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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유혹당하는 이유[신학과 성찰 - 방영미]
이 글은 <가톨릭평론> 2019년 3-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몇 해 전부터 여러 교구에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포교 활동과 여러 피해 사례를 우려하며 신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를 발표하거나 대책위원회를 신설해 홍보와 예방 교육에 나서고 있다. 2017년에는 전국 16개 교구가 공동으로 ‘한국천주교유사종교대책위 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신천지는 이만희가 1984년 3월 14일에 창설한 신흥종교로 기존과 다른 교리 해석과 사람들을 현혹하고 피해를 주는 포교방식 등으로 비판받는다. 최근 신천지를 이탈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 왜 사람들은 신천지에 유혹을 당하는 걸까?

신천지, 성경에 있다?!

신천지는 자신들이 성경에 통달했다고 자부한다. 그들은 신천지 교리의 모든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다니던 교회의 목사 때문에 고민하는 개신교 신자가 눈에 띄면 바로 성경을 펴서 보여준다.

<이사야서 56장 10-11절>

그 파수꾼들은 소경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라 능히 짖지 못하며 다 꿈꾸는 자요 누운 자요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니 /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요 그들은 몰각한 목자들이라 다 자기 길로 돌이키며 어디 있는 자이든지 자기 이만 도모하며 (개신교 개역 한글판 성경)

그의 파수꾼들은 모두 눈이 먼 자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 모두 벙어리 개들 짖지도 못하는 것들. 드러누워 꿈이나 꾸고 졸기나 좋아하는 자들이다. / 게걸스러운 개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목자라는 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한다. 모두 제 길만 쫓아가고 저마다 예외 없이 제 이익만 쫓아간다. (가톨릭 성경)

목사의 권위에 도전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교회 신자에게 이 구절은 ‘내가 문제가 아니라 목사가 문제였구나’, ‘성경에 다 써 놨는데 내가 성경을 몰라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신천지에는 ‘목사’가 없다. 성경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해서 ‘강사’라고 부른다. 창시자 이만희 역시 ‘강사’인데, 다만 그는 ‘총회장’이면서 한 분뿐인 ‘선생님’이다. 그중 이만희는 ‘선생님’이란 호칭을 가장 선호해서, 내부에서는 오직 이만희에게만 이 호칭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마태오 복음 23장 8절, 10절>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이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이니 곧 그리스도니라. (개신교 개역 한글판 성경)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가톨릭 성경)

이는 신천지가 기존 교단과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것이 기성교회에 염증을 느끼는 신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처럼 보인다. 이만희가 곧 예수 그리스도는 아니지만, 예수님이 자기 대신 보내준다고 약속하신 ‘보혜사(Paraclete, 협조자) 성령’을 받은 사람이니, 오로지 이만희만이 성경을 열어 보여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신천지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경이 감춘 비밀을 아는 선민이 된다.

'평화의 사자'로 등장하는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 (이미지 출처 = MBC PD수첩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천주교인은 무지한 모압인

신천지에서는 천주교인을 하느님의 말씀도 모른 채 봉사에만 열성을 다하는, 진리에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경도 66권(구약 39권, 신약 27권)이 하느님의 백성에게 주신 정경인데, 천주교 성경은 외경 까지 합쳐져(구약 46권, 신약 27권) 있으니 비진리를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이사야서 16장 12절>

모압 사람이 그 산당에서 피곤하도록 봉사하며 자기 성소에 나아가서 기도할지라도 무효하리로다. (개신교 개역 한글판 성경)

모압이 산당으로 올라가 애를 쓰더라도 자기 성소로 가 기도를 드리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가톨릭 성경)

천주교인은 아무리 봉사한다고 애써도 성경 말씀을 모르니 구원받지 못한다. 그러니 신천지인이 천주교인에게 진리를 전해야 한다. 성당이 전도의 장(추수밭)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천지인은 센터에서 전도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배운다. 열매(전도해 온 사람)가 없으면 공부를 다 끝낸 후에도 수료가 되지 않을 만큼 전도의 압박을 받는다. 왜? 개신교인은 헌금으로 착취당하고 천주교인은 봉사로 착취당하므로, 그들을 밭(교회)에서 추수(전도)해 오는 것만이 나를 신천지로 부르신 하느님에게 효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88세의 고령인 이만희는 유교적 개념의 ‘효도’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모략 전도와 제사장 비전

반복적인 전도 교육으로 신천지인은 가족과 지인을 기성교회에서 빼 와야(알곡을 추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구원받았으니 나도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모략 전도를 훈련받는다. 혼자 전도하는 게 아니므로 전도하면서 더욱 신천지 시스템에 결속된다.

