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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공동선[유상우 신부] 7월 26일(연중 제17주일) 1열왕 3,5-6ㄱ.7-12; 로마 8,28-30; 마태 13,44-52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오늘 2독서의 첫 구절을 보며 문득 얼마 전에 군종사제로 임관한 한 동기 신부가 생각났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기 전 이를 기념하는 상본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서품 모토 문구를 정합니다. 저와 동기들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사제로 살아가면서 길라잡이로 삼을 문구를 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 신부가 오늘 독서의 첫 구절을 자신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서품받기 전 자신의 서품 성구에 대한 나눔이 있을 때 그 신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가 되는 순간까지 약 10년의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기쁜 일뿐만 아니라 나쁜 일이라고 여겼던 사건들 하나하나조차 저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깨달은 그의 체험이 잘 녹아 있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모두의 선, 그것을 우리는 공동선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이익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의 선을 이루는 것, 나만의 신앙에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아주 중요한 가치입니다. 공동의 선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들이 이루어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을 제1독서가 아주 잘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기도할 때 무엇을 많이 청하십니까?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니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에 집중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청원기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발전하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를 살펴보면 근원적으로 청해야 될 것이 무엇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부산교구 사제 부제 서품식. (사진 제공 = 유상우)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1열왕 3,5)라고 솔로몬에게 물으십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하지요. 하느님은 그에게 응답하십니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3,12) 솔로몬의 대답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청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글 처음에 서품 준비 때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많은 선배신부님께서 서품식 중 후보자가 엎드려서 바치는 성인호칭기도 때 드리는 기도는 주님께서 꼭 들어주시니 간절히 기도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엎드려서 이렇게 기도했었습니다. “그저 신부로 죽게 해 주십시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제이게 해 주십시오.” 세상을 다스리는 솔로몬에게 필요한 근원적인 것이 바로 지혜였다면 저에게 그 순간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사제로 살아가는 그것뿐이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을 청할 수 있는 지혜가 바로 오늘 독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깨달음입니다. 복음도 그러합니다. 보물을 발견하자 모든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삽니다. 하늘나라도 이와 같다 하신 주님의 말씀 속에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청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혜의 은총은 나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작용할 것입니다. 솔로몬의 지혜가 본인의 명예와 영광에만 머물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 2독서에 등장하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바로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는 끊임없이 주님께 청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나의 청원이 주님의 뜻에 맞는지 한 번쯤은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청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절망하기보다는 나의 청이 솔로몬처럼 근원적인 것인지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청하는 기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노력임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마태 13,44)라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가 밭으로 나아가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찾기 위한 우리의 행동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하늘나라의 보물이 나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선의 은총으로 풍부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유래없는 전염병의 여파로 함께하는 신앙의 의미가 옅어지고 있는 이 시기에 함께하는 신앙의 공동선과 연대성에 대한 가치를 잊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로마 8,28)이기 때문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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