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9년 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진도 9.0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동북 태평양, 지진 발생 40분이 지난 뒤 약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지역을 강타했고 이때 2만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다음 날 3월 12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부터 3호기, 2호기, 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참사가 있은 지 몇 해 지나 후쿠시마 지역에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쓰나미로 며느리와 손자를 잃었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기억하며 5월 5일 어린이날에 다는 잉어 연을 1년 내내 깃발에 높이 달아 놓았다. 참사는 그렇게 아픔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기후변화 상황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가 핵폭발 사고로 이어진 후쿠시마 핵사고는 인류에게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경고였다. 그리고 사고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방사능 피해주민 건강 문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대기 방출 문제, 방사능으로 인한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건강 문제 등 후쿠시마 핵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3월 11일, 후쿠시마 9주기 기자회견 모습. ⓒ맹주형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코로나 19사태를 세계적 전염병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규정했다. 119개국에서 코로나 사례가 12만 건이 넘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총 확진자가 7869명으로 늘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재난 상황마저 정치적 이해득실로 이용하는 보수정치권과 달리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곳곳에서 대구, 경북에 응원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발생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바로 기후변화와 전염병 확산 문제다. 기후변화로 산불과 가뭄, 수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며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사람이 사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80년대 유행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인원, 2004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새,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비롯되었고 사스(SARS)와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옮겨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체가 유발하는 전염병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3월 14일 오후 2시, 온라인 기후위기 비상행동 안내 포스터. (이미지 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오는 3월 14일 전국의 탈핵, 기후환경단체들은 후쿠시마 핵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알리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모두 취소했고 온라인에서 비상 행동을 한다. 탈핵과 기후 운동 진영이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와 기후변화, 그리고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의 원인은 인간이 그간 경제, 산업, 생산, 소비 활동에 있어 근시안적 접근으로 지구 생태계를 착취했기 때문이다. 핵폐기물로 100만 년 동안 오염되는 땅,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로 시작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해 빈번해진 폭염, 지진, 태풍. 생태계 파괴 상황에서 사람과 야생동물의 접촉으로 더욱 커진 변종 바이러스 감염 상황은 결국 다음 세대 생존의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 피조물을 돌보기 위해 긴급히 '찬미받으소서' 주간(2020년 5월 16-24일)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리에게 계속해 묻는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160항) 

기후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코로나 19의 경험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한 생존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 인간과 뭇 생명을 파괴하는 핵발전과 난개발, 대규모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생산방식과 소비주의를 멈추고 기쁘게 절제하고 많은 것을 축적하지 않는 생태적 삶을 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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