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대 위기 대처 실패에 교회 일원으로 책임”, 교황은 아직 수락 안 해

독일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67)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퇴서를 냈다.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위기를 처리함에 교회가 체계적 대응을 실패한 것에 대해 주교들이 책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현재 뮌헨-프라이징 교구장으로서, 독일 주교회의 의장(2014-20)과 유럽공동체 주교회의협의회 의장(2012-18)을 지낸 바 있다. (한국에서는 "마르크스 추기경의 자본론"이라는 책으로 알려졌다. - 편집자 주)

그는 6월 4일 성명을 내는 동시에, 교황의 허락하에, 지난 5월 21일자로 다음과 같이 교황에게 보낸 편지의 사본도 공개했다.

“내게는 지난 수십 년간 교회의 대표들에 의해 저질러진 성학대라는 재앙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사퇴서를 곧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이번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에게 대주교로서 그의 직무를 “교황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계속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이 편지에서 (교회의)학대 고발 처리에 대해, "지난 10년간의 조사들과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개인적 실패와 행정적 실수들뿐 아니라,” “제도적 또는 ‘체계적’ 실패들도 있었음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교회의 일부 구성원들은 이 점에서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따라서 이렇게 일어난 일에 대해 하나의 제도로서 (교회도) 비난받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런 이들이 “그래서 지금의 성학대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개혁과 쇄신에 대한 토론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교는 75살이 교회법상 정해진 은퇴연령으로 마르크스 추기경은 앞으로 7년여 임기가 남아 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독일 교회의 ‘공동합의적 길’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이 전국 시노드적 토론과정은 권력, 성윤리, 사제직, 교회 안 여성의 역할 등과 관련된 주제들 때문에 논란이 되어 왔다.

 독일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퇴서를 냈다.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위기를 처리함에 교회가 체계적으로 실패한 데 대해 주교들이 책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진은 2015년 2월에 바티칸에서 찍힌 것이다. (사진 출처 = CNS/KNA)<br>
독일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퇴서를 냈다.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위기를 처리함에 교회가 체계적으로 실패한 데 대해 주교들이 책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진은 2015년 2월에 바티칸에서 찍힌 것이다. (사진 출처 = CNS/KNA)

마르크스 추기경은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좌하는 추기경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한 명이며, 교황청 재무평의회 간사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성명에서 성학대 위기를 처리하려면 감독을 개선해야 함이 분명하지만, “교회의 쇄신된 형태와 오늘날 신앙을 살고 선포하는 새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된 혐의들이 과거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조사하고 즉각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 주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주교로서 나는 전체로서의 교회의 행위는 물론 과거에 교회가 저질렀던 제도적 문제와 실패에 대해서도 ‘제도적 책임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내 스스로의 행위로 하여 성직자주의의 부정적 형태들과 교회의 평판에 대한 거짓된 우려들을 촉진하도록 도움을 주지는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그는 교회지도자들의 초점이 진정으로 성학대 피해자들과 그로 인해 영향받은 이들에게 있었는지 스스로 물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나는 사퇴함으로써, 내가 저질렀을지 모를 모든 실수뿐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지금 교회의 모습이 되도록 내가 도움을 줘 온 하나의 제도인 교회에 대해서도 기꺼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생각임을 명확히 한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4일 뮌헨의 주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올해 초부터 그리고 “사순 시기 동안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사퇴를 생각해 왔으며, 교황에게 보낸 편지는 이번 부활 시기 중에 썼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하면서 이 편지를 교황에게 읽어 줬으며, 그 직후 교황은 그에게 보낸 전자우편과 전화 통화로 6월 4일 이 편지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해에 “주교좌대성당에서 내가 주관한 한 행사에서 우리는 성학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우리는 실패했다’는 문장을 썼다. 그리고 주교관에 돌아와서 나는 ‘우리’는 누구지? 나 또한 거기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같은) 그런 단어를 쓰기는 쉽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뜻이고 자기 자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하기는) 훨씬 어려운 것이며, 그래서 그 문제를 생각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자기가 이번에 사퇴서를 낸 것은 주교로서 일이 힘들다는 등의 이유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자신은 주교임을, 사제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강조하면서, 교회의 쇄신을 호소하고  자신의 사퇴가 교회 봉사의 중단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사퇴한 배경에는 올 여름에 과거에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에서 성학대 사례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관한 전문가 그룹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인 것도 있다.

독일의 가톨릭 통신사인 <KNA>는 그의 사퇴 발표에 대한 당장의 반응은 존경과 당혹이 뒤섞여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인 게오르크 베칭 주교는 마르크스 추기경의 사퇴 청원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르크스 추기경이 “독일과 전 세계 교회를 위해 큰일을 해 왔다”고 강조하고, 마르크스 추기경이 독일 주교회의를 “지탱하는 대들보 가운데 하나”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평신도 대표조직인 독일가톨릭인 중앙위원회의 토마스 슈테른베르크 의장은 회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니셔 포스트>에 “떠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약 사퇴를 받아들이면 독일 가톨릭 교회의 한 중요 인물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성학대 피해자 단체는 마르크스 추기경의 움직임에 대해 존경의 뜻을 밝혔다.

피해자 단체인 “비원형 테이블”(Eckiger Tisch)의 마티아스 캇치 대변인은 <KNA>에 마르크스 추기경은 “이 난장판을 만든 자들이 다시 말끔히 청소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겪은 마르크스 추기경은 “들을 자세가 되어 있던” 성직자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catholicnews.com/citing-systemic-failures-in-handling-abuse-cardinal-offers-resig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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