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평신도연구소 초청 국제 강연회

지난 11월 6일(화), 정동 프란치스꼬회관 4층 강당에서 파키스탄 평신도 신학연구소(Theology Institute for Laity, TIL)를 창립하고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엠마누엘 아시 신부 (Emmanuel Asi, 파키스탄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가 “평신도 그리고 평신도 교회"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11월 5일(월), 정동 품사랑에서는 파키스탄 평신도 신학연구소의 사무국장이며 평신도 신학자인 하미드 헨리(Hamid Henry, 가라치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과 "오늘날 평신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간담회도 열었다. 이번 강연회와 간담회는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신학연대센터가 주관한 것이며,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등이 후원하였다.

엠마누엘 아시 신부는 파키스탄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성서신학자로 우리나라의 공동번역 성서와 같은 파키스탄 우르드어 공동번역성서를 개신교와 함께 만들도록 주도한 사람이다. 아시 신부와 동년배 친구인 헨리 사무국장은 파키스탄에서 평신도들을 양성하는 평신도신학연구소를 1989년에 창립한 주역들이며, 지금 각각 소장과 사무국장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구의 96%가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이고 기독교 신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하여 2.8%에 불과하다. 문맹률이 높아 26%만이 자기 이름 석자라도 읽고 쓸 수 있는 상황에서 평신도를 교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경로는 개신교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교리교사를 양성하는 3년 과정 교육, 사제를 양성하는 6년 과정 신학교 교육, 이 세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교리교사 양성교육은 교리교사로 활동하겠다라는 보증이 있어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신학교 교육은 거리문제 때문에 숙박을 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키스탄 평신도 신학연구소는 신자들에게 성서와 신학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 연구소는 아나빔이라는 초교파 연대 단체의 산하에 있어서, 신자들은 가톨릭 신학 뿐만 아니라 이슬람 신학과 파키스탄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세미나를 하고 있다.

5일에 열린 간담회에서 헨리 사무총장은 봉건시대에는 성직자나 수도자가 중심적으로 시민들을 돌보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교회의 역할이 국가에 많이 이양되었다며, 교회는 이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신도들이 세상 곳곳에서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가 간담회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평신도들은 이제 교회에 더 깊이 결속되어 바로 이제 우리 자신이 교회가 되었다. 세상을 사는 평신도에게는 교회 안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일상과 결부되는 평신도 사회윤리, 정치, 경제, 성윤리, 가정문제 등에 대한 통찰을 요구하고 필요로 한다. 이런 부분은 사실 평신도들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학적 훈련만 되어 있다면 성직자나 수도자들보다 실질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신도는 교계 제도나 수도회 공동체의 규율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사회를 향해 발언할 수 있다. 교회가 사회 전반과 대화를 하는 길에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는 북돋아 주어야 한다. 파키스탄 교회 역시 성직자 중심의 교회이고 더군다나 파키스탄 내에서는 소수 종교에 불과하지만, 깨어있는 평신도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교회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교회의 모습이 되도록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이어서 6일에 열린 강연회에서 아시 신부는 평신도의 자리를 성서적 기반과 교회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통해 이론적으로 정리하였다.(첨부한 강연록 참조)

그는 강연회 후 질의응답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파키스탄 평신도 연구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특히 여성 신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행히도 성서의 저자들이 다 남성이었고, 그 성서를 해석한 방법도 남성의 입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교회 안에서 많은 차별이 이뤄졌다. 이런 성서적 해석은 예술에도 영향을 미쳐서, 예를 들면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여성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열 두 제자만 식탁에 앉아 있다. 당시의 만찬 풍습이나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보더라도 결코 그런 식의 만찬이 최후의 만찬 모습일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여성들은 평신도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평등한 참여를 요구하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들은 자신이 부여받은 은사와 자기 자리에 대한 소명(부르심)에 대해 확신하고 교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 신부는 사회 문화 안에서 끊임없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한국 교회는 평신도로부터 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기를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이미영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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