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생태적 단식’ 실천기(재의 수요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들이 생태적 단식을 실천합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사순시기를 맞아 지구를 위한 생태적 단식을 제안했습니다. 생태환경위가 제시한 실천 사항에 맞춰 김수나, 배선영 기자의 실천 체험기를 싣습니다.

1. 재의 수요일(2.26-29) :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
- 새로운 상품을 찾아 소비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봅시다.

2. 사순 제1주간(3.2-7) : 일회용(플라스틱) 제품 단식
3. 사순 제2주간(3.9-14) : 전기사용량 줄이기
4. 사순 제3주간(3.16-21) :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하기
5. 사순 제4주간(3.23-28) : 전등 끄고 촛불 기도하기
6. 사순 제5주간(3.30-4.4) : 종이 단식
7. 성주간(4.6-11) : 생태계 회복을 위한 회개와 투신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라? 

돈만 좀 아끼면 되겠군 싶었다. 그런데 소비를 의식해 보니 소비하고 있는 건 돈이나 물건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나는 언젠가부터 자기 전 유튜브를 1시간도 넘게 보고 있었다. 하루에 쓰는 휴대폰 배터리의 절반 가까이를 이때 쓰는 것 같다. 배터리만 쓰나? 하루 1시간씩만 해도 일주일이면 7시간. 또 영상을 보는 나의 생체에너지까지 든다. 이 소비는 끊기가 어려워, 일단 강의, 다큐, 영화, 요리로 한정했다. 

3일간의 재택근무, 아이의 임시휴업에 주말까지 겹치니 식사가 가장 큰 소비항목이었다. 끼니 때가 다가올 때마다 사 먹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먹는 데 대부분 지출이 나가는데도 음식 소비에는 큰 망설임이 없다. 더구나 사 먹으면 내 에너지와 시간을 번다. 포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가 밖에 나가기 싫어해 거의 포장 음식을 사야 하는데 그러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외식은 가장 많은 고민이 됐다. 

그렇지만 뭐든 한다는 마음을 먹은 이상 가능한 해 먹기로 했다. 5일 동안 중국음식 1번 포장을 빼고 냉장고 재료를 최대한 쓰면서 이틀 지내고, 냉장고에 김치, 장, 달걀 몇 개만 남은 3일째에 6만 원어치 장을 봤다. 모두 식재료다. 이것으로 이번 주 버텨볼 계획이다. 음식 하기 전 냉장고를 살피고 버리는 것 없이 다 쓸 생각이다.  

정말 필요할까를 생각하니 소비를 잠시 미루게 되고 이미 있는 것으로 해결하니 평소라면 쉽게 샀을 음식을 사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이 생활습관이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다. 그러면서 정말 사 먹고 싶은 음식이었던 커피를 신중하게 결정해 주말 동안 2잔 사 먹었다. 컵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텀블러를 꼭 챙겼다. 

첫 실천 주간 동안 불필요한 소비는 로또복권을 사는 데 쓴 3000원. 결과는 당연히 꽝. 3000원이면 카페라떼가 한 잔이라 너무 아까웠지만, 이 정도 사는 재미는 허락했다. 불필요한 소비 안 하기 유지하며 다음 과제인 일회용(플라스틱) 제품 단식으로 출발!

-김수나 기자

사순시기를 맞아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를 실천했다. 면 마스크가 이미 있는데도 또 사고 말았다. ⓒ배선영 기자

또 마스크를 샀다.

구하기도 어렵지만 매일 버리면서 마음이 불편해 면 마스크를 빨아 쓰기로 했다. 장을 보는데 유기농 마크가 찍힌 면 마스크가 있다. ‘유기농’에 혹해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서 보니 면 마스크가 이미 3개나 있다. 그중 하나는 색이 너무 화려해 쓰고 다니기 부담되니 없는 셈 치자고 합리화했다. 

마스크 말고도 불필요하게 산 게 또 있을까. 영수증을 하나하나 살폈다. 19개 품목 가운데 8개는 필요해서 산 게 아니었다.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세일해서, 호기심에, 신제품이라서, 1000원도 안 돼서’ 샀다.

평소에 물건을 잘 사지 않고, 살 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며, 미니멀리즘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어서 이번 실천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장을 보면서 생태 단식 중이라는 것을 잊었다.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는 실패했다. 지금 생각하니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가격이다. 싸다고 생각이 들면 망설임 없이 상품을 집었다. 싼 가격이 어떻게 가능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노동 착취가 있는지 공부했던 내용은 물건 앞에서 잊힌다. 아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매번 돈을 쓸 때마다 갖가지 생각을 한다면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는 자연스럽게 되는 게 아니고, 마음먹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내게 무엇이 있는지 성찰하기 위해선 늘 깨어 있어야 했다. 비록 시작부터 어긋났지만 내가 평소에 어떻게 소비하는지 패턴을 알게 됐다. 이를 위안으로 삼고 새 도전, 플라스틱 제품 단식을 시작한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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