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종교' 기획 간담회

지난 21일 이스탄불문화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주관한 '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종교: 다문화 다종교사회 더불어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기획 간담회가 있었다.

한국 사회에 이주 노동자가 들어온 초기부터 지금까지 종교계는 이주민의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간담회는 “여러 이웃 종교인이 모여 각각의 일을 공유하고, 갈등과 분쟁이 첨예한 시대에 생명 존중과 돌봄, 평화로운 공존의 분위기 확산 등 종교의 시대적 과제와 역할을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또 각 종단이 이주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해 온 활동과 고민들을 돌아봤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손인서 박사는 기조 발제 '한국 사회 이주민 현황과 정책, 주요 과제'에서 이주민 현황과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 갖는 한계를 짚고, 근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손 박사는 한국의 이주민 정책의 특성을 “이민 없는 이민 정책”, “다문화 없는 다문화 정책”으로 분류해 논의를 이어 가며, 진정한 통합 정책이라기보다 비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주 노동자를 한국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노동의 도구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재난 지원금을 비롯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그는 점차 늘어나는 2세대 이주민의 이등 시민화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진단한다. 이주민 2세대에게 한국은 자신의 고향이자 나라이지만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손 박사는 이주민 통합에 실패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주민 2세대에 대한 좀 더 성실하고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장상연합회 국내이주사목 위원장 황경옥 수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이주사목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남미, 인도네시아 같은 이주민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원했던 활동을 소개했다.

이주사목위원회는 먼저 이주민 가운데 천주교 신자의 신앙생활을 적극 돕는 일에 힘썼다. 이주민을 환대하고 보호하고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일이 선교의 일환이지만, 이들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수녀는 “우월적 입장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주는 힘의 원천은 사랑”이고 “이주민에 대한 환대는 사랑 그 자체를 삶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br>
이번 간담회에서 지난 수십 년간 종단 별로 진행한 이주민 지원 사업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성찰 또한 나눴다. ©김지환 기자

조종술 김포마하이주민센터장의 '대한불교조계종 이주민 정책과 활동'에서는 조계종의 이주민 정책의 목표와 활동 방향을 소개했다. 조계종은 2006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불교계 이주민 지원 단체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로서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를 창립했다. 2012년에 설립된 사회노동위원회는 이주 노동자 연대(추모) 사업과 이주 노동자의 노동 3권(고용허가제, 지역제한 폐지) 등 노동 인권 향상을 위한 전국 단위 사업을 조직화하고 여론화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불교계는 이주민과 관련한 지원 제도가 늘어났지만, 활동 단체가 축소되어 가는 것을 우려하며, 산적한 과제를 풀기 위한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원불교의 이주연 교무는 '다문화 사회와 원불교'에서 원불교 교단의 이주 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 다문화 교화를 소개했다. 특히 이 교무는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주민 종교의 존중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종교에 대한 혐오가 편향된 시각에서 시작해 확산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양성 존중에는 종교적 자유도 포함되어야 하며, 국가 정책에도 종교의 자유 문제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위해 원불교의 이웃 종교 이해를 위한 여러 노력을 소개했다. 그의 발제는 특히 대구 이슬람 사원 사태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와 관련해서도 많은 영감을 준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인 성공회 이영 사제는 '성공회 이주민선교협의회'를 통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된 이주민 지원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이주민 선교를 사회 선교 차원에서 다문화-공생 사회에 대한 응답이자 요구로서 그 필요를 제기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200만 명가량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다문화 사회를 실현하며 이주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연대와 위로의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미누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이주 운동의 당사자인 이주민 활동가에게 수여하며 2023년 12월 4회 시상식을 가졌다. 이영 사제는 이주 노동자 문제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틀에서 이해하자고 했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같이 함께 잘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자고 주장했다.

방송인 씨나시 알파고 씨가 짧은 라마단 특강을 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튀르키예 출신 언론인 시나씨 알파고 씨는 '중동 출신 귀화인 눈에 보이는 한국의 이민 문제'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인색한지 이야기했다.

일단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귀화 절차가 가장 힘든데, 결혼을 통한 귀화도 녹록지 않다. 또한 한국은 난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이다. 2010년 외신 기자로 취직했던 회사가 2016년 에르도안 정부의 탄압으로 없어지면서 정치적 난민이 되었고, 이후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하기까지의 경험담을 통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장벽이 높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확인했다.

요즘은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이다.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시나씨 알파고 씨가 라마단에 대해 짧게 강의했다. 라마단 기간의 의미와 단식 이야기,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를 나눴다. 남아 있던 참석자들은 해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리다가 문화원에서 제공하는 라마단 기간 중 터키식 만찬(이프타르)으로 맛있는 음식 나눔을 이어 갔다.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이주 노동자가 한국을 찾기 시작했던 1990년대에서 수십 년 세월이 흘렀다. 분명 정책적으로나 인식적으로 향상된 부분이 있겠으나, 아직도 이주민에 대한 처우나 차별 문제 등 우리가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간담회는 각 종단의 활동 경험과 성찰을 나누면서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이주민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종단별 활동 못지않게 종단 간의 긴밀한 협력 방안도 하나의 과제로 제시되었으며, 추후에 이와 같은 모임을 기약했다.

간담회 이후 함께한 라마단 기간 중 터키식 만찬(이프타르). ©김지환 기자<br>
간담회 이후 함께한 라마단 기간 중 터키식 만찬(이프타르). ©김지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