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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경동건설, 노동자 죽음으로 내몰았다”환노위 국정감사서 정순규 미카엘 씨 사망 원인 재조사 촉구
폴리스라인이 쳐진 부분이 정순규 씨가 떨어져 숨진 곳이다. (사진 제공 = 정석채)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동건설 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 죽음에 대한 재조사가 촉구됐다.

경동건설(주)이 부산 남구 문현동에 신축 중이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10월 31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정순규 씨가 일하다 추락해 숨졌다. 그가 작업했던 옹벽에 설치된 비계(작업 발판)는 허술했다. 안쪽 난간대, 추락 보호망, 발끝막이판 등의 안전장치가 없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노동부, 경찰 등 기관마다 다르다. 어느 누가 이 조사 결과를 신뢰하겠나”라며 “적은 비용으로 단 몇 시간이면 안전 조치가 가능한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동건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이 각각 파악한 사고 원인은 모두 달랐다.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정순규 씨가 약 2미터 수직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한 반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8미터에서 안전난간 바깥쪽 사다리를 이용하다 떨어졌고, 부산지방경찰청은 4.2미터에서 그라인더 철심 작업 제거 중 안전난간 안쪽으로 떨어졌다고 봤다.

정순규 씨 산재사망에 대한 기관별 조사 결과가 제각각이다. (자료 출처 = 강은미 의원실)

제각각인 조사 결과에 더해 허술한 현장 조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장 조사는 사고 다음 날인 11월 1일 이뤄졌으며 조사 하루 만에 비계에 추락 보호망과 새 난간대가 설치되는 등 사고 당시 현장이 훼손됐다. 

이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사망 원인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 폴리스라인이 처음과 달리 늘어져 있고 비계를 옹벽 안쪽으로 옮기는 조치 등이 이뤄졌다”면서 “사고 현장은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안전 조치된 비계는 촘촘하고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비계와 옹벽의 거리가 450밀리미터로 실제 작업을 재현했는데 안전 조치 하나 없고 매우 불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당시 이 조치에 대해 업체가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고 직후 회사의 안전조치가 이뤄진 점, 안전모를 썼는데도 정순규 씨의 머리에 뇌가 보일 정도의 심각한 자상이 있는 점, 찢어진 작업복 등 경동건설의 주장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른 추락사라고 보기에는 규명하기 어려운 여러 정황이 있는 상태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강현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시간이 많이 지났고 현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재조사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20년 6월까지 경동건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39건으로 이 가운데 2명이 숨졌으며, 떨어짐 41퍼센트(16건), 부딪힘 15.4퍼센트(6건), 넘어짐 12.8퍼센트(5건) 등이다.

산재 사고가 잦은 사업장임에도 경동건설은 매년 산재보험료를 2억 4000만-4억 5000만 원 감면받았고, 2017-2019년 산재보험 감면액은 약 9억 5000여만 원이다.

한편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정순규 씨 아들 정석채 씨(비오)는 경동건설 아파트에 대한 한 경제매체의 홍보성 기사를 언급하며 “사측은 국감이 진행되는데도 보란 듯이, 비웃듯이 언론플레이를 한다. 유족으로서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라면서, “이번 국감을 시작으로 경동건설의 산재 문제와 수많은 악행이 공론화되길 바라고, 이에 대한 진상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현재 정순규 씨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1심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순규 씨 작업 당시 비계에는 내부 난간대, 추락 보호망, 안전대, 발끝막이판 등이 없다. (사진 제공 = 정석채)
사고 다음 날인 11월 1일 하루 현장 조사 직후 안전 장치가 보강된 비계. (사진 제공 = 정석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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