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거는 처음이다. 나라의 미래 비전과 정책은 사라지고 주술과 거짓 비방이 난무한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사라지고, 복수와 권력 욕구를 너무도 당연히 드러내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변화 대응인데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과 공약은 없다. 앞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가 넘지 않아야 인류는 생존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2050년 순 배출량 제로(0)를 만들어야 살아남는데 이 위기 상황을 말하는 후보는 없다. 기온 상승에 따른 생존 방안을 말하는 후보도 없다.

기온 상승은 인류 삶의 터전을 무너뜨린다. 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하면 식량난이 일어난다. 해수면이 올라 연안 도시가 잠긴다. 해양은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성화되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된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종된다.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지금 세대가 중요한 이유는 이 기후 위기의 원인과 피해, 그리고 해법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세대, 시대의 대통령 선거에 기후위기가 사라졌다.

2월 11일 삼척 맹방 해변에서 있던 기후행동 모습. (사진 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br>
2월 11일 삼척 맹방 해변에서 있던 기후행동 모습. (사진 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지난 금요일 전국에서 시민들과 기후환경 활동가들이 삼척에 모였다. 삼척은 기후위기 현장이다. 탄소배출 주범인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를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가 건설하고 있다. 석탄발전은 기후 위기를 가중시키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삼척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함께 땅에 머리를 맞대며 삼보일배 했다. “대선 후보 탈석탄 공약하라.” “대선 후보 석탄화력발전 중단하라.” 외치며 간절히 기도했다.

이날 삼척 포스코 블루파워 건설 중단 행동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기후 대선을 요구하는 전국행동이 시작되었다. 지금 대선과 정치권이 담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는 기후 현장의 바람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대선 시기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만들자는 취지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신공항’과 같은 개발 공약을 추진하고, 탄소 중립을 명분으로 위험한 핵발전을 용인하고 확대하자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먼저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주권자 행동이다.

대선 후보들에게 탈석탄 공약을 요구하는 삼척 주민들의 삼보일배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br>
대선 후보들에게 탈석탄 공약을 요구하는 삼척 주민들의 삼보일배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

삼척 등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 부산 가덕도 신공항 철회, 핵발전 중단, 제주 생태계 보전과 제2공항 완전 백지화, 새만금 공항 백지화와 갯벌 생태계 보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생태 유기농업·농민과 식량 주권, 영흥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 등을 경주, 군산(새만금), 보령, 부산, 인천, 제주, 홍성 등 기후 현장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인 시민, 노동자, 농민들이 후보들에게 기후  대선을 알리고 요구한다. 삼척 주민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국회 앞에서 대선 전까지 매주 금요일에 진행한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현재 불균형의 영향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찬미받으소서' 161항) 자본과 소비, 그리고 거짓과 주술의 맹신에 빠져 있는 지금의 대선에서 벗어나 기후 현장과 전환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후보가 누구인지. 탈 탄소 사회, 기후 정의를 위한 돌봄과 사랑의 문명을 만들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이번 기후대선 전국행동을 통해 살피고 선택하자.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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