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선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촉구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 산업재해 사망과 관련한 형사재판 선고를 앞두고 부산 시민사회가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했다.

정순규 씨는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문현동 경동 리인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다음 날 숨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이하 부산운동본부)는 1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진상 조사”, “진심 어린 사과”, “원청 책임 인정”을 요구하며 경동건설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12월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이날 부산운동본부는 “재판 과정에서 경동건설은 책임을 하청업체로, 하청업체는 고인에게 떠넘겼다”면서 “사고 경위에 대한 의혹과 사고 뒤 일어났던 불법 행위가 모두 다뤄지지 않아 제대로 처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동건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의 산재 사망에 대한 조사 결과가 각각 다른데도, 검찰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의견으로 원, 하청을 기소하고 구형했기 때문에 유족의 입장에서는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일부터 선고일까지 1인 시위 및 탄원서 연명을 진행해 제대로 된 처벌을 재판부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지난 1년간 “제대로 된 진상 조사”, “진심 어린 사과”, “원청 책임 인정”을 요구해 왔다. (사진 제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사고 당시 목격자나 주변에 CCTV, 차량 블랙박스가 없었기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상태에서 각 조사 기관은 추락 높이, 추락 시점, 추락 방향 등 제각각 다른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유족에 따르면, 경동건설 쪽은 그간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이 고인이 작업 당시 ‘술을 먹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안전 관련 중요 공문서의 자필을 위조하는 행태 등을 벌였다.

경동건설이 재판에 제출한 서류인 ‘관리감독자 지정서’의 자필 부분이 지난 11월 9일 필적 감정 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정순규 씨 본인 것이 아님이 확인됐다. 이에 경동건설이 산재 사망의 책임을 재해자에 떠넘기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서류는 현장 안전 감독의 책임을 정순규 씨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운동본부는 이날 “수많은 일터에서의 죽음이 고인에게 탓을 돌려 모욕하고, 그렇게 잊혔지만 정순규 님 유가족은 지난 1년을 싸워 왔기에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면서 “운동본부는 1년 동안 외롭게 싸워 온 유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순규 씨 산재 사망은 조사 단계부터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병원 이송 뒤 뇌사 판정까지 받았지만 사고 발생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노동부에 재해 발생이 보고되면서, 사고 당일부터 다음 날 정순규 씨가 숨질 때까지 사고 원인, 증거확보 등 현장 조사는 사고 책임자인 경동건설이 진행했다.

또 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하루 만에 조사가 마무리됐고, 부분 작업 중지 명령으로 업체가 안전 조치를 보강하게 되면서 사고 현장은 보존되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 재해가 생기면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부분 작업중지명령’에 따르면 그 전에라도 안전 조치를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정순규 씨가 숨진 다음 날인 2019년 11월 1일 가족이 현장을 찾았을 때 비계(작업대) 안쪽 안전 난간대, 안전망 등 방호장치, 추락주의 안내, 발끝막이 판 등이 없었는데, 이틀 뒤 가족이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보강된 상태였다.

한편 검사는 지난 10월 결심 공판에서 경동건설 현장 소장과 하청업체 현장 소장에 각 징역 1년 6개월,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 금고 1년, 경동건설 법인에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가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경동건설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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