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신부]6월 28일(연중 제13주일) 2열왕 4,8-11.14-16ㄴ, 로마 6,3-4.8-11, 마태 10,37-42

6월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합니다.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나간 셈이지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아직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아니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시간은 흐르고 삶의 곳곳에서 회복의 희망이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이지요. 조심스럽고 아주 천천히지만 본당공동체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많은 교구들이 미사만 재개했다가 이제 조금씩 교우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모임도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 인근 본당에 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인근이라고 해도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보다 차로 왕복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요. 그러나 오랜만에 본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기에 기쁘게 본당으로 향했습니다.

마스크를 하고 악조건 속에서도 주님을 만나려는 교우들을 보면서 새삼 제 신앙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며 한 교우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쉴 땐 좋았는데 다시 나오려니 쉽지 않네요’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자체 관면(?)을 하고 계시지요. 진심으로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성당에 안 나올 수는 있겠지만 ‘다른 무언가’가 그것을 가리고 있진 않은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삶의 방식이 주님을 따르는데 방해가 되지 않은지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을 보면 우리 모두는 주님께 합당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내 가족을 먼저 챙기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런 사람은 당신에게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교회공동체는 주님께 합당하지 않은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자료 사진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신앙의 끈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주님께 합당하도록 나아가는 공동체가 되어갑니다. 우리는 주님께 언제나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내 뜻을 버리고 하느님 뜻에 맞추어 가는 연습을 통해 합당으로 나아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신학교를 입학한 첫 해,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다가 들어온 신학교의 일과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해진 기도시간과 일과 그리고 외출도, 전화도 불가능한 신학교 첫 해의 삶은 충분히 도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삶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 신학교 생활 안에서 하느님 뜻을 찾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나름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담임신부님께서 강론 때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1학년은 평일미사를 따로 드렸습니다) ‘하느님 뜻을 따르는게 뭐고?’ 잠도 덜 깬 채 멍하게 있는 우리들에게 신부님은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니 생각 반대로 하면 그게 하느님 뜻이다’ 사제가 되어서야 그 말씀이 얼마나 명언인지를 절실히 깨닫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교황주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교황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과도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교황님은 자주 ‘사랑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제자라서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마태 10,24)를 묵상하며 사랑의 구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끔 합니다. ’시원한 물 한 잔‘ 이 얼마나 구체적인 사랑의 표현입니까! 구체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주님을 따를 수 있는, 아직은 합당하지 않으나 합당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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