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공식 기구로 "화해와 치유 재단" 설립
재단에 사비 출연, 성폭력 피해자 치유 위한 구체적 방법 제시

독일 뮌헨과 프라이징대교구 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교구 공식 기구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비영리 재단 "희망과 치유"(Spes et Salus)을 설립하고, 성폭력에 따른 교회의 속죄와 피해자 치유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또 마르크스 추기경은 재단 설립과 함께 자신의 사유재산 50만 유로(한화 약 6억 6000만 원)를 재단 종잣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 50만 유로는 마르크스 추기경이 신학교 교수 급여와 주교, 대주교, 추기경 시절 저축으로 만든 재산이다.

2020년까지 독일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개혁을 위해 설치한 특별 기구 ‘9인 추기경 평의회’의 일원이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대가인 마르크스 추기경은 2008년 독일에서 “자본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공존과 상생을 위한 질서자본주의”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독일 교회도 일부 사제들과 주교들의 성범죄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독일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2차 대전 이후 독일 교회의 성범죄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는 세계 교회에서 유일하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독일 교회 사제 1670명(전체 성직자의 4.4퍼센트)이 성적으로 학대한 피해자는 3677명으로, 대부분이 소년이었다.

"희망과 치유 재단" 설립에 대해 설명하는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이미지 출처 = 뮌헨과 프라이징 대교구 유튜브 영상 갈무리)
"희망과 치유 재단" 설립에 대해 설명하는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이미지 출처 = 뮌헨과 프라이징 대교구 유튜브 영상 갈무리)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회 성폭력 사건 전수 조사와 이번 재단 설립을 통해, 교회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은 교회가 스스로 책임지고 속죄해야 하며, 피해자 치유를 위한 노력까지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선언했다. 또 독일 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교회 내 성범죄를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질 것인지를 새롭고 구체적으로 보여 준 모델이기도 하다.

뮌헨과 프라이징대교구 홈페이지 내용에 따르면, 마르크스 추기경은 주교회의 의장직을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12월 4일, “‘희망과 치유’ 재단을 설립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재단 설립에 대한 성명에서 ”가톨릭 교회 안에서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위한 치유와 화해의 길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회의 책임 안에서 성적인 학대는 범죄입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파괴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친구에게도 무거운 짐이 됩니다. 교회 전체는 이에 대해 유죄입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학대는 체계적 원인에서 비롯되며, 또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공적, 사적으로 학대에 맞서 싸우고 대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는 “(성폭력) 예방을 위해 교회의 헌신을 보완하며, 함께 피해자들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특히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성범죄는 피해자의 신앙을 훼손하는 것이며, 이 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재단을 설립하고 재산을 내놓는 것은 적어도 피해자들이 신앙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또 마르크스 추기경은 사유재산으로 재단 재정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사목 활동을 통해 얻은 재산을 책임감 있게 쓰려고 한다”며, 이것이 나의 신념이고, 나 자신이 아닌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지난 몇 년간 나를 감동시킨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학대 피해자들과 만나고 대화하며, 그들 삶을 들여다보고 파악하면서 학대의 원인과 결과가 무엇인지 직면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힘과 노력을 써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다. 돈으로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그러나 치유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희망과 치유 재단”은 교구의 ‘성 코비니안 재단’ 산하에서 운영되며,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 아동 보호 센터와 협력한다. 정관에 따르면 재단의 목적은 “성학대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 확인, 권한 부여, 자발적 자기 개발 지원” 등이며, 이들은 재단의 지원을 받는 동시에 스스로 운영하는 주체로서 활동한다. 앞으로 재단 운영은 기부를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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