그런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모략’이란 게 대체 뭘까? 바로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사용한 방법이 모략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모리야산으로 데려갈 때 이삭에게 그 사실을 말해 주지 않은 것을 대표적인 모략으로 꼽는다. 그러니 하느님의 새 백성인 신천지인도 당연히 모략으로 추수해야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전도를 위한 교육과 모임이 있으며, 매일매일 지인 전도와 노상 전도를 구역별, 팀별로 실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모략 전도가 힘든 사람들은 초반에 탈락한다. 그러나 계속 남아 있고 싶은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요구 때문에 불편해 하면서도 이를 자기 신앙에 대한 시험으로 받아들인다. 이 정도 시험도 못 견디면 만국을 다스리는 제사장으로서 백성들을 다스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제사장은 만국을 다스리는 권력에다 영원히 육체가 죽지 않는 신인합일의 경지에 오른다. 예수님이 부활 후 육체로 세상에 계시다가 신령체로 승천하신 것처럼 그렇게 제사장이 된 144,000명은 육체의 변화를 겪어서 세상 사람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그에 대한 과정을 요한 묵시록(계시록)에 근거 해서 설명한다.

신천지에서는 요한 묵시록 19장 혼인잔치 장면, 그 과정을 순교한 영과 신천지인의 육이 결합하는 혼인으로 해석한다. 세례자 요한에게 엘리야의 영이 왔듯이, 예수님에게 하느님의 영이 왔듯이, 그렇게 신천지인의 몸에 고귀한 순교자의 영이 오는 것이다. 변화된 결합체의 모습은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니 모른다고 말한다.

육체영생 교리를 누가 믿냐 하겠지만, 처음부터 신인합일의 교리를 접하는 게 아니라, 성경의 비유 풀이부터 출발해서 5-6달 공부한 후에 이 교리를 접하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그렇게 성경공부에 스며 들어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신천지 성도들이 모여 집회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힘들지만 점점 빠져드는 이유

신천지인 중 다수는 강압적인 시스템(전도 강요, 각종 행사 및 봉사 참여)과 구속감(본인 핸드폰으로 예배 출석 인증)을 힘들어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만두자니 그동안 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끝을 봐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천지인이 되려면 보통 복음방 2-6개월(예비단계), 센터 6개월(신학원 과정), 새 신자 교육 1개월의 과정을 거친다. 성경공부에 투자한 시간만도 센터부터는 일주일에 4일(월, 화, 목, 금), 하루 3시간씩(오전반 또는 저녁반)이다. 수요예배와 일요예배는 꼭 참석해야 하는데, 예배 역시 성경공부의 연장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예배시간에도 칠판을 사용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공부해서 수료했기에 어지간하면 남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중도 탈락률이 꽤 높다. 일단 복음방에서 센터로 넘어오는 확률이 20퍼센트가 안 되고, 센터 과정 중 탈락자가 수강생의 30-50퍼센트쯤 된다. 또 새 신자 교육 후 정식 신천지인으로 신도증이 나온 후에도 1-2년 안에 새 신자 중 30퍼센트 이상이 그만둔다. 그럼에도 2019년 현재 신자수 가 17만 명이 넘고, 센터 인원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전도를 열심히 했는지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숫자들을 역산해 보라, 그들이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도를 시도했다는 건지.

사명 받은 사람으로서 하느님께 보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뛰다 보면 전도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게 학교면 휴학, 직장이면 휴직, 부모면 가출, 배우자면 이혼도 불사하게 하는 이유다. 신천지의 공식 입장은 가정을 지키고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라는 것이지만, 신천지에 오게 된 동기 및 환경이 그렇지 못한 데다 전도를 많이 할수록 하느님께서 기뻐하신다고 하니 전일 사역의 유혹들을 느낀다.

