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평협 세미나, ‘평신도 사도직과 시노달리타스’ 열려
공동합의성 지속은 신앙인 양성이 관건

시노달리타스가 본당의 일상적 신앙 여정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세계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가 제출되고, 대륙별 단계 문서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가 29일 ‘평신도 사도직과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교구 본당 사목회장, 16개 평신도 사도직 단체 교구 대표와 평협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논의 주제는 ‘시노달리타스의 본당 실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평협의 역할’로, 정영화 부회장(평협)가 사회를 맡고, 김의태 신부(수원 가대), 엄재중 상임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이 발제했다.

주제1 토론자들. (왼쪽부터) 정성훈 신부, 이혜정 수녀, 성정모 회장, 김의태 신부, 경동현 위원장, 이창훈 소장, 김영욱 신부. ⓒ김수나 기자<br>
주제1 토론자들. (왼쪽부터) 정성훈 신부, 이혜정 수녀, 성정모 회장, 김의태 신부, 경동현 위원장, 이창훈 소장, 김영욱 신부. ⓒ김수나 기자

먼저 김의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공동합의성)를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서열, 학연, 지연 등 관계 중심적 유교 문화와 불공정한 갑질 문화라는 특유의 한국 문화에서 형성된 성직자 중심주의를 꼽았다. 또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소통에 익숙한 교회 구성원들의 수동적 태도와 질문하지 않는 모습, 사목방향이 사목자 중심으로 편향된 문제를 지적했다.

평등주의적, 수평적인 쌍방 소통 방식에 대한 열망과 위계적, 일방적, 수직적인 교회 소통 방식이 부딪히는 가운데, ▲교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고소, 고발 ▲교회 기관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본당 신부의 무례한 태도에 대한 조치 요구 ▲신자들 간 세대 갈등과 문화 갈등 ▲봉사직에 대한 어려움 등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김 신부의 진단이다. 이는 “기존의 교회 운영 방식과 소통 방식, 나아가 그간 유지해 온 종교의 권위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의 민주적인 소통 방식 도입 ▲교회법상 본당 신부만이 아닌 본당의 모든 구성원에게 법률 행위의 역할과 책임이 부여됐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사목회의의 자문 없이 본당 신부가 모든 문제에 대해 결정적이고 완전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인식 ▲신자들이 본당 신부나 사목평의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해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어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모두의 일치와 통합된 목적을 위해 성령의 뜻에 따라 끊임없이 대화하고 논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주교 시노드 과정은 통합, 의견 교환, 의사 결정의 숙고, 끊임없는 소통체계 구축과 같은 참여민주주의의 특성과 비슷하다.

김 신부는 “사목회와 본당 신부는 신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본당 사목이 성직자 중심이 아닌 신자들이 직접 공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부서 내 구성원 간, 전체 부서와 부선 간 시노달리타스가 제도적 방식으로 구현돼 있는 교황청의 제도가 참조점이 된다. 시노드를 충실히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의태 신부(수원가대) ⓒ김수나 기자
김의태 신부(수원가대) ⓒ김수나 기자

교구 사목평의회 실질화, 신자 양성 필요

교구 사도직 단체와 본당 사목회장단, 여성 총구역장 등이 포함된 신자 대표체 평협이 시노달리타스 정착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엄재중 상임연구원은 세계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한국 교회 종합의견서의 결론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향한 한국 교회의 다짐과 제언’에 담긴 내용 가운데 특히 교구 사목평의회 설치와 운영의 실질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더불어 평협이 시노달리타스적 양성의 자리가 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1995년 발표)는 제147조(“교구마다 필요하다면 사목 활동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는 사목평의회를 구성한다”)와 제173조(“각 본당 사목구에는 사목평의회를 구성하여 주임 사제의 사목활동을 보필하도록 한다”)에서 교구와 본당에 사목평의회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목평의회가 공동체의 중요한 논의의 장임에도 자문기구에 그치거나 사제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그는 “종합문서에 담긴 시노드에 대한 한국 교회의 비전은 사목평의회를 설치하고 상설화 하자는 주장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는 교회 내 어느 개인이나 단체가 마치 하느님의 백성 밖에 존재하는 것처럼 일체의 경청이나 협의 없이 결정하는 성직주의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당 사목평의회에서 교구 사목평의회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교구 전체 신자의 상호 경청과 참여가 구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에 참여한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을 수용하는 것이며,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의 구원 사명을 실천하는 데 하느님 백성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 평협은 본당 사목평의회 운영 실태를 조사, 연구해 더 평등하고 공동 협력적인 논의 자리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본당 사목평의회가 본당 소공동체들과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노드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신앙인 양성이 필수적이지만 한국 교회의 현실은 매우 미흡하다는 종합의견서 진단에 대해서는 교회 구성원 각자의 신원에 맞게 시노달리타스적 양성 여정과 교육 등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평협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재중 상임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김수나 기자<br>
엄재중 상임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김수나 기자

이어 토론은 각 주제별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경동현 위원장(평협 기획분과위원회) 진행으로 김영욱 신부(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성정모 회장(평내 성당 사목회), 이창훈 소장(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이혜정 수녀(성가소비녀회), 정성훈 신부(의정부교구 5지구장)가 토론했다.

