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성직주의’ 출간

“모든 성소는 소중하다. 모든 성소는 그 존엄성에 있어 동등하다. 그런데 왜 수도 성소를 걷는 사람은 혼인 성소, 독신 성소를 살아가는 사람보다 존중받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단 한 번도 성당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에게,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장어를 사주거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수도자 그리고 사제들에게는 거의 언제나 그러하다. 마치 성소에 카스트 제도와 같은 계급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성직주의’ 43쪽, 천주교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23)

이전에는 비싸서 못 먹은 장어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성당에 가면 신자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한 수도자의 고백. 교회에서 종종 보는 이런 풍경은 성직주의를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이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성직주의는 성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당(성당)이나 단체의 구조 혹은 평신도의 태도에서도 드러날 수도 있다.

성직주의를 ‘성직자의 문제’라고 단순화해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직주의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면서도 솔직한 경험과 성찰을 담은 ‘성직주의’의 출간이 반갑다.

'성직주의', 천주교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23. (표지 출처 =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br>
'성직주의', 천주교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23. (표지 출처 =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가 지난 10월 사목자료 첫 시리즈로 ‘성직주의-성찰과 나눔’을 냈다. 사목연구소장 변승식 신부는 “이전에도 성직주의를 비판하거나 사례 중심으로 쓴 단편적인 글이 있었지만, 교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이 주제를 깊이 성찰하고 중립적으로 다뤄 보고 싶었다”고 사목자료 시리즈 첫 주제로 성직주의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변 신부가 기억하기에 20여 년도 전에 밀레니엄을 앞두고 했던 설문조사에도 성직주의는 교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그는 교회 구성원이 모여 이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어떻게든 이 주제를 다뤄 보고자 글을 청했다고 한다. 그 결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 7명의 글을 모았다.

‘성직주의’의 글은 진솔하다. 변 신부는 제목만 보고 반감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솔하고 진지하게 쓴 글을 누구나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평신도 스스로 자기 신앙을 평가절하하고, 하느님이 아닌 성직자가 중심이 되는 교회 활동은 자연스럽게 평신도 사이의 ‘계급’을 형성하게 되는 점이 더 큰 문제다.”(71쪽)

“실제로 본당 여러 단체가 어떤 사안에 대해 그 단체에서 긴 논의를 이어 나가다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주임 신부에게 결정을 내려 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결국 그 사안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부담을 본당 조직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최종책임자’에게 넘기는 것이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라는 단체 구성원들의 암묵적 합의에 따른 절차일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본당 공동체에서 성직주의는 서로의 편의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33쪽)

그는 성직주의처럼 민감하거나 의견이 대립하는 주제를 다룰 때는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한 걸음씩 첨예한 내용에 다가가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직주의’가 교회 안에 공감대를 만드는 바탕을 이뤄서, 점차 구체적으로 다뤄지길 바랐다.

오래되고 익숙한 문제지만, “다들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조심스럽게” 여기는 성직주의, ‘성직주의’를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사목연구소는 교회가 극복할 문제를 계속 다루고, 또 이전 연구 자료들을 정리해 시리즈로 낼 예정이다. 사목자료 시리즈 2편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 천주교회’도 나와 있다. ‘성직주의’를 비롯한 사목자료 시리즈는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 또는 의정부교구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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