신천지는 통일교처럼 친정부적이고 친권력적인 종교단체로 우뚝 서고 싶은데, 그간 기성교회와의 대척점에서 교세를 확장했기에 제도권 진입이 매우 요원하다. 이 점이 신천지로서도 딜레마다.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충성한 신도들 덕분에 교세가 확장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시스템을 중단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도 그때그때 말들이 달라진다. 이제 곧 역사가 완성되니 세상일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여전하지만, 세상일을 잘해야 신천지 일도 잘한다는 신풍속도 생겨 그 안에서 도 차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신천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그래도 신천지를 나올 수 없다. 왜냐면 돌아갈 교회가 없기 때문이다. 신천지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이미 기존 교단에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거나 그런 교회의 행태에 질린 사람들이다. 부자 교회, 가난한 교회가 나뉘어 있는 현실에서 그들은 갈 곳이 없다. 부자 교회에 가면 그 안에서 소외될 것이고, 가난한 교회에 가면 그 무리에 섞여 절망과 무력감만 공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천지 안에서는 재산과 학력, 세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전업주부로 남편 눈치만 보던 아줌마가 신천지 안에서는 교리 교사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자식이 전부인 줄 알았던 부부가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소명 아래 함께 성경공부하고 전도하기도 한다. 남 밑에서 눈치만 보던 사회적 약자들이 전도라는 사명 아래 당당해지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변화를 겪어 본 사람에게 신천지는 은인이고 구세주다. 살면서 처음으로 희망과 긍지를 갖게 되는 경험, 이건 참 놀랍고도 소중한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유통기한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때가 자꾸 유예됨으로써 처음에 열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점차 지쳐간다.

그러나 신천지가 진리라고 생각해서 학업이나 직업을 전폐하고 전일 사역을 했던 사람들은 신천지인으로 생활한 시간이 길수록 돌아갈 곳이 없다. 이미 가정이나 사회와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강사, 전도사, 총회에 등록된 사역자, 각종 부장, 열두 지파장 등 핵심 사명자들은 물론 지역장, 회장, 조장, 구역장 등 일선의 사명자들도 전도에만 온종일 매달리며 1년 365일을 보냈기 때문에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핵심 사명자들이 받는 월급이 30-60만 원(이만희 총회장이 임의로 정한다고 함)이고, 그들은 같은 신천지인인 가족의 도움이나 배우자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신천지에 회의를 느껴도 스스로 그만두기가 어렵다. 그게 아니라도 과거에 모은 재산을 소진하면서 생활했기 때문에 그만둘 경우, 심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입는 타격이 너무 커서 선뜻 현재 상황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신천지를 나오면 극도의 자기부정과 자기 혐오감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 월급 없이 일하는 봉사자들인 일선 사명자들 역시 이곳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너무 지대하여 선뜻 나오기가 어렵다. 그간 가족과 지인들의 눈총과 비난 속에서도 오직 신천지가 진리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버텼는데, 어떻게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선뜻 시인할 수 있을까? 결국 신천지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일수록 그만두기 어려워진다.

31일 현재 신천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 관련 성도 생활 수칙과 총회장님 특별 편지 등이 공지돼 있다. 신천지는 지난 2월 대구 경북 지역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크게 확산시켰다. (이미지 출처 = 진리의 성읍 아름다운 신천지 홈페이지 갈무리)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기성교회로 돌아갔을 때 죄인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개종교육 자체도 인권유린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신천지 심층부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일수록 모략 전도를 많이 해온 탓에 죄의식과 자책감으로 자신도 스스로 돌아온 탕자라고 생각해 그런 죄인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간증할 때 울면서 회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현실에서 기존 신천지인들이 개종교육을 거부하고, 개종한 사람들이 다니는 교회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들이 볼 때는 영생교리에 눈이 멀어 이단에 빠졌다고 하겠지만, 막상 신천지인 중에는 오히려 평균치의 사람들보다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많다. 남의 말 쉽게 믿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새 하늘 새 땅이 곧 도래한다니까 그 시기를 빨리 앞당기기 위해, 그것이 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유익하니까 신천지에 헌신하고자, 그래서 모든 걸 바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신천지 교리는 기성교회와 성직자들의 부패, 탐욕, 나태에서 출발했다. 왜 이런 교리가 기성교회 신자들에게 진리로 느껴졌을까?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신천지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신천지 신자들의 태반은 신천지를 나와도 기성 교단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성교회에서는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안타깝게 또는 어리석게 보곤 한다. 그러나 신천지를 키운 동력이 바로 그런 기득권 중산층화된 교회임을 알아야 한다. 신천지는 교리상 기성교회에 문제가 없다면 절대 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신천지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방영미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요한 묵시록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요한 묵시록을 바탕으로 한 신흥종교에 관심이 있어, 신천지 교육과정을 6개월 동안 직접 참여 관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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