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IPCC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다루는 보고서를 1990년부터 발표해 왔는데 1차 보고서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확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3차 보고서부터 인간의 영향을 66퍼센트 이상 보았고, 2021년 6차 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이 명백하다고 발표했다. 기술시대 인간 활동으로 근현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발생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다보스 포럼으로 더 많이 알려진 세계 경제 포럼(WEF)은 매년 ‘전 세계 위험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 가능한 10대 위험 가운데 1, 2위가 극한기상과 기후위기 대응실패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파급력이 큰 위험은 2019년 1위가 대량살상무기였는데 2020년부터는 기후위기 대응실패로 바뀌었다. 그리고 올해 앞으로 10년간 10가지 위험을 발표했는데 그 절반이 환경 관련 내용이다. 즉 기후위기 대응실패(1위), 극한기상(2위), 생물 다양성 상실(3위), 인간 환경파괴(7위), 천연자원위기(8위) 등이다. WEF도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에서 섭씨 1.5도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려면 기업과 정책 입안자, 시민사회의 포괄적인 기후대응조치가 필수적이라 말한다.

공히 기후위기의 시대다. 지난 6월 14일 5대 종단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종교환경회의는 ‘종교, 기후 정의를 위한 전환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종교인 대화마당을 열었다. 첫 번째 발표자 이병한은 문명의 전환과 종교의 역할을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 문명의 전환은 디지털 문명(4차 산업혁명)과 생태 문명이 합쳐지는 ‘생명 문명’으로 생각과 생활과 생산의 문명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기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생태와 기술(생산)이 결합된 어스테크(Earth Tech)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공학자와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지구를 위한 전환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의식의 진화를 통한 시장의 성화(聖化)라 말한다.

2022년 종교인 대화마당 참가자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br>
2022년 종교인 대화마당 참가자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두 번째 발표자 하승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를 묻는다. 기후위기 주제는 대선후보들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기후 후진국 상황과 특정 정당이 90퍼센트 이상 의석을 차지하는 왜곡된 대의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후위기 시대 과연 어떤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그 대안으로 직접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둥으로 하는 선거제도와 정부 형태를 말한다. 종교와 시민단체들은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역할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직접행동과 시도를 통해 시민들의 힘을 모으고, 정당은 기후위기 시대 비전을 만들고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획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는 탈성장, 녹색전환, 기후 정의, 채식선택권 확대 등의 문제의식을 담은 조례를 제정하고 추첨제 기후 시민의회를 시작하는 등 전환을 제안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2030년까지 과연 2010년대 절반 가까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2050년 순 배출량 제로(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기술과 지역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전환 노력 등 무엇이든 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기후위기 상황, 산업 문명의 폭력과 착취, 이기주의의 논리를 타파하고 온전한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상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피조물을 돌보는 사랑의 작은 길을 가고, 평화와 우정의 씨앗을 뿌리는 친절한 말과 미소, 모든 작은 몸짓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찬미받으소서’, 230항)

지구와 서로를 돌보는 작은 몸짓으로 넘치는 종교인들의 사랑은 사회적, 정치적 사랑이 되고 탈 탄소 사회, 기후 정의를 위한 사랑과 돌봄의 문명이 된다. 그리고 이 일상의 혁명이 다수가 되고 동맹이 될 때 모든 형태의 생명을 착취하는 소비세계는 멈추고 지구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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