민을 돌보는 메타오 클리닉을 방문했다.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을 만나면서, 그중 한 사람에게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택시 운전사')가 너무 좋아서 10번이나 봤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미얀마 민주화에 한국 국민이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미얀마가 민주화되지 못하면 그 영향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았다.”

김 신부는 한국 교회 순교자들은 신앙의 자유, 인권, 평등, 신념과 사상의 자유를 먼저 의식했던 사람들이었다며, “의도했건 아니건 그들은 조선 봉건 사회에서 피를 흘리면서 그 신념을 지킨 사람들이었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교회만의 잔치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어려움이 여전히 있더라도 더 상상할 수 없이 어려운 다른 나라의 이웃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결국 아시아 민주화를 지켜내는 것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순교자들의 복음화 정신을 현대에 이어가는 것이고, 프란치스코 교종이 우리에게 당부한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교자는 복음화된 이
보편 사랑이신 하느님 사랑한다면, 사랑을 더 넓혀 살아야

김동원 신부에게 ‘복음화’란 “초기 한국 교회 신자들의 모습”이다. 그는 “동양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천주교 신앙을 시작하면서, 복음화된 사람, 복음을 실행한 사람이란 곧 순교자였다”고 말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은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고, 복음화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 세상에 대한 도전이라는 그는, “순교자들은 자기 자신을 먼저 복음을 따라 사는 삶을 향해 열었고, 예수님과 대화가 되면서 동화된 이들이다. 초기 교회 신자들이 소박하고 순수하게 하느님을 알아보고 공경한 것은 그 자체가 복음화였고, 하느님을 사랑함으로써 신분과 학식을 떠나 자존감을 높였다. 그리고 하느님 아들과 딸로 가졌던 자존감은 칼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복음화의 역사, 경험, 전통은 더 넓어져야 한다면서, “선교지 방문도 그런 차원이다. 사랑의 폭을 넓히고 보편화하자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강도당한 유대인을 민족이니 이방인이니 따지지 않고 우선적으로 돌본 것처럼. 그것이 우리 가톨릭교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아 아시아 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던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올해도 삼중 대화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연구를 이어간다. 오는 5월에는 종교간 대화에 초점을 맞춰, 21세기 아시아 종교와 그리스도교 영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학술 교류와 함께 문화 교류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해 왔던 아시아 지역 선교지 방문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는 만큼 김동원 신부는 더 많은 이가 “가서, 보고, 만나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8월에는 몽골 선교지에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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