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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일치, 기억과 실천[유상우 신부] 6월 14일(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신명 8,2-3.14ㄴ-16ㄱ; 1코린 10,16-17; 요한 6,51-58

이번 주일, 교회는 특별히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에 집중하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교회는 이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억하고,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의 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더불어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기회를 가지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도와 신심들이 있겠지만 성체성사야말로 신앙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원천이 되며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당연히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좀 더 의미 깊게 지내기 위해 이 축일이 제정되었습니다.

우리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 깊은 의미 중에서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념하여,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와 내 개인의 신앙생활에 성체성사의 신비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성체성사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 그 나눔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영원한 양식으로 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그 사랑과 희생을 단순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누라고 하십니다. 미사 중에도 그 의미가 잘 나타납니다. 사제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동안 빵을 쪼개지요. 이는 예수님의 죽음, 즉 희생을 상징하는 동시에 빵을 나눈다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눔은 일치로 이어집니다.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7)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신자들 사이의 일치를 드러냅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인 일치는 미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는 어디에 가나 같은 방식으로 미사를 드립니다. 시간과 장소가 다르고 심지어 언어는 다를지언정 우리는 같은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모시면서 일치를 기원합니다. 사제는 미사를 집전하면서 끊임없이 일치와 하나됨을 위해 기도합니다. 미사를 드릴 때 경문을 집중해서 들어보시면 얼마나 많이 일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지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성체 성혈.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리고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기억하게 됩니다. 티모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2티모 2,8)라고 했던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이 기억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무구한 교회의 전통 안에서 이어지는 기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당신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렇게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이렇게 신앙은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모세는 백성들에게 하느님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너희는 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 8,2) 이집트 탈출 여정 동안 함께하신 하느님 체험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그리고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체험했던 하느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이 기억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찬의 전례 때 성체와 성혈이 축성되는 그 신비로운 순간 뒤에 사제는 ‘신앙의 신비여’라고 선창하고 공동체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라고 응답합니다. 이는 신앙의 실천을 의미합니다. 성체성사의 의미를 깨닫고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의미가 반감됩니다. 성전 안에서만 생각하고 밖으로 나와서 삶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라는 사제의 파견은 그냥 공허함 속의 외침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는 이번 주일, 일치와 나눔 그리고 기억과 실천이라는 이 네 가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면서 미사를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사제가 바치는 미사 경문을 그냥 흘리지 않고 성체성사의 신비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마음과 정신을 모았으면 합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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