두 번째 주제는 노주현 위원(평협 교육연구분과위원회) 진행으로, 고진철 회장(평협), 박문수 분과장(평협 교육연구분과), 변승식 신부(사목연구소장), 이순일 분과장(평협 사회복음화분과), 이재화 신부(선교사목국장)가 토론했다.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히 신앙인의 양성이 강조됐다.

김영욱 신부는 “가르치는 성직자, 배우는 평신도라는 이분법적 수직적 관계가 아닌, 시노달리타스를 함께 체험하고 이해하고 내면화하면서 나아가는 전체 여정을 양성이라고 본다면, 하느님 백성 전체가 배우고 공감하고 회심하고 비전을 갖는 양성이 필요하다. 그 양성은 시노달리타스라는 삶을 실천하는 과정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정 수녀는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는 열심인 신자들도 교회를 잘 모르고, 동등한 주체자라는 인식이 없다. 그동안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 버려진 사람들이라 생각할 정도로 참여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아 본당 신부 혼자 결정하고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다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전 신자가 양성되지 않으면 성직자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목평의회도 양성돼 있지 않아 신부에게 문제 제기하지 않는 예스맨”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성자와 피양성자를 나누지 않고 함께 양성받기 ▲교회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리더십 양성 ▲연령 등 특성별로 나뉜 그룹 교육을 제안했다.

이 수녀는 “그룹을 세분화해 신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모여 공부하고 본당의 모든 일을 이야기하며 이를 기초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면서, “사제나 수도자가 리더 양성을 동반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훈 소장은 경청의 문화를 밑바탕으로 해 함께 결정하고, 결정 뒤에도 조정하고 협의할 수 있는 분위기, 누구나가 담대하게 발언하고 특히 사목자들은 이를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훈 신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표인 공동체의 복음화, 개인의 성화라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공감하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봤다.

김의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경청이 이벤트성이 아닌 정기적인 들음, 끊임없는 들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제2 토론자들. (왼쪽부터) 이재화 신부, 이순일 분과장, 변승식 신부, 엄재중 상임연구원, 노주현 위원, 박문수 분과장, 고진철 회장. ⓒ김수나 기자<br>
주제2 토론자들. (왼쪽부터) 이재화 신부, 이순일 분과장, 변승식 신부, 엄재중 상임연구원, 노주현 위원, 박문수 분과장, 고진철 회장. ⓒ김수나 기자

평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먼저 평협의 성격을 시노달리타스 구현을 위한 본당 지원으로 명확히 하고, 시노달리타스적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성장하는 체험을 해 보도록 신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나아가 함께 가는 교회가 되기 위한 관련 제도의 변화까지도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진철 회장은 “의정부교구 성당 86개 가운데 10개 성당은 본당 사목평의회가 구성돼 있지 않다. 또 사목평의회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목평의회의 임기를 보장하고, 아직 구성되지 않은 본당은 평협이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화 신부는 “본당을 지원할 때 본당의 여러 현안과 시노달리타스는 구분되는 문제가 아니며, 본당의 모든 문제에는 시노달리타스가 기초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리면서 본당이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할 기회를 갖도록 평협이 연대하고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4년째 교육분과장을 맡고 있는 이순일 분과장은 “본당 사목평의회는 제법 잘 짜인 구조이지만 위원들은 맡은 일을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본당 사목을 돕는 일이 낯설고 사목평의회 내부에서 일 진행이 어렵거나 같은 분과여도 본당별로 일이 다르다. 교구의 도움도 잘 받지 못해 각자도생으로 수고하면서 무력한 상황에 치이다 보면 임기가 끝난다”면서, “교구 차원의 객관화된 사목평의회 분과별 업무 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본당 신부와 몇몇 신자들이 복음 나누기를 경청모임 형식으로 시작하기로 했고, 본당에서 매달 하는 책읽기 모임도 경청모임 형식으로 해 볼 예정이라면서, “이번 시노드가 일회성 행사쯤으로 묻히는 것이 아깝고, 이런 작은 사례들이 모이면 본당, 교구에도 자료로 쌓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변승식 신부는 “평협이 직접 만나고 일하는 본당 사목위원, 단체장, 평신도 봉사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논의해서 찾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있나라는 공감에 이르면 제도 변화도 따라올 것이고, 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제16차 세계 주교시노드는 교회 모든 구성원이 복음화의 능동적 주체로서 이들 사이의 상호 경청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번 시노드 여정의 첫 단계인 각 나라별 교구 시노드를 끝내고 현재 그 결과인 대륙별 단계 문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륙별 시노드 회의는 2023년 1-3월 진행된다. 이를 종합한 제2차 의안집이 나오면 같은 해 10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의장으로 한 세계 주교시노드 